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를 잘하는 비법

리서치를 잘하는 비법

리서치를 잘하는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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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를 하지 않는 UX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사용자와 그들의 컨텍스트를 아주 잘, 구체적으로, 세심하게 이해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리서치는 UX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이자, 결과물의 전체적인 품질을 좌우하는 근본요소입니다.

UX1 컨설팅그룹이 수년동안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리서치를 하면서 얻은 팁(비법?)들을 공유합니다.

1. 준비가 철저해야 합니다.

리서치를 들어가기에 앞서서 사용자와 그들의 컨텍스트, 대상 제품/서비스를 깊이있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2주 이상의 준비기간이 필요합니다. 이 준비기간 동안에는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제품/서비스를 평가해보거나 벤치마킹, 통계 분석 등의 데이터를 준비해서 서브 산출물들을 미리 만들어 놓을 수도 있습니다.

2. 구체적인 질문과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합니다.

막연히 사용자를 만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간다면 겉핥기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까운 시간을 뻔한 내용이나 확인하러 다니겠습니까? “뭘 원하세요?” 따위의 질문은 버리십시오. “이런 상황에서 이런 동기로 접근하신 경우에는 어떤 컨텐츠가 가장 눈에 들어오시던가요?”는 등으로 구체적이고 (때로는 우회적인) 질문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고객이나 팀원들과 더불어 준비물을 두 차례 이상 리뷰하면서 질문과 시나리오를 가다듬어야 합니다.

3. 다양한 리서치 기법에 눈을 뜨십시오.

인터뷰, 관찰조사도 수십가지 기법들이 존재합니다. 종이와 펜만 들고 갔다가는 뻔한 내용만 듣고 오기 쉽습니다.

4. 심리학을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소비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니즈와 동기의 관계, 행동경제학의 여러가지 bias들, 개성, 사회심리학은 알면 알수록 리서치에 도움이 됩니다. 심리학은 어렵고 따분한 학문이 아닙니다.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생활지식의 보고(寶庫)입니다. 앞에 앉은 사람의 숨은 생각과 심리를 엿볼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책 몇권 읽는다고 이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적인 성향도 중요하고 다년간의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심리학을 지속적으로 공부하면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적어도 사용자가 말하는 내용을 깊이있게 들여다 볼 수 있게 됩니다.

5. 고객을 직접 방문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이용환경을 확인해야 합니다.

보안상 컴퓨터를 들고 갈 수 없다거나 인터넷이 느리다거나, 카메라 촬영이 금지되었거나 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특정 장소에 지나가는 불특정 다수를 리서치 할 때에는 어떤 관점에서 행인들을 관찰할 지를 미리 정하고 가장 최적의 위치(최대한 자연스럽게 주변에 묻혀서 드러나지 않는)를 선정해야 합니다. 한 사람을 하루종일 따라다니는 Shadow Tracking을 할 때에는 미리 누군가에게서 예상 스케쥴과 동행시 주의할 점을 교육받아야 합니다.

6. 이제 막 리서치에 익숙해지는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에 하나가 ‘지나치게 말을 많이 한다는’ 것입니다.

간혹 리서치에 익숙해지면서 말을 능수능란하게 하는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을 봅니다. 리서치는 ‘내가 얼마나 말을 잘하냐’를 보여주러 가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방으로부터 ‘말을 이끌어내러’ 가는 것입니다. 말을 잘 하는 가장 좋은 비결이 ‘상대방의 얘기를 잘 듣는 것’이라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사용자의 말을 잘 듣는 자세를 갖추길 바랍니다. 이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나도 성격이 급한 편이지만 인터뷰 시에는 최대한 편한 표정으로 사용자의 이야기를 경청합니다. “나는 아무리 해도 경청을 못하겠어요” 하는 분들은 차라리 다른 직업을 찾아보길 권합니다.

7. 위의 얘기와 맞물리는 건데 단순히 ‘들으러’ 가는 생각일랑 버려야 합니다.

경청이긴 경청이되 내가 적극적으로 상대방의 말을 이끌어내는 경청이 필요합니다. 마지못해 억지로 인터뷰 자리에 끌려온 사용자가 있었습니다. ‘저는 별로 관심도 없고 불만도 없습니다”라고 처음부터 못을 박고 시작한 그 분한테서 1시간 30분동안 이야기를 이끌어 낸 적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할 말이 없다니 그냥 Skip하자’는 생각은 버리십시오. 다양한 시도와 철저한 준비가 뒷받침되면 어떤 얘기든 의미있는 이야기를 끄집어 낼 수 있습니다.

8. 깊이있는 질문을 해야 합니다.

겉핥기만 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케이스가 있지만, 자주 접하는 실수 중에 하나가 그냥 애매하고 쑥쓰러운 분위기에서 정해진 질문/답변만 주고받고 오는 경우입니다. 질문은 풍성하게 하는 게 좋습니다. 단발식 질문보다는 연속된 질문들(SET)이 사용자의 답변을 고려해서 이어지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뭔가를 사용자가 얘기했다면 세심하게 추적해 들어가십시오. “어떤 시간에 주로 이용하십니까?”, ‘오전 9시경이요”, “오전 9시경이라면 출근한 이후인가요?”, “대부분 그렇죠”.. 여기서 이야기가 끊기면 이건 하나마나한 이야기입니다. 출근은 했는데 어디서, 왜, 어떻게 이용하는 지를 꼬치 꼬치 물어야 합니다. (5Whys) 단 몰아붙인다는 인상을 주지 않게 능구렁이처럼 상대방의 눈치를 살피면서 접근을 해야 합니다.

9. 지나친 장단 맞추기는 피합니다.

간혹 인터뷰이를 공감한답시고 지나치게 추임새를 넣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죠.”,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이쿠 저런” 등. 어떨 때는 상대방이 말을 끝내면 자신이 그 내용을 정리하는 사람도 있는데, 사실 똑같은 얘기를 반복해서 얘기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이런 추임새가 너무 많아질 경우 상대방은 말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처음에는 자신의 말에 공감해주는 인터뷰어에게 호감을 갖지만 계속되는 똑같은 추임새는 말하는 사람을 답답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끼어들지 말고 약간의 Interval을 두어 더 할 얘기가 없는 것을 확인해야 합니다. 거듭 얘기하지만 “말을 하게끔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약간의 어색한 침묵도 일부러 조장해야 합니다. 그 어색한 침묵을 탈출하기 위해 인터뷰 대상자는 여러가지 말들을 생각할 것입니다. (단, 어색함이 연이어지면 사용자는 자리를 빨리 뜰 생각만 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10. 사용자는 항상 기대한대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관찰조사를 하다보면 전혀 예상밖의 이용행태를 볼 때가 있습니다. 준비해온 시나리오가 처음부터 어긋나 버린다던가, 아예 생각하지도 못했던 엉뚱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당황할 것도 아니고, 서둘러 끝낼 일도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잠깐 주의를 환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용자가 보인 이상한(?) 이용행태를 다시 한번 물어봐서 ‘그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인지’ 확인한 다음에 침착하게 그 배경과 이유를 물어보십시오. 그리고 조금 시차를 두고 일반적인 사용자들의 이용행태를 얘기해 주고 상대방의 반응을 살핍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 정당화, 합리화를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근거가 불충분할 경우에는 되물어보되, ‘더 이상 구체적인 이야기가 진전되지 않는다면’ 상황을 인정하고 그냥 넘어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더 따져 물었다가는 전체 과정을 망쳐버리는 우를 범할 수 있습니다.

11. 플랜B를 항상 준비하십시오.

리서치를 하기 전에 (특히 관찰조사의 경우에는) 플랜B가 항상 있어야 합니다. 갑자기 사용자가 바뀌거나 안 나타난 경우, 이를 대체할 것이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때문에 리서치 기간에는 가방에 필요 이상으로 많은 준비물들이 있는 게 좋습니다.

12. 온라인 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십시오.

Screencast-o-matic, Vimeo, Usabila, Google Docs 등은 리서치를 할 때 매우 유용합니다. 요즘에는 어지간한 곳에서는 대부분 인터넷이 가능하므로 온라인 툴을 잘 쓰면 리서치가 더 풍성해 질 수 있습니다. 사용자에게 예시를 보여주거나 사용자의 이용행태를 스크린캐스트로 찍거나, 아니면 직접 프로토타입을 보여준 다음에 그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거나, 로그분석과 같은 통계를 보여주고 그 반응을 살피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13.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 마십시오.

되도록 꼿꼿이 앉은 상태에서 침착하게 상대방의 눈을 응시하면서 리서치를 진행하라. 시선을 이리저리 두거나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손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면 앞에 있는 사용자에게도 그런 심리가 전염됩니다. 예전에 직원중 한명이 리서치 중에 손가락으로 연필을 계속 돌린 적이 있었는데 사용자가 질문에 집중하지 못하고 연필 돌아가는 것만 보고 있었습니다.

14. 적어도 UX를 위해서 리서치를 나가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프로페셔널이라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프로페셔널다운 복장과 태도, 인내력, 끈기를 지녀야 합니다. 리서치는 매우 힘든 과정입니다. 의미있는 시사점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머리가 두배이상 빨리 회전해야 합니다. 사용자와 대화하고 있는 순간에도 다음에 할 일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15. 마지막으로 리서치는 정해진 답을 확인하러 가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미 알고 있던 것을 확인하러 가는 게 아니라, 확신할 수 없던 이슈들을 확인하러 가는 것입니다. 제대로된 리서치를 진행하면 반드시 의미있는 시사점들이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리서치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겉핥기한 몇번의 경험을 가지고) 리서치의 불필요성을 간혹 강조하는 것을 보는데, 매번 리서치를 통해서 해답을 찾아온 나같은 사람한테는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 일입니다. 답은 사용자에게 있습니다.

 

– UX1 컨설팅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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