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철학으로 시대를 디자인한 22인의 이야기, 필로 디자인

삶과 철학으로 시대를 디자인한 22인의 이야기, 필로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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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생활을 시작하며 처음으로 읽었던 ‘필로 디자인’의 개인적인 생각과 느낌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입사 초기에 보았던 이 책은 회사에서 작업을 하는데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입사 전의 실타래처럼 엉켜있던 제 생각을 정리해주기도 하였고, 작업에 앞서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시기에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이 제 디자인이 성숙해지기 위한 좋은 타이밍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Philo Design_01
(이미지 출처 – 한국일보 2007-03-23 기사)

2014년 새해가 되어 처음으로 읽게 된 이 책은 비록 짧은 기간에 속독했던 책이지만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 주었다.
책을 한줄한줄 읽어내려갈 때마다 새롭게 드는 생각들과 깨달음이 많았는데 이 모든 생각들을 글로 정리
하자니 어디서부터 글을 써내려야갈지 모르겠다.

 

Before Reading

내가 생각했던 디자인이라는 것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해본다면 아마 그동안 나는 형태적인 부분에만 많은 신경을 쓰고 작업을 해왔던 것 같다.
사실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우고 깨달았지만 디자인의 이론적인 부분과 형태적으로 보여지는 작업물들을 별개의 존재로 생각해왔었는데 아마 잘못 생각했던 부분인 것 같다.
진정한 디자인,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아직까지
디자이너로서 커가는 나로써는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은 계속해서 변해가고 있다.
처음 디자인을 시작했던 학창시절에는 아무도 나에게 디자인에 대해 깊이 고민하라는 어드바이스를 해주지 않았고 나 또한 그런 ‘생각’을 굳이 해야하는지 몰랐다.
그저 바라보았을 때 보기 좋은 것, 그것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이 후, 자격증도 공부하고 학교에 다니면서 디자인 역사에 대해 알게 되었고 알게된 디자이너들도 많아
졌지만 이러한 지식이 나의 디자인 가치관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었다.
이러한 형태적인 부분만을 고집하던 나의 생각이 바뀌게 된 때는 대학에서 UI디자인을 배울 때였다.

Philo Design_02

크게 예를 들어보면 내 손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이 작은 편이다.
그래서 인지 인터페이스를 구성하거나 아이콘을 만들 때에 나 이외의 사용자는 고려하지 않고 디자인했던 내가 만든 앱은 전체적으로 미니멀리스틱하고 심플한 느낌이 났다.
이 어플이 출시하게 된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예시는 DPS를 이용하여 컨텐츠적인 성격이 강한 앱북을 만들었는데 디자인과 유저사이의 피드백이 원활하지 못해서 전공 친구들 이외의 사람들은 쉽게 앱북을 작동할 수 없었다.
무엇을 눌러야 다음으로 넘어가는지 알지 못하고 숨어있는 부분도 찾아내지 못했다.
앱북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하고 만들었던 디자이너이자 개발자인 나만이 모든 것을 작동하고 볼 수 있던 셈이었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통해, 좋은 디자인이란 전문적인 기술과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일반인들도 쉽게 작동할 수 있고 평균적인 사람들의 이용함에 있어 쉽고 편리한 디자인이라고 생각이 변했었다.

 

After Reading

하지만 필로디자인을 읽고 좋은 디자인에 대한 나의 생각이 다시 바뀌었다.
이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궁금해져, 다른 사람들의 리뷰도 읽어보았는데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구절이 있다.
‘자신의 작업물을 이론적으로 풀어내지 못하는 디자이너’이다.
이 구절을 읽고 민망함과 창피함에 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디자인은 무엇이었나?’, ‘내 작업물을 만들면서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며 만들었나?’,
‘내가 생각을 하며 만들기는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에, 과연 나는 좋은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까라고 걱정이 들었다.
형태에만 치중을 했었던 내가, 나만이 아닌 다른 다양한 사용자를 위해 많은 고민을 하는 디자이너로 바뀌긴 하였지만 이런 생각 또한 턱없이 부족한 생각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며 필로 디자인에 나온 디자이너들은 모두 대단하고 위대하다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에 대한 이유를 찾아내지 못했었는데 이제 그 해답을 찾게되었다.
그저 디자인역사에서 큰 획을 그어서, 대단한 작업물을 만들어내서, 좋은 대학에 나오고 많은 경험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들의 작품 속에는 그들의 생각이 잘 담겨져있다.
자신의 작업물에 자신의 의도와 생각을 모두 담아내기에는 얼마나 힘든지, 디자이너라면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형태적인 면만을 생각해서 디자인을 했을 때도 많은 고민을 하고 생각을 했는데 그 내면적인 부분까지 생각하며 작업을 했다고 생각하니 내 입장에서는 그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내 작업물에 어떻게 의미를 넣어 내재적인 부분과 형태적인 부분이 조화로울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해야겠다.

근대에서 현대까지의 주요 디자이너들의 철학과 이야기를 보았는데 마치 처음부터 정해진 한줄기의 흐름같았다.
대학에서 근현대디자인사를 배울 때 바우하우스의 역사에 대해 빠삭할 정도로 바우하우스 시기의 디자이너에 대해 잘 알고 있었는데, 발터 그로피우스부터 미스 반 데어 로에까지 근대의 디자이너들이 현대의 디자이너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쳐 오늘날의 디자인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당연히 우리 세대 이전의 사람들을 보며 배우면서 자라는게 맞는 건데도 다른 느낌으로 와닿았다.
특히, 아직도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디자이너를 보고 있으면 같은 세대를 살고 있는 것 만으로도 많은 뿌듯함을 느낀다.

저자는 다른 국적의 디자이너들을 소개할 때, 그 디자이너의 특징과 장점을 쓰며 우리나라 디자인의 현 시점과 비교를 하고 있었다.
더불어 문제점을 제시할 때 저자와 독자가 함께 문제점을 해결해볼 수 있도록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 참 좋았다.
단순히 디자이너들에 대한 정보의 전달만이 아닌 우리나라의 디자인 상황도 생각하고 돌아보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읽으면서 ‘나도 이런 아티스트적인 성격을 띠는, 자신의 작업물에 이론적으로 의미를 풀어낼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 나는 그렇게 되기 힘들 것 같다.

 

To Be a Designer

사실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에 나는 아직도 정확한 답을 내릴 수 없다.
더 많은 책을 읽고 새로운 경험들을 해보면서 계속해서 답을 찾고 수정해나가야 하는 문제인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전부터 변함 없이 생각하는 나의 꿈은 내가 만든 디자인이 일상속에서 널리 쓰이는 것이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카카오톡 같은 서비스이다.
현재는 웹과 모바일 GUI를 작업하는 일에 즐거워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할 기술들이 발전하여 여러곳에서 다양한 UI들이 필요해지고 GUI의 범위도 넓어질 것이기 때문에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질 것이다.
그래서 모바일이나 웹이나 나의 손이 거친 디자인이 여러곳에서 사용되었으면 좋겠다는게 내 변함없는 작은 꿈이다.
하지만 꿈과 생각은 다른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어떤 디자이너가 되어야 할지는 생각하고 고민하는 중이다.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가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못한 것 뿐이지 책 안에 있는 디자이너들의 닮고 싶은 면들은 너무 많다.

우리는 작업을 하기 전에 벤치마킹을 한다.
그 벤치마킹은 외국의 디자이너들의 작업물들이나 외국 사이트에서 찾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나는 이렇게 온라인상에서 벤치마킹을 하다 보니 유행을 좇고 새로운 것만을 좋아하고 있었다.
하지만 책 속에서는 전통과 현 시대의 트렌드를 조화시키려는 디자이너들이 몇몇 보였다.
구식에서 신식으로 급변한 디자인이 아닌, 전통적인 것들이 현 시대에 녹아드는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변화된 느낌의 디자인을 보고 내 자신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무조건적으로 외국 사이트에서만 찾고 외국 디자이너들이 한 작업물에 부러움을 느끼고 트렌드에만 따라가려고 했던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본질적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하는데 디자인을 하다보면 오히려 중요한 부분을 잊게 되는 것 같다.
앞으로 벤치마킹을 할 때는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원초적인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을 하려는 자세를 갖도록 노력 해야겠다.

Philo Design_03
by 김하나

 

본 포스팅의 내용은 개인의 의견이며, Right Brain Communications 의 의견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catlist name=”Book review” numberposts=5 excerpt=”yes” pagination=”yes” excerpt_size=”0″ title_only=”y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