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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과 통찰의 UX

최근 새로운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UX와 관련된 서적이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방법론 중심’의 접근보다는 ‘실생활에서 UX를 배울 수 있는 방법’과 ‘UX 프로젝트 진행시 필요한 가이드’를 자세히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내년 초에는 <라이트브레인> 이름으로 UX 툴킷 서적 영문판을 출간할 계획에 있습니다.

UX가 막 도입되기 시작했던 2008 ~ 2009년 즈음에는 국내에 UX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UI 설계나 사용성 공학의 원칙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제가 공부하고, 알고, 경험해오던 UX는 사실 이와 차이가 있었기에, 나름의 소명감으로 블로그나 외부 강의 및 세미나 등을 통해 아래 3가지 논점을 중심으로 UX에 대한 제 의견을 전달해왔습니다.

- UX 디자인은 사상(Discipline)이나 원칙이 아니라, 방법론(Methodology)이다.
– UX 디자인은 말 그대로 사용자의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 필드 리서치나 모델링의 진행 여부보다 UX 디자인에 있어서 더 중요한 것은, 사용자경험이 중심이 되서 디자인을 풀어나간다는 것이다.

접하신 분도 계시겠지만,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2013년에 ‘이것이 UX 디자인이다’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하고 싶은 말들을 모두 풀어내 책을 쓰고 나니 후련했지만, 금방 미비한 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출판사의 편집 과정에서 일어난 오탈자 문제도 있었지만, 가장 아쉬었던 점은 다양한 이론 설명과 사례 소개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이었습니다.
UX 디자인은 하나의 획일적인 방법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 제품이나 프로젝트 목적에 따라서 다양한 방법이 사용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UX 강의시에는 제 책 말고도 ‘Universal Methods of Design(디자인 방법 불변의 법칙)’을 같이 소개했습니다.
이후 내용을 점차 보강해 나가면서 최근의 UX 강의에서는 ‘이것이 UX 디자인이다’에서 소개한 사례들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새로운 지식과 기술이 계속 등장하는데, 아무리 애정을 쏟은 제 책이라도 3년전 출간한 책의 내용만을 고집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지난 3년동안 수많은 컨설팅 프로젝트 속에서, 기업이나 정부기관의 자문을 진행하면서, 영업이나 교육 등을 통해 여러 분야 사람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한계를 느끼는 지점들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이것이 UX 디자인이다’에서 주장했던 기초적인 프레임워크에서 탈피하여 좀 더 풍부한 일상에서의 UX, 실제 프로젝트 수행시 알아야 할 가이드를 얘기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UX 방법론을 너무 중시하다보면, ‘디자이너의 영감이나 통찰력’을 평가절하하는 오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 교육을 몇 차례씩 받은 지인들에게서 보여지는 모습들입니다.

“실제 사용자의 경험을 조사해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선험적으로 가치를 주장할 수 있느냐?”,
“벌써부터 디자인을 구상하는 것은 UX의 정신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등의 얘기가 나올 때마다

“왜 안돼?”,
“내 머리속에는 이미 사용자들의 경험이 어느 정도 감잡히는 걸.”,
“이렇게 떠오르는 영감들을 방법론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무시하라고?”
하는 제 안에서의 반발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실제 사용자들의 경험을 조사하다보면, 미처 알지 못했던 통찰을 발견할 때가 많습니다.
그 과정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매일 여전히 얼마나 정교하게 사용자들의 ‘의미 있는’ 경험을 끄집어낼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품을 한 눈에 봤을 때 ‘딱’ 떠오르는 경험상의 문제점을 감추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방법론에 따르지 않았다고 무시되어야 하는 걸까요?

확실히 이제는 예전보다 훨씬 더 명징하게 어떤 제품이든 그것이 갖는 ‘사용자 경험상의 문제’나 ‘제공되어야 할 경험 가치’가 눈에 들어옵니다. 오랜 경험이 만들어 낸 ‘강화된 직관’이라 생각합니다.
게리 클라인이 말했듯 제 스스로가 이 일을 십몇년간 해오다보니 생긴 전문가적 능력일 수 있겠네요.

지난 1년간 ‘강화된 직관’을 어떻게 해야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운전을 하다가도, 책상에 앉아 있다가도, 누군가와 대화하다가도, 버스를 타고 가다가도 문득 문득 그 생각들을 정리해 왔습니다.
예전에는 프로세스와 기법 중심으로 UX 디자인을 얘기했다면, 이제는 영감과 통찰력 면에서 UX 디자인을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전 소개해 드린 ‘UX1 메소드카드(Method Card)’는 영감과 통찰력을 활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툴킷입니다.
올 여름에는 몇몇 외부 강의에서 제가 최근에 만들어 낸 여러 가지 UX 영감 툴킷, UX 통찰력 툴킷들을 소개 드리려고 합니다.

여러 담론들이 예상됩니다.
많은 조언들도 기대됩니다.

글을 쓰고 보니 조금은 개인적인 소회들로 비춰지기도 하네요.
그래도 한번 생각해 볼 의미가 있는 화두이기에 이야기를 건네봅니다.

감사합니다.

– UX1 컨설팅그룹 조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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