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이 이끄는 딴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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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이 이끄는 딴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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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브레인(www.rightbrain.co.kr)은 UX(사용자 경험, User Experience)를 매개로 한 컨설턴시이자 에이전시입니다. 사용자 경험을 높이는 것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UX디자인은 고객 영역과 대행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역량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웹 에이전시라고 불리던 곳들이 스스로를 UX디자인 전문 기업이라고 표방하는 곳이 늘었고 라이트브레인도 그 중 하나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브랜드와 실체간의 갭(Gap)
한 조직이 스스로를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고 표방한다고 해서 그 순간부터 인적 자원이 그에 걸 맞게 바뀌고 서비스 내용이 이를 따라 갈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기업들이 우선 시장의 변화된 요구대로 브랜드를 포장하여 표방하지만 내적 역량은 그 만큼 따라가지 못하고 제자리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브랜드와 실체간의 갭이 발생하고 내외부에서는 기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게 됩니다. 만약 라이트브레인도 변화의 임계치를 넘지 못했다면, 지금의 경쟁력과 차별화된 브랜드를 만들지 못했을 것입니다.

라이트브레인은 이를 위해 최고 경영자가 주도하여 비전과 경영전략을 새롭게 새웠으며 부족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리더들을 영입하고 인적 자원을 강화했습니다. 기존 조직의 동의 하에 서비스 범위를 재설정하고 프로세스를 정비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조직은 가시적인 결과를 보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고객의 요구에 임하였고, 성공적인 프로젝트 결과를 통해 변화의 가치를 조직 내에 증명해 나갔습니다.

브랜딩 의도에 맞춘 변화 내재화
하지만, 내부의 시도와 노력만으로 우리의 변화된 모습을 시장에 포지셔닝하기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것을 알기에, 대외 포지셔닝을 위한 의도적인 브랜딩 작업을 계획하였습니다. 이는 변화 초기부터 염두에 두었던 것으로 기존 고객, 가망 고객과 시장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라이트브레인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각인 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였고, 이는 우리가 보여지고자 하는 이미지와 고객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간의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깃발을 세우고 가치체계를 만들고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 변화를 내재화하는 여정이 필요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목적으로 돈 버는 일과 상관 없는 몇 가지 딴짓들을 기획하였고 감행하였습니다. 라이트브레인은 주요 딴짓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UX 디자인 전문 블로그 – 업계 종사자들이 라이트브레인의 강점으로 꼽고 있는 블로깅 활동입니다. 전 구성원이 참여하여 작성하고 있으며 일주일에 두 편씩 업데이트 됩니다. 내부 구성원들이 본인 분야의 전문적인 역량과 경험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는 뉴스레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고객과 업계 종사자들에게 전달됩니다. 현재까지 가장 많은 뷰(View)를 기록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업계 구루(Guru)라고 인정받는 시니어들의 글이 아니라 디자인 그룹 사원이 쓴 ‘신입 디자이너를 위한 아이콘 디자인 실전 노하우’였으며 유니크 뷰로 3만회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blog

 

UX 아카데미라이트브레인 U’ – 미래의 UXer들을 위한 교육으로 UX전문가로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는 교육입니다. UX에 대한 기초지식이 있는 학생과 직장인과 더불어 사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며 정규 과정은 보통 15회 강의로 구성됩니다. UX 개념, 필드 리서치, 모델링, 서비스 디자인, 프로토타이핑과 같은 구성으로 UX디자인의 주요 프로세스를 모두 경험하고 최종 결과물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현재까지 4기까지 배출하였으며 이 번 여름에는 학생들만을 위한 단기코스로 섬머 스쿨을 개설하였습니다.

ux_academy

 

UX 트랜드 리포트 ‘UX Discovery’ – UX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보다 양질의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1년에 2회 발행되는 UX 관련 케이스 리포트입니다. IoT, 드론, 인공지능, 뉴 인터렉션과 같이 분야를 분류하여 주목할만한 사례를 소개하며 각 사례에는 UX 관점의 인사이트가 덧붙여집니다. 최근 발간된 UX Discovery 3호에서는 총 17개 분야의 240여개 사례를 수록하였으며, 라이트브레인 블로그와 슬라이드쉐어를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discovery

 

‘일하기에도 바쁜데, 돈 버는 것에만 집중해도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시장 상황인데’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을 어떻게 지속하는 지 의아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딴짓이라는 표현도 위 활동들이 회사의 수익에는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기여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돈 벌 사람들이 일할 시간에 딴짓을 해야 하고 이를 조정하고 독려할 담당자가 필요하기에 오히려 비용이 드는 활동입니다.

구성원의 이해와 동의
그럼에도 불구하여 이러한 활동들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UX 디자인 분야가 높은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것이고 내부 구성원들에게도 전문가로서의 지식과 경험을 안팎으로 공유할 것을 독려하기 때문입니다. 블로그를 운영하기 위한 시도는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실패 경험을 성공 경험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의 가치 체계가 바뀌었고 이에 따라 내부 구성원을 평가하는 기준이 새로이 새워졌으며 이러한 딴짓들 또한 일하는 방식과 문화로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렵게 받아들이던 이러한 활동들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아직 모든 구성원들이 이를 편안히 받아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머리 속으로는 동의하지만 실행하기에는 힘이 들기 때문이지요.

이를 이끄는 힘은 이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가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지식과 경험의 공유라는 것에 거의 모든 구성원들이 동의하기 때문이고, 이러한 활동들이 단지 기업 문화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사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브랜드는 혼자 저절로 성장하지 않는다
기업 브랜드의 가치가 사업을 열심히 하기만 하면 저절로 성장할까요? 개인 브랜드의 가치가 묵묵히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 잘한다고 커질까요?
우리는 고객들에게 우리를 알아봐달라고 소리치지는 않았지만, 어느 순간 눈에 띌 수 있도록 그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에서 매력 있는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디자인기업들이 고객의 브랜드와 사용자 경험을 키우는 데에는 많은 일조를 합니다. 큰 기업인 고객이 전문가들을 영입하며 똑똑해질 때 디자인 기업 또한 이에 못지 않게 내부 역량을 키우고 좋은 자원을 영입하고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들이 차별화 되지 못한다면, 잘 드러나지 않는다면 단지 많은 그렇고 그런 기업 중 하나로 머무를 가능성이 큽니다.

디자인 기업이라면 남의 것을 제대로 만들어주기 위한 고민 이전에,
자신의 기업을 본연의 가치 철학과 역량을 가진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이를 지속적으로 잘 유지하여,
자신의 브랜드가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도록 전략적인 브랜딩 활동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돈 벌기도 바쁜데 포장하는데 시간 쓰고 돈 쓴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제대로 하면 그 것이 사업이고 기업의 문화를 키우는 방법입니다.

 

– 라이트브레인  황기석

* 본 칼럼은 디지털다임 뉴스레터 dPaper 173호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