좋은 UXer를 위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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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중지추(囊中之錐)란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본래 사기(史記)의 평원군전(平原君傳)에 나온 글인데, 그대로 해석하면 주머니 속의 송곳이 주머니를 뚫고 나온다’는 뜻이지만, 그 속에는 ‘뛰어난 인재는 결국 드러나게 되어 있다’는 뜻이 숨어 있습니다. 예전에는 학문적 성취나 눈 앞의 성과만으로 그 사람이 인재인지 아닌지를 판별할 수 있었지만, 사회활동이 복잡해지면서 분야마다 인재를 판별하는 기준 또한 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함께 일하고 성장해 갈 동료를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리고 오랜 시간동안 ‘좋은 UX Design 인재’에 대한 고민을 해왔습니다.
때마침 연말연초이다 보니 직원들을 평가하고 새로운 인력을 채용하는 일들도 많아지고 있네요.
이번 기회에 제 오랜 고민도 공유하고, 어떤 기준으로 라이트브레인의 UX1 컨설팅그룹의 인재를 평가하는지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첫번째, 역량

흔히 이야기하는 인재란, ‘능력이 출중한’ 사람을 의미합니다.
이는 해당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자신의 힘을 보란 듯이 발휘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UXer들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관찰’과 ‘형상화 능력’입니다.
이것은 후천적으로 훈련되기도 하지만, 제가 봤을 때에는 타고나야 하는 면도 조금 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선천적인 역량이 30%,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서 얻어지는 역량이 70% 정도인 것 같습니다.
후천적인 노력이란 자신의 생각을 정교화시키기 위한 지식을 더하고, 다양한 경험으로 실무능력을 증대시키고, 남들보다 안목을 키우고, UX Design에 필요한 활동능력을 확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더라도, 바람빠진 풍선같은 사람과는 같이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여기에 열정이 더해져야 합니다.

두번째, 열정

열정은 최근 워낙 흔히 쓰이기도 하고, 젊은이들에게 요구되는 노오오오오력과 함께 회자되며, 별것 아닌 것처럼 치부되거나 비꼬아서 통용되는 경우가 많죠. ‘열정페이’나 ‘열정이 밥먹여주냐?’를 넘어 ‘열정같은 소리 하고 있네’라는 영화제목이 나올 정도로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UX Design은 열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열정없는 사람과 같이 일하는 것은 동료로서도 참 곤욕입니다.

UX Design은 매번 새로운 도전에 부딪혀야 하고, 실무를 위해서 배워야 할 지식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생각을 계속 훈련시켜야 합니다.
관찰능력과 문제해결능력, 말하고 협상하는 능력, 형상화시키는 능력, 타인의 경험을 끄집어내는 능력을 계속 높여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과거의 성과에 잠겨 있거나, 현실의 안정감에 젖어 든 사람은 UXer로써 성장하기 힘듧니다.
나이가 들어도, 직급이 높아져도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는 분야입니다.

열정은 목표가 없다면 흐지부지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UXer는 자신만의 목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세번째, 포부

굳이 따지자면, 저도 ‘먹고 살려고’ 일을 합니다.^^
생존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고, 가벼이 다뤄져서도 않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먹고 살기 위해서만’ 일을 하지는 않습니다.
일이 ‘생존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이 되기 위해서는 일을 통해서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채용 시에 ‘당신은 궁극적으로 뭘 디자인하려고 하십니까? 디자인으로 무엇을 변화시키는 것이 목표입니까?’라는 질문을 자주 합니다. 그 자리에서 임기응변으로 답을 하거나, 아예 답변조차 못하는 사람은 아무리 배경과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습니다.

크던 작던 자신만의 포부가 있는 사람은 지치고 힘들 때에도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포부와 열정만으로 세상을 살 수는 없겠죠.
사회활동에서는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네번째, 성과

UXer로써 만들어 낼 수 있는 성과는 무엇이 다를까요?
다른 ‘업(業)’처럼 만들어낸 결과물의 품질과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가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나 UX Design은 결과못지 않게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남들과 ‘다른 방법’으로 사용자 경험을 밝히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냈다면 그것 또한 훌룡한 성과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결과가 설명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UX Design을 해보았다’든지,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는 말에 앞서 본인이 어떤 방법으로 사용자의 경험을 이해했으며, 그것으로 혁신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어떻게 노력했는지,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위 4가지는 서로 얽혀 있습니다.
높은 포부를 가진 사람이 열정적으로 살다보면 역량이 쌓일 것이고, 역량은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들을 살펴보면,
포부같은 것은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단지 열심히 살면 역량이 쌓일까요?
포부는 높지만 남들과 다를 바 없이 느긋하다면 최고의 ‘UXer’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포부도 열정도 없으면서, 자신의 좋은 머리만 믿고 사는 사람이 역량을 쌓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요?

분명히 가능한 분야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UX Design 분야에서는 전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사람 자체를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경험을 이해하는 것에는 많은 지식과 부단한 노력이 수반됩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세상이 변해 갈수록 우리가 제시해야 하는 ‘새로운 경험’들도 끊임없이 도전받고 있습니다.

UX Design의 피상적인 일면만 보고 뛰어드시는 분들이 사실 많습니다.
‘UXer가 되고 싶다’, ‘나는 분명 잘할꺼야’는 바램과 주문을 되뇌이기 전에,
정말 나는 역량을 갖추고 있고 포부와 열정이 있으며, 남들 앞에 떳떳이 내보일 수 있는 성과가 있는지,
스스로 뒤돌아보는 점검이 필요합니다.

전 동료를 찾을 때, 현재의 완성된 것만을 평가하기 보다 얼마나 그 그릇이 성장할 수 있는가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UXer를 직업으로 선택하려는 분들께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UX1 컨설팅그룹 조성봉

* 메인이미지출처. thenextw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