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잉크(e-ink)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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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잉크 들어보셨나요? 지금은 전자잉크(e잉크)를 활용한 다양한 디스플레이가 우리 생활에 친근하게 다가와 있습니다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그렇게 친숙한 경험은 아니었는데요.

전자잉크(e-ink)란, 두 개의 패널(전자종이 혹은 e-paper라고 부름) 사이에 마이너스와 플러스의 전하를 띄는 마이크로캡슐을 넣어두고 전기 자극에 의한 필요한 캡슐을 위쪽 패널에 붙이는 방식으로, 전하를 프로세서로 미세조절하여 전자종이에 검은색 그림이나 글자를 표현하는 것을 말합니다.

학창 시절, 철가루를 이용한 자석의 자기장이나, 풍선에 정전기를 일으켜 머리카락을 곤두세우는 경험을 해보셨을 텐데요.
쉽게 말해 전자잉크는 이러한 원리를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자잉크기술원리

전자잉크(e-ink)의 기술 원리 | 출처. E-link Corporation

전자잉크가 주목을 받는 가장 큰 장점은 전력 소모량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전력 소모가 기존 디바이스에 비해 극단적으로 적어 1000mA의 배터리 완충 상태에서 대략 75,000페이지까지, 시간으로는 약 1~3개월, 길게는 6개월 이상 지속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또한 백라이트 없이 반사광에 의해서만 읽기 때문에 눈의 피로도가 상당히 적고, 저장용량이 큽니다.
보통 책 한 권을 담은 파일의 크기가 300-500KB이므로, 용량이 500MB라면 1000-2000권 가량의 책을 담을 수 있습니다.
만화책으로 치면, 수십에서 수백 권은 담을 수 있으므로 상당히 많은 용량입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은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힙니다.
지금은 단종된 우리나라의 누트(전자잉크 e북기기)를 예로 들어도 20만 원대 가량이었고, 같은 6인치 디스플레이 소니의 경우에도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근래까지 e-ink로 개발된 제품들 중 상당수가 그리 착한 가격은 아니었는데요.
좀더 보편화될 가까운 미래에는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전자잉크를 활용한 제품들은 다양한 분야에 기발한 아이디어로 속속 선보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제품은 스마트워치 워브 밴드(Wove Band)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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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브 밴드(Wove Band)│출처 http://www.wove.com/

워브 밴드는 손목 위 작은 화면에 답답함을 느낀 사용자들을 위해 과감하게 화면을 키웠습니다.
화면크기는 30mm x 156mm로 기존의 다른 스마트 워치보다 다섯 배 정도 큰 화면을 자랑하는데요.
또한 전자잉크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전력 소모를 최소한으로 줄였습니다.

워브 밴드라면 내비게이션 경로를 확인하는 것도 문제가 없습니다.
화면이 길어져 목적지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으며, 회사에서 보낸 장문의 업무 메일 등 웬만큼 긴 텍스트도  한 화면 안에서 표시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강한 태양광이 내리쬐는 정오에도 화면이 잘 보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5.1을 기반으로 자체 OS를 사용하는 워브 밴드는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올해 상반기쯤 첫 선을 보일 예정입니다.

다음은 소니의 만능 리모컨 휴이스(Huiiis) 입니다.
전체적으로 심플하게 디자인된 몸체와 전자잉크를 사용하여 소비전력을 줄이고, 리모컨처럼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는데요.

휴이즈

리모컨과 연동 중인 모습

휴이즈01

다양한 형태의 커스터마이징
출처 https://first-flight.sony.com/pj/2/HUIS%20REMOTE%20CONTROLLER

휴이스는 TV, 에어컨, 오디오 등 집 안에 있는 모든 전자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재미있는 컨셉의 만능 리모컨입니다.
하나의 기기에서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선택할 수 있어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조절이 가능하고, 사용자들이 꾸민 화면을 테마처럼 공유하거나 다운로드를 통하여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엄청난 기기의 가격은 2만 7950엔(약 29만 6000원). 집 안의 모든 기기를 제어하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자전거 내비게이션으로 사용하다 보면 난감한 순간들을 한 번쯤은 경험하게 됩니다.
라이딩시 복잡한 UI 화면을 들여다보기가 어렵다는 점이죠.
그 점을 보완한 색다른 내비게이션 기능을 지원하는 비라인(BeLiiine) 입니다.

비라인01

목적지 방향을 알려주는 비라인(BeeLine)│출처. 킥스타터(Kick Starter)

위 영상과 같이 가야 할 방향을 화살표로 표시하고 있는데요.
재미있는 점은 화살표가 표시하고 있는 방향은, 가고 있는 방향이 아니라 목적지의 방향이라는 점입니다.
나침반으로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르실 것 같네요.

물론 스마트폰처럼 정확한 길 안내는 불가능할지라도 대략적인 목적지의 방향을 알려줍니다.
만에 하나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섰다 하더라도 길을 찾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 같네요.

스마트폰 어플과 연동하여 속도나 방향, 시간 등 라이딩에 필요한 기능을 모두 지원하고 있습니다.
비라인은 현재 킥스타터에서 펀딩을 진행 중이며, 내년 하반기쯤 만나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프트 웨어(ShiftWear)

그동안 전자잉크의 한계점이었던 컬러의 표현이나 애니메이션 등 한계를 뛰어넘은 제품인 시프트 웨어(ShiftWear)는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디스플레이에 원하는 이미지로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스마트한 스니커즈입니다.

요타폰

두 얼굴의 요타 폰
출처 https://first-flight.sony.com/pj/2/HUIS%20REMOTE%20CONTROLLER

앞면에는 아몰레드 패널을, 뒷면에는 킨들이 사용하는 전자잉크 패널을 탑재한 요타 폰(Yota)도 전자잉크를 활용한 기발한 제품들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글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자료들을 찾아보며 놀라웠던 점은 전자잉크라는 분야가 적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주 짧은기간 급속도로 발전해왔을 거라는 제 예상과는 달리,  2006년부터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졌는데요.

초기의 전자잉크는 전자책의 형태를 많이 띄고 있습니다.
2009년에 출시된 아이리버 스토리(iRiver Story) 역시 전자잉크를 기반으로 흑백 8 gray 디스플레이를 사용하였습니다.

아이리버03

2009년 출시된 아이리버 스토리(iRiver Story)│출처 http://darkview.blog.me/90392239

피처폰에서 터치폰으로 넘어가는 시기였던 당시로서, 아이리버 스토리는 상당히 세련된 UI를 가지고 있었다 생각합니다.
아날로그식 레이아웃과 인터페이스는 사용자에게 충분한 직관성을 제공하고,  그 부분에서는 상당한 작품성과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밝기 조절이나 농도조절, 컬러 및 애니메이션이 지원되지 않았다는 점인데요.
이 부분은 그 당시 전자잉크 기술의 한계였던 것 같습니다.

아래 사진들이 무엇으로 보이시나요?

PENTAX Image

 

PENTAX Image

전자잉크를 활용한 미래의 단말기 모습│출처 http://egloos.zum.com/bikblog/v/1223440

언뜻 보면 웹 화면을 인쇄한듯한 종이 같아 보입니다만 실제로는 신용카드 크기의 ‘단말기’입니다.

이 기기는 전자잉크와 전자종이(e-paper)를 사용하여 얇은 디스플레이와, 와이브로를 통한 웹 검색은 물론 MP3, 동영상까지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아직 설계단계이기는 하지만, 이 카드는 All-in-One Card 혹은 AIO Card (Advanced Input Output Card)라 불린다고 하는데요.

이 작은 카드 하나면 가방 한가득 무겁게 들고 다니는 기계들이 하나로 해결될 것 같습니다.
자바 카드나, 스마트카드를 내장해 전자 주민등록증이나 신용카드도 포함할 수 있다고 합니다.
GPS 기능을 통해 사용자의 위치를 추적하여, 도난도 대비할 수 있다고 하네요.

전자잉크가 재미있고 다채로운 아이디어와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 인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산업적으로 Killer application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기술적 우위는 물론 원가 경쟁력 확보도 중요해 보입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플렉시블(flexible) 디바이스 및 웨어러블(wearable) 디바이스의 시대가 임박함에 따라 다양한 소재 기술이 요구되는 시대가 올 텐데요. 전자잉크가 적용될 다양하고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

– 가치디자인그룹 남묵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