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을 어디부터 시작할 것인가?

디자인을 어디부터 시작할 것인가?

디자인을 어디부터 시작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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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는 ‘자신의 경험을 작업에 투영하기’에 대한 겁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시작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은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는가’의 문제입니다.
이른바 ‘흰 캔버스 공포증’이지요.
화가들이 하얀 캔버스를 이젤에 올려놓고
‘아, 이번엔 뭘 그려야 하나’라고 느끼는 막막함을 일컫는 말입니다. (실제로 있는 병명입니다!!)
프로젝트의 이유나 방향은 이해하겠는데 어떻게 시각화해야 하는지 모를 때, 혹은 목표가 어렵거나
기획의도가 모호할 때 우리는 조금 막막해집니다.

흔히 미술작업을 할 때, 작업을 시작하는 3원칙이 있습니다.
1. 시각으로부터
2. 이야기로부터
3. 소재로부터

1은 주로 풍경화나 초상화,
2는 종교화,
3은 현대미술이나 조각작업에서 주로 쓰입니다.

우리의 업무로 번역을 해 보면,
1. Brand identity로부터 – BI의 색이나 도형적인 특성을 가져오기
2. storytelling – 이야기로 풀어내기
3. 디바이스의 특성으로부터 – flicking이나 swipe등 작동방법 위주로 아이데이션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주제인 ‘자신의 경험을 작업에 투영’하기는 위 원칙 중 2에 대한 보강입니다.
미술작업은 자신의 경험으로부터(내부로부터) 이야기를 꺼내 오거나 신화나 성경으로부터(외부로부터)
이야기를 가져 올 수 있는데 디자인은 ‘내부’로부터 이야기를 가져올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결국 ‘남(클라이언트)의 작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사실. 디자인 결과물에 ‘당신’의 이야기가 들어가도 괜찮습니다.
의도하던 의도치 않던, 당신의 취향과 성격이 들어갈 수 밖에 없거든요.
괜찮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담아도 좋습니다.
그럼 일 자체가 조금 더 즐거워 질겁니다.
(너무 심하게 들어갔다면, 그건 팀 내에서 걸러지거나 클라이언트가 조절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구요^^ )
이야기가 좀 추상적이어서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최근의 프로젝트를 예시로 할께요.

‘쿠키’ 다 아시죠?
SKP에서 시작한 ‘안드로이드 3D 월페이퍼’ 사업입니다.
쿠키에서 로고를 만들어달라고 했습니다.
SK Brand와는 좀 떨어져 있는 사업이고, 또 유럽향이어서 아이덴티티가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싸이월드스러웠던 기존로고의 어린느낌을 없애달란 요청도 받았구요.

How to Start_01
(이건 예전 로고인데…)

위의 3원칙으로 보면,
1. 기존 로고. 현재 방향과 맞지 않음
2. 유틸리티라서 분명한 이야기를 만들기 어려움
3. 안드로이드 폰 배경화면 (기능없음)
그닥 갖고 올 게 없더군요.

고민하다가, CUKI라는 단어에만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렸을 때 미켈란젤로의 사인을 따라하던 생각이 났습니다.
How to Start_02
요게 미켈란젤로의 싸인입니다.
michelangelo에서 c를 대문자로 바꿔서 아래로 내려쓰는 게 너무 멋져 보였습니다.

그 뒤로 제 사인도 다음과 같이 바꿨습니다.
How to Start_03
byeongsu에서 byeongSu로^^

쿠키를 영어로 써보니, 소문자로 쓰면 cuki , 대문자로 쓰면 CUKI.
소문자는 위로만 삐죽삐죽해서 안이쁘고 대문자는 평범하고 둥글둥글합니다.
그래서, 제가 어렸을 때 반했던 미켈란젤로의 사인에서 C자를 키워서 내려쓰는 방법을 가져왔습니다.
How to Start_04
Cuki/cuki/CUKI라는 쌩글씨보다 조금 더 부드러워졌지요.
높낮이의 리듬도 좀 나아졌습니다.
(빨간별은 글씨 후에 만들었습니다. 앞에서 C가 크게/낮게 들어가니 K가 위로 뻗기도 쉬워지더만요)
이 예시는 – ‘아이디어’이기도 하지만, 제 개인적인 ‘경험’이기도 합니다.
클라이언트에게 ‘이 C는 미켈란젤로의 사인에서 온 겁니다’라고 말할 건 아니고 쿠키 작업하신 분들과 뒷풀이 회식할때나 얘기할 거리겠죠.
아무튼, 이런 식으로 ‘자신과 얽히는 부분’이 있으면, 그 작업은 본인에게 재밌어집니다.
이런거, 재미있지 않나요?
남보다 ‘내’가 즐거울 수 있는 방법도 나쁜 건 아닙니다.

사실 오늘의 진짜 주제는 이겁니다 :
남을 즐겁게 하려면, 나도 즐겁게 하자!!
뭐든 좋으니 이야기거리를 만들면 이후의 작업이 조금 편해진다, 재밌어진다!! ^^

지난 2월 15일에 오랫동안 기다려온 앱이 런칭했습니다.
How to Start_05
Clear라는 앱인데요.
너무나 심플하고, 새로와서 한참 유행할 듯 합니다.
0.99$이지만, 한번쯤 깔아서 직접 다뤄보시기 바랍니다.

http://itunes.apple.com/us/app/clear/id493136154?mt=8

감사합니다.

by 김병수[catlist name=”Design Tip” numberposts=5 excerpt=”yes” pagination=”yes” excerpt_size=”0″ title_only=”y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