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파크 더 디자인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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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DDP에서 ‘루나파크 더 디자인 아일랜드’ 전시가 7월 27일부터 11월 6일까지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루나파크전에는 필립스탁, 알렉산드로 멘디니, 에에로 아르니오 등 100여 명의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참여해 많은 화제가 되었는데요. 아래 루나파크전의 포스터를 보시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지 않으셨나요? 아마 파리바게트의 테이크아웃 컵에서 이 디자인을 보셨을 거예요. 포스터 디자인의 주인공이자, 전시의 총감독을 맡은 스테파노 지오반노니의 작품입니다. 이번 전시에는 스테파노 지오반노니와 같이 이미 우리에게 친근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 작가들이 많이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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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전시회의 이름을 들었을 때는 ‘루나파크’를 듣고 달을 떠올려, 달을 콘셉트로 한 전시인가?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문 이름인 Lunapark에는 r이 빠져 있었습니다. 호기심이 생겨 루나파크에 대해 찾아보니 ‘루나파크’는 실제 뉴욕 코니 아일랜드에 문을 열었던 놀이동산이라고 합니다. 우주선 ‘루나’를 타고 하는 달여행이 콘셉트인 오리지널 “루나파크”는 1946년 폐장되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놀이공원의 대명사로 남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번 전시는 바로 그 ‘Lunapark 놀이동산’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전시장은 놀이동산이라는 모티브에 걸맞게, 자유로이 돌아다니며 관람할 수 있도록 여러 작품들이 자유분방하게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크기가 거대한 작품들이 관람객에게 마치 어린이처럼 작아진 느낌을 주기도 하고,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작품들도 많아서, 처음 놀이동산에 갔을 때처럼 새로운 세상에 온 듯한 동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발한 소재와 아이디어로 동심을 불어넣어 주는 작품들이 많았지만, 그 중 기억에 남는 대표 작품들을 소개하겠습니다.

 

01<구름과 새, 물고기 Birds and Clouds, Fish, 베네데타 모리 우발디니, 2012,2016>

 

Benedetta Mori Ubaldini 베네데타 모리 우발디니

포스터 주인공인 루나를 통과해 전시장 입구로 들어서자, 파랗고 긴 벽에 구름, 새, 물고기가 함께 어우러져 독특한 공간을 구성하고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베네데타 모리 우발디니(Benedetta Mori Ubaldini)의 작품입니다. 철망이라는 특별한 소재를 사용하여 독창적인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요, 철망의 질료적인 특성을 이용하여 꿈의 세계로 향하는 느낌을 주려는 작가의 의도가 잘 느껴졌습니다. 가벼운 철망을 사용하여 만든 투명하고 몽글몽글한 형태는 조명, 공간과 어우러지며 몽환적인 작가의 상상력을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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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이탈리아 디자이너 스테파노 지오반노니 Stefano Giovannoni >

 

Stefano Giovannoni 스테파노 지오반노니

벽을 따라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맞은 편에는 작품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담은 영상이 보였습니다.  처음으로 저를 맞이해 준 작품은 이탈리아의 거장이자 이번 전시의 총감독 스테파노 지오반노니의 작품이었습니다. 그는 이번 전시에 “어린이를 위하여 디자인되었거나 상상력과 관련된 정서적, 비유적 제품들”을 초대했다고 전시 서문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스테파노는 300개 이상의 메탈과 플라스틱 제품을 출시해 산업 디자이너로서의 명성을 쌓았으며, 그의 작품은 국내 파리바게트 컵, SPC그룹 밀크플러스 우유, ZTE 스마트폰 누비아 Z5, 삼성-구 TV라이트닝 등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디자인 작품들을 제작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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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버니, 이쑤시개통 Magic Bunny, toothpick holder

모자 속에 토끼가 숨어 있는 모습이 매우 귀여운 매직 버니는 스테파노 지오반노니의 작품입니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거의 생활용품이나 가구로 쓰이는 디자인 제품들이라 저 토끼는 어떤 용도의 제품일까 궁금했습니다. 때마침 도슨트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이 작품은 토끼를 들면 모자 속 이쑤시개가 나오는 이쑤시개 통이라고 합니다. 마술 모자와 이쑤시개 통 – 아무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 두 가지를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니 매우 재미있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이 작품을 보니 300개 이상의 수많은 작품을 만든 지오반노니의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는 노련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매직 버니 뒤에 위치한 피노는 피노키오 얼굴을 가지고 있는 깔때기입니다. 피노에 물을 부으면 코가 길어지는 모습이 자연스레 상상됩니다. 요리를 하는 상황같이 평소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재밌는 경험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다양한 작품에서 유희를 동반한 감성적인 경험을 강조하는 스테파노의 디자인 철학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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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ssandro Mendini 알레산드로 멘디니

 “좋은 디자인이란 시와 같고, 감성을 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고, 사람들에게 미소와 로맨스를 건 네는 것이다”     – Alessandro Mendini –

 지오반노니의 작품을 뒤로하고 복도의 끝에서 ‘안나 G’와 ‘알레산드로 M’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안나 G도 역시 매직버니처럼 전시장에서 처음 봤다면 어떤 용도인지 궁금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이 긴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안나 G는 이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와인 오프너입니다. 오프너의 머리 부분을 돌리면 팔처럼 생긴 손잡이가 올라가 마개를 딸 수 있도록 도와주고, 팔을 아래로 잡아당기면 경쾌한 소리와 함께 코르크 마개가 빠집니다. 이 모습은 발레리나가 춤추는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요, 실제 안나 G는 발레리나 부인인 안나 질리의 모습에서 착안했다고 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저희 어머니도 이 와인 오프너를 사용했었어요. 사람 모양을 한 와인 오프너가 춤추는 듯한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 뒤 스스로 해보겠다며 오프너를 열심히 돌리고 팔이 완전히 다 올라갔을 때는 묘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개를 따는 번거로운 일을 즐겁고 로맨틱한 경험으로 바꾼 그의 재능이 감탄스러웠습니다. 안나 G의 차기작인 알레산드로 M도 부인보다 좀 더 키가 작은 알레산드로 자신을 대상화해서 만든 작품입니다. 그 옆에는 두 커플이 함께 춤추고 있는 회전목마 지오스트리나를 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 연인을 모티브로 한 스토리가 있는 작품이라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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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메인 전시장에 거대한 작품들과 벽을 따라 다양한 콘셉트의 작품들이 전시되어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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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레티 Seletti

메인 전시장에 들어서자 가장 처음 보인 작품은 셀레티 브랜드의 작품이었습니다.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 같은 조명 몽키는 단순한 조명보단 예술 작품에 더 가까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후기를 위해 찾아본 셀레티 소개 사이트에서 숲을 배경으로 한 몽키의 컨셉 사진을 볼 수 있었는데요,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모습이 더욱 생동감이 넘치게 느껴졌습니다.

앤디 워홀이 마릴린 먼로의 초상을 프린트하고 데이비드 보위가 첫 싱을 발표하던 1960년대, 그 문화를 느끼며 자란 남매 로마노와 마리아 셀레티(Romano & Maria Seletti)는 항상 새로운 것에 목말랐습니다. 셀레티 남매는 자유를 동력 삼아 젊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꿈꾸며 셀레티(Seletti)를 만들었습니다. 일상에 예술을 접목할 수 있다는 남매의 신념이 몽키와 같이 예술 작품처럼 느껴지는 창의적 디자인 제품들을 탄생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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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  / 엘레멘츠 옵티말, 이오나 보트랭, 레 그라피컨트 등

동그란 벽을 따라 색깔별로 전시 파트가 꾸며져 있었습니다. ‘EO’의 디자인은 양, 사슴, 코끼리, 팬더 등 동물들의 모습을 모티브로 해 친근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동그란 털과 뿔을 달고 있는 의자는 마치 양의 폭신한 등에 앉아보는 기분을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책상 위에 놓인, 연필꽂이는 색연필을 꽂으면 화려한 깃털을 가진 공작이 됩니다. 공작이라는 형태와 연필꽂이의 기능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인상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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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 톱 테이블 Tip Top table

마치 유리처럼 반짝거리던 Tip Top은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카르텔의 제품입니다. 세련된 디자인에 감탄했지만, ‘성민’이라고 적힌 글자가 매우 궁금했습니다. 찾아보니 의자를 구입하면 자신의 의자에 소유감과 친근감을 가질 수 있도록 이름을 넣어주는 이벤트라고 하는데요, 경험적인 부분을 고려한 섬세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카르텔은 당시 “플라스틱은 약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기술적 연구와 개발을 통해 플라스틱의 다양한 쓰임새를 입증했습니다. 그 결과, 기존의 관념을 뛰어넘는 아름다움을 만들어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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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UN 토마스 헤더윅 Thomas Heartherwick

전시장 곳곳에 놓여있어 (인셉션의 팽이를 떠올리게 하는) 이 작품은 ‘회전하다’ 혹은 ‘자전’의 의미를 가진 의자 ‘스펀’입니다. 팽이처럼 생긴 스펀에 앉으면 ‘어 이러다 넘어갈 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팽이처럼 빙그르 돌아가며 균형을 잡습니다. 스펀은 영국의 21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불리는 가구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이 디자인 했습니다. 그는 영국 런던의 명물인 빨간색 이층 버스와 2012년 런던 올림픽 성화를 디자인한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토마스 헤더윅은 여러 형태의 의자를 실험하던 중 “회전체 형태로 의자를 만들 수 없을까?” 하는 물음에서 스펀을 탄생시켰다고 합니다. 놀이 기구에 탄 것처럼 즐거움을 주는 스펀은, 이번 놀이동산 콘셉트와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습니다. 전시장에 간다면 스펀에 꼭 한번 앉아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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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거대한 가구들 외 에도 아기자기하고 개성있는 인형들>

15<전시장 안내도>

 

4가지 매력을 가진 전시

전시장 구성을 이해하고 감상하신다면 더욱 도움이 될 거 같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전시장은 총 4가지 컬러의 컨셉으로 구분되어 있는데요, 중앙의 그린으로 표시된 부분은 작품들이 수십 배의 사이즈로 커진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어른들도 ‘스펀’과 같은 의자와 가구에 직접 앉아볼 수 있습니다. 레드 컬러의 공간은 ‘몽키’와’팁 톱 테이블’과 같이 생활에 쓰이는 가구로만 이루어져 있어 작품을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공간이었습니다. 왼쪽 위에 퍼플 컬러의 공간은 그래픽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조각가 등의 다양한 예술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고, 마지막 옐로우로 표시된 곳은 국내 작가 7인의 작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있어 어린이들이 레고, 정글짐, 인터렉션 게임 등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밖에도 도슨트와 오디오 가이드가 준비되어 있어서 작품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16<MBC: 나혼자 산다,  studio-eero-aarnio.com/pages/Collection/Accessories/Pony>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얼마 전 ‘나 혼자 산다’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가수의 집에 이번 전시에 참여한 에에로 아르니오(Eero Aarnio)의 작품 ‘PONY’가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연예인의 영향력으로 인한 관심도 있겠지만, 디자인 제품을 고액의 가구로 생각하기보다 디자인이 일상에 주는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이번 루나파크전을 통해 다시 한번 디자인이 삶에 주는 여유와 가치를 한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마법 같은 크리스마스 선물상자를 열어본 감흥을 기억해보세요. 헤르만 헤세의 ‘황야의 이리’라는 책을 보았나요? 위선으로 뒤틀린 세계에서 인간성을 회복해주는 게 유머라고 생각합니다. 유머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삶의 해법이자 탈출구입니다. 이번 전시가 그렇게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 Stefano Giovannoni –

총감독을 맡은 스테파노 지오반노니는 이번 전시를 통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열어 볼 때의 감흥을 떠올리길 바랬습니다. 선물 상자에 무엇이 들어있을지 모른다는 호기심은 우리를 설레게 하죠. 루나파크전의 창의적 작품들은 한눈에 쓰임새를 예상하기 어려워 관람 내내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가구는 이렇게 생겨야 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 사물들을 새롭게 관찰하는 소중한 시간이었고 주니어 디자이너인 저에게도 중요한 자세를 배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즐거운 경험을 담으면서도 실용적이고 완성도 높은 작품들로 눈과 마음이 즐거운 전시였습니다.

 

-가치디자인그룹 방민아

 

  [관람 전 알아두면 재밌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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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 2018.7.27.(금) – 2018.11.06.(화)
장소 : DDP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M배움터 디자인 전시관
관람 시간 : 오전 10:00 – 오휴 20:00 / 관람 종료 40분 전 입장 마감
총 감독 : 스테파노 지오반노니
큐레이터 : 크리스티나 모로치 / 키아라 사비노
참여 작가 : 엔조 마리 / 알레산드로 멘디니 / 에에로 아르니오 / 필립 스탁 / 가오타노 페세 / 찰스&레이 임스 / 도나 윌슨 / 김충재 / 차인철 / 유지연 외 100여명
오디오 가이드 : 자이언티 zion.T

* 본문 내 이미지출처 :
루나파크전 블로그 https://blog.naver.com/interpark_art
루나파크전 홈페이지 https://lunapark.modoo.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