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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즘(ism)’

디지털 UX 에이전시에서 일을 하며 여러 클라이언트를 만나 새로운 서비스를 함께 기획하고 구축해나가는 과정 속에 누구나 들어봤을 조언.
“우리 부문장님이 페이퍼에 꽂히셨어요”
“요즘은 패쓰가 대세 아닌가요?”
“구글 플러스 보셨어요? 팀장님이 관심 많으시니까 참조하세요”

올해 유행색은 핫핑크! 라고 하는 것처럼 지금은 **앱이죠! 라는 식의 고객사의 이런 요청에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그 서비스들만큼 멋진 서비스로 구현을 해달라는 뜻일 거야’ 하며 참고하고 웃어넘기곤 합니다.

물론 제안할 때나 UX 디자인에 착수하기 전 다양한 사례를 보고 케이스를 스터디 하는 것은 기본 과정이지만, 가끔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이 일을 시작하는 주니어들에게서 그로 인한 ‘폐해’가 발견될 때죠.

“이건 왜 이렇게 해야 해? 다른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라고 물었을 때
“네이버에서 그렇게 하는데요?!”
“페이스북은 그렇던데.. (말꼬리를 흐리며)”
라는 답을 들으면 황당하고 분노하며 결국 목소리가 높아지고 맙니다.

“우리 서비스가 페이스북이니?”
“네이버에서 그렇게 하면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하니? 당신 생각은 없어?”

물론 네이버에서 그렇게 했으니 우리는 하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사용자에게 어떠한 경험을 제공하는 이유와 논리는 트렌드나 다른 사례들을 모방하는 것을 넘어서 더 깊은 고민과 방안찾기 노력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져야 합니다.

“여러 케이스들을 봤는데요, 네이버가 이와 유사한데, 제 생각엔 이러이러해서 우리 서비스엔 이렇게 인터페이스가 전개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라는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얼마 전 JTBC 뉴스룸 앵커 손석희 씨의 인터뷰가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저널에 이즘을 붙인 이유를 늘 생각하면 됩니다. 그냥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 저널과 거기에 기록하는 사람의 관점과 철학이 들어가는 저널리즘은 다르다고 봅니다”

우리에게도 ‘이즘’이 필요합니다.
대단한 관점과 철학이라기 보다 늘 ‘사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고민하는 포인트 포인트마다 생각이 담기고,
더 좋은 방안을 모색하고,
그 중 가장 적절한 선택을 하고,
그것을 자신의 논리로 설득하고,
그런 고민들이 모아져서 어딘가의 방향을 갖고 있는 설계와 디자인.

그래서 오늘과 다른 디자인,
달라야 하니까 다른 디자인이 아니라
왜? 라는 질문에 답을 하며 달라지는 디자인.
이것이 라이트브레인의 모토 ‘오늘과 다른 디자인’이며, 제가 오래 동안 이 일을 하면서도 늘 재미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왜? 라고 물었을 때 자신의 답을 하는 사람.
그들은 늘 오감을 바짝 세워,
길을 걸으면서도 귀를 쫑긋하고 의문을 갖고 탐구하고 사유하여
자기 생각의 얼개를 촘촘히 엮어 나가는 사람일 것입니다.

그 고민의 깊이를 더할수록 힘들어지고 피하고 싶은 길일 수 있지만
그 재미는 그 어떤 오락도 비할 수 없는 충만함을 주기도 합니다.

지금 시작하는 친구들도 이 재미를 쭉 느끼며, 이 일을 하는 고통을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화이팅.

 

– 가치 UX그룹 민보영

 

* 이미지출처. thenewdesigncul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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