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는 과연 유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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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라는 담론은 2000년대 후반 혜성처럼 등장하여 웹과 모바일 업계는 물론, 거의 대부분의 기업, 기관, 개인들에게 화두를 던졌습니다. 기존에 명멸했던 많은 IT 키워드를 기억하고 있는 우리에게 어떻게 보면 ‘UX’는 하나의 유행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UX는 유행이다?

‘UX’가 60년대 후반 태동된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나 80년대의 Interaction Design, 90년대의 Design Thinking에 기반하여 변화 발전되어온 진화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볼 때, ‘유행이냐? 유행이 아니냐?’는 질문은 사실 재고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최근에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이나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 톰 피터스와 같은 세계적인 경영학자들까지 ‘경험의 가치’를 중요하게 역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UX 디자인이 하나의 신앙처럼 이전의 지식과 경험만 반복해서 답습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실패한 UX 프로젝트 다수가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과연 ‘UX’는 하나의 유행에 그치지 않고 향후에도 디자인의 방법론으로써 가치를 인정받을까요?
앞으로 UX 컨설팅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까요?
지금부터 몇가지 실마리를 통해 위 질문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합니다.

‘어떻게’가 아닌 ‘왜’라는 관점에서

먼저 “UX 컨설팅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에 앞서 “왜 UX 컨설팅을 해야 하는가?”를 되짚어 보겠습니다.
기업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빌어 해결하고자 하는 방식을 ‘컨설팅’이라고 합니다.
UX 컨설팅은 기업의 고객(End-User)들, 이해관계자들(임직원, 협력사, 공급자, 대리점)을 대상으로 리서치를 진행하여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발굴하고 제품의 혁신을 이끌어 내는데 활용됩니다.

UX 컨설팅이 앞으로 더 중요해지는 이유 

첫째, 시장의 추세는 이제 통제 불가능한 영역으로 들어선 지 오래입니다.
과거의 경험이나 통계에 기초하여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여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예전에 성공했던 경험이 이제는 통하지 않거나 오늘 아침까지의 통계 데이터 분석이 내일의 시장 동향을 말해주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갑자기 새로운 신제품이 기존의 질서를 모두 파괴하고 새로운 시장 질서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 가지고 시장에 대응하기보다는 시장에 숨어 있는 단초를 찾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의 구체적인 경험과 감성을 아는 것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유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둘째, 기업 내에 소속되어 있는 UXer들은 제한된 영역만 파고들기 때문에 다양한 과제를 탐색해 온 외부의 전문 컨설턴트들에 비해서 사고나 활동의 폭이 빈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나의 전문 영역에 기반할 경우 해당 카테고리(예: 쇼핑)에 대한 사용자 경험을 면밀하게 추적하고 과거의 노하우를 계속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카테고리를 벗어난 UX 전문 지식이나 다른 사회문화적인 변화에는 취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여러 카테고리를 넘나들며 사용자 경험을 연구해 온 UX 컨설턴트들은 새로운 시각에서 문제를 고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좀 더 능동적으로 대안들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셋째, 갈수록 증대되고 있는 신기술의 등장은 기술과 UX에 모두 능통한 전문가들을 필요로 합니다.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인터렉션 방식, 서비스 도구, 인터페이스들이 기존의 시장에 침투하여 사용자의 경험 흐름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익숙했던 경험과 새로운 것이 주는 가치 사이에서 사용자들은 계속 갈등합니다. 이제는 둘의 힘겨루기에서 어느 한쪽이 우세하게 될지를 예측하고 준비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해결책이 ‘우리’가 아닌, ‘경쟁사’에서 등장할 경우 뜻하지 않았던 비극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변화의 시대에서 정해진 범위 내에서만 생존을 고민하는 것은 부족합니다. 다양한 지식과 노하우를 알고 있는 외부의 전문가들이 필요합니다.
이는 과거의 데이터 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의 숨겨진 니즈와 수용도(acceptability), 태도 변화까지 읽어낼 수 있는 UX 컨설턴트의 역할입니다.

UX 컨설팅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최근 2년내에 들어온 컨설팅 의뢰 내역들을 아래과 같이 유형화시켜 보았습니다.
(향후 전망분석을 위해 전통적인 웹 및 모바일 UX 컨설팅 의뢰는 제외했습니다)

  • 새로운 방식의 인터렉션, 기존보다 더 편리하고 직관적이며  단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기기 조작방식을 상세한 수준까지 설계해 주세요
  • 센서와 통신 장치가 우리 제품에 부착될 경우 제품이 제공하는 가치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질 지 제시해 주세요
  • 새로운 웨어러블 제품을 사용자들이 쉽게 받아들이고 일상적으로 사용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디자인이 필요한가요?
  • 기존에 2D로 되어 있었던 것을 3D로 만든다면 인터페이스와 인터렉션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요?
  •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을 이용하여 우리의 서비스를 새롭게 제공할 수 있을까요?

위에서 든 예시로 보듯이 앞으로의 UX 컨설팅은 다음과 같은 네가지 방향에서 이전과 달라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첫째, 전통적인 필드 리서치가 힘을 잃게 됩니다.
In-depth Interview, Ethnography, Contextual Inquiry 등의 전통적인 필드 리서치 방법보다는 인위적으로 상황을 만들고 사용자가 그것을 체험하게 한 후, 그 결과를 다양한 시각에서 반복적으로 검증하는 리서치들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아직 써보지도 않은 신기술을 놓고서 사용자와 대화해본들 첫인상이나 표면적인 개선사항 정도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수집된 데이터들은 경험이라기보다는 의견이나 선호도에 가깝습니다.
리서치시 실제와 같은 상황을 부여하고, 기존의 익숙했던 패턴을 변화시키는 환경을 만들어 내야 사용자의 경험 파악에 더 유리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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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http://macguffinblog.com/]

둘째, 테스트의 영역이 이전보다 확장됩니다.
기존의 테스트가 완성 직전에 있는 프로토타입을 사용성 관점에서 검증하는 수순이었다면 앞으로는 여러 단계에 걸쳐서 테스트가 세분화되고, 사용성 뿐만 아니라 접근성, 수용성, 대체가능성, 지속적인 유용성, 감성적 변화까지 포괄하게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해 테스트가 더 중요해지고 필드 리서치와 통합되는 양상을 보일 것입니다.

셋째, 기술에 대한 수준 높은 이해가 요구됩니다.
현재 사물인터넷에 사용되고 있는 센서만 해도 100여가지가 넘습니다. 그것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인터넷을 찾아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가격이나 크기, 형태, 동작에 따른 작동방법까지 상세히 알아야 UX 컨설팅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다양한 신기술들을 섭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어진 과제에 해당하는 기술들을 상세한 수준까지 파악하는 깊이있는 지식도 필요합니다.

넷째, 지금까지의 UX 컨설팅이 인터페이스라는 영역에 한정되거나 신규 서비스 제안에 일부 할애되어 왔던 데 비해, 앞으로의 UX 컨설팅은 인터렉션(사용자와 기기간의 동적인 상호작용) 영역이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웹이나 모바일의 2D 인터페이스는 인터렉션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제한되어 있었던 반면, 웨어러블이나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기기 등에서는 인터페이스보다 인터렉션의 역할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UX 컨설팅의 미래와 과제

현재 화두가 되고 있는 자동 주행 차량, 인공지능 컴퓨터, 현실감이 뛰어난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뇌파를 이용한 기기 조작 등은 인류가 이룩한 놀라운 기술적인 진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그것들이 현실에서 활용되기까지 많은 문제가 언급되고 있습니다. 기술의 과도한 발전을 우려하여 디스토피아(비관적인 미래)적인 전망을 내놓는 경우도 종종 신문에 등장합니다.
그것은 새로운 신기술들이 어떻게 활용되어야 하는 지에 대한 숙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라이트브레인 UX1 컨설팅 그룹은 다음과 같은 영역이 향후 UX 컨설팅의 미래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인공지능과 관련된 인터렉션 분야
  • 가상현실 서비스 (3차원 어플리케이션)
  • 자동 주행 차량이 변화시킬 이동형 서비스
  • 뉴로 인터페이스를 응용한 서비스
  • 신체 센서를 이용한 감성 관련 서비스
  • 환자 주도형 헬스케어 서비스

1900년대 초반 자동차가 대중화되기 시작했을 때, 자동차는 넓은 도로 뿐만 아니라 수많은 변화를 파생시켰습니다.
물리적인 측면에서만 봐도 교차로, 신호등, 주유소, 주차장, 정비소, 자동차 악세사리 판매점 등 새로운 제품과 관련 산업이 생겨나는 파급효과가 있었습니다.
한동안 시행착오가 반복되면서 자동차가 불러온 변화는 정교하게 자리를 잡아갔고, 다양한 운전환경이나 교통사고, 법규 위반 등을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인해 자동차 자체도 많은 발전과 변화를 겪어 왔습니다.
와이퍼, 안개등, 썬루프, 안전벨트, 에어백, 감지 센서 등 예전에 없었던 기능들이 보강됩니다.

앞으로 자동 주행 차량이나 인공지능 컴퓨터는 초기에 자동차가 가져온 변화에 필적하는 수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모습들에는 반드시 다양한 디자인의 시도가 필요합니다.

누가 그 일을 담당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
저는 감히 그것이 ‘UX 컨설팅의 과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글과 비슷한 고민을 현재 하고 계시거나 조언을 주실 분들은 언제든지 교류를 하기를 희망합니다.
웹과 모바일에 치중되어 있는 국내 UX 생태계를 글로벌 UXer들이 고민하는 수준으로 한단계 끌어올리고 싶은 것이 제 바램입니다.

 

– UX1 컨설팅그룹 조성봉 (sbc@rightbr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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