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 Designer의 역할과 갖춰야 할 책임감

Product Designer의 역할과 갖춰야 할 책임감

Product Designer의 역할과 갖춰야 할 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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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파견지에서의 바쁜 업무 와중에도 구글을 위시한 각종 글로벌 기업의 실무자들을 대거 초청한 행사가 있다고 하여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올여름 열린 2018 FUTURECON의 후기로 여러 세션 가운데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강연 하나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인스타그램의 김준식 디자이너 세션입니다.

01 사진 : 패스트캠퍼스 블로그 / blog.fastcampus.co.kr

강연의 주제는 ‘Product Designer의 역할과 갖춰야 할 책임감’이었습니다만, 돌이켜보니 인스타그램의 미션과 전략을 더 매력적으로 소개한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발표는 인스타그램의 워크 프로세스를 소개한 뒤, 최근 런칭한 ‘Instagram Music’을 사례로 들며 리서치에서 런칭까지의 주요 마일스톤을 되짚어 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워크 프로세스 내 각 단계에서의 구성원들의 역할과 협업방식, 디자인의 주요한 가치관과 원칙에 대해서는 행사 주최측인 패스트캠퍼스 블로그에 잘 정리된 자료가 있으니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패스트캠퍼스 : 인스타그램의 변화, 그리고 팀 이야기

그럼 이 지면에서는 강연 내용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두 가지 메시지에 대한 저의 의견으로 채워보겠습니다 : )

 

  1. 모든 것은 MISSION로부터

본 발표에서는 ‘Music’외에도 ‘Stories’나 ‘Type’과 같은 이미 발표된 기능과 더불어 현재 검토 중인 새로운 카메라 필터를 소개했는데요. 이렇게 계속해서 확장하고 있는 여러 서비스들의 목적과 기획 의도를 단 한 문장으로 설명했습니다.

02[ 인스타그램의 미션 :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좀 더 가까워지도록 ] 바로 인스타그램의 미션입니다.
여기에는 좀 더 구체적인 몇 가지의 세부 전략이 따른다고 하는데요. 발표에서 소개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공유함에 있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할 것

둘째,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울 것

‘Stories’의 콘텐츠 게시 기간이 24시간인 점과 ‘좋아요’와 같은 히스토리성 피드백 기능을 넣지 않은 이유를 궁금해하시는 분이 많으리라 예상되는데요.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과 다르게 나날이 늘어가는 고품질의 콘텐츠 속에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부담 없이 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그와 동시에 ‘Type’이나 ‘Music’과 같은 사진, 영상 속 이야기를 더 풍요롭게 꾸밀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하는 것 역시 창의적인 콘텐츠 생산을 독려하기 위해서라고 하네요.
서비스가 거대해질수록 그 안에 담긴 다양한 콘텐츠와 기능들을 담당하는 실무자들의 이해관계가 어긋나기 십상인데, 이처럼 간단하고 명쾌한 설명이 가능한 것이 놀라웠습니다.
자사만의 변별력이나 가치 제공 없이 경쟁사의 전략에 발맞춘 서비스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런데 인스타그램이 자신의 미션과 세부 원칙을 가지고 아이디어를 개선하고 다듬는 것을 보고 바로 이게 가장 강력한 전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사용자가 없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실제로 김준식 연사가 발표 중에 한 말인데요. ‘Music’의 기획 배경을 말할 때 이미 너무나 많은 사용자가 자신의 콘텐츠에 음악을 삽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 이 프로젝트의 당위성에 대해 그 누구도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 것과 같은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다양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용자와 뮤지션들을 만나 그들의 기대와 필요를 살피고, 이를 기획, 출시하는 데까지 불과 3개월밖에 소요되지 않은 것은 이미 기획 초기에 사용자에게 전달하려는 가치가 구성원 모두에게 공감을 얻었기 때문일 겁니다.

 

03 [현재 미국에서만 서비스중인 ‘Instagram Music’ ] 사진 : 패스트캠퍼스 블로그 / blog.fastcampus.co.kr

 

라이선스 문제로 현재는 미국에서만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반응이 매우 좋다고 합니다. 서비스 출시 후 본인이 동경하는 유명인사들이 ‘Music’ 기능을 이용하여 포스팅하는 것을 보고 매우 뿌듯했다는 말을 덧붙이는 모습을 보고 내심 부럽기도 했습니다.
이미 사용자의 니즈가 명시적으로 드러난 것이었기 때문에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결과였죠. 이렇게 보면 다 차려진 밥상 떠먹듯 쉬운 일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만, 콜럼버스의 달걀이란 게 원래 그런 거죠.
더욱이 사용자에게서 발견된 기회로부터 출발한 서비스는 이를 알리고,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쿠폰을 남발할 필요도 없어 보입니다.

저는 비교적 최근에야 인스타그램의 다중계정 기능을 발견했는데, 그때의 충격이 새삼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인스타그램의 일관된 전략에서 느껴지는 기시감이라고 생각됩니다.

‘SNS의 시대’라는 수식이 무색하게도, 서브 계정을 운영하는 사용자의 편의성을 이토록 지원한 서비스가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어찌 보면 당연한 건데도 그동안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사용자의 경험이 아닌가 하고 짐작해봅니다.
2010년에 ‘세상의 모든 순간을 찍고 공유하라’, 라는 목표로 시작된 서비스가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이바지하는 서비스가 된 데에는 시장분석이라던가 CEO의 판단력보다도 변화하는 사용자의 기대와 이용패턴이 가장 주효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강연 말미에 사용자가 없으면 우린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말이 진정성 있게 다가온 것은 이러한 서비스의 행보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40분가량의 짧은 강연이었습니다만, 하루의 업무를 미뤄두고 다녀올 만큼의 가치가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회의실 탁자에 둘러앉아 경쟁사의 신규 서비스 출시에 쫓겨 우리도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아이디어 회의와 연간 사내 행사에서 들을 때마다 새삼 낯선 회사의 구호가 없는 곳을 소개받은 기분이기도 했구요.
더불어 고객의 요구와 타협하여, 기획자 스스로도 시장의 반응을 자신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기획하던 좌절감은 한 겹 씻어내고, 관습에 따라 구조와 화면을 설계하는 대신 서비스의 전략과 가치를 드러내는 기획에 대한 책임감을 더 느낀 강연이기도 했습니다

 

– UX1컨설팅 그룹 이재웅

 

* 타이틀 이미지 출처 : tim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