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대한 통찰,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3-1

미래에 대한 통찰,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3-1

미래에 대한 통찰,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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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시리즈에서 소개한 미래 디자인 방법론, 어떻게 보셨나요?

미래에 대한 통찰,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2-1

이번 3편에서는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을 활용한 제 석사 졸업 프로젝트 **무생물 이해관계자(Nonliving Stakeholders)**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걸 소개하는 이유는, 제가 상상한 미래를 가지고 여러분들과 담론을 나누고 싶어 졌거든요. :) 이 프로젝트 중에서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방법을 적용한 부분을 위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3편 1부]
  • Phase 1. 제품 사용 프로세스에 개입하여 행동 변화를 유도하다
  • 사람-제품-환경의 관계를 들여다보다
  • 제품 그 자체로 존중하고 공감하다
  • 동양적 세계관으로 관점을 바꿔보다

[3편 2부]

  • Phase 2. 제품이 이해관계자가 되는 세상
  • 제품은 이해관계자다
  •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으로 그려본 미래 

 


Phase 1. 제품 사용 프로세스에 개입하여 행동 변화를 유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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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젝트는 환경문제, 그중에서도 일회용 쓰레기 문제에 집중했습니다. 과한 일회용품 사용은 쓰레기 문제의 원인 중 하나입니다. 일회용품 대신 재사용이 가능한 대안도 충분히 제공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일회용품을 계속 사용할까요? 문제를 알면서도 옳은 행동을 하지 못하게 막는 요인이 무엇인지, 디자인이 이 문제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주제로 삼고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사람들이 새 물건을 구매하거나 사용한 물건을 폐기하는 시점에 친환경적인 대안이 있다면 사람들은 문제가 되는 옵션 대신 친환경적 대안을 선택할 것이라고 가정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제품 사용 라이프사이클을 그려보고, 그중 새 제품을 탐색하는 순간(프로토타입1)과 사용을 마친 제품을 폐기하는 순간(프로토타입2)에 친환경적 옵션을 제시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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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두 번의 프로토타입으로 알아낸 것은, 아무리 좋은 대안을 제시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이미 한 번 사용한 일회용품은 더럽고 다시 쓰기에 불쾌하다고 여긴다는 것이었습니다. 실험 참여자들에게 “방금 사용한 일회용품이 다시 쓸 수 있을 만큼 멀쩡하니 다시 써보는 건 어떻겠냐”고 물었으나 “그냥 포크일 뿐이고 종이일 뿐인데 왜 그래야 해?” 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다시 쓸 수 있지만 다시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이 친환경적인 선택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죠. 재사용된 제품이 환경에 더 이로운 건 머리로 알지만 가슴이 거부하고 있으니, 환경에 대한 교육을 하거나 재사용을 권장해도 소용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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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제품-환경의 관계를 들여다보다

사람이 자연에서 원재료를 추출하여 제품을 만들고, 사용하고, 폐기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버려진 제품들이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여기서 사람-제품-환경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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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제품-환경의 관계도

제품은 사람이 만들고, 사람의 편의를 위해 사용합니다. 하지만 재활용 마크를 달았더라도 결국 다시 쓰이지 못하고 버려진 다음 환경문제의 주범으로 지목됩니다. 플라스틱이 문제다, 일회용품이 문제다 하면서요. 이 관계도를 보니, 제품 입장에서는 억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품은 살아있는 것이 아니니 억울한 마음을 가질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제품의 입장을 이해하고 억울함을 느낄 수 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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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그 자체로 존중하고 공감하다

제품을 사람처럼 입장이 있고 감정이 있는 존재로 여길 수 있을까요?

가장 흔하고 쉬운 방법은 의인화입니다. 사물이 사람처럼 말을 하고 눈코입이나 팔다리가 달렸다고 생각하는 것인데요, 이는 애니메이션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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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ikipedia

하지만 의인화는 한계가 있습니다. 의인화는 작품 안에서 제품을 사람처럼 꾸밉니다. 의인화가 된 제품들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사람을 돕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품을 그 자체로 존중한다면 제품에 눈코입이 달리거나 인간의 언어를 사용할 필요도 없습니다. 제품들이 사람들과 소통을 원치 않을지도 모르는 것이지요.

제품을 사람같이 여기는 생각은 디자인씽킹으로도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제품이 억울한 입장이라는 생각 자체가 이미 인간 중심 디자인에서 중요시하는 ‘공감’으로부터 나온 생각이거든요.

디자인씽킹에서 강조하는 공감디자인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현실과 문제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사람’ 대신 ‘어떠한 대상’이라고 바꾸면, 그 대상은 동물, 식물, 심지어 제품으로도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인간 중심 디자인에서 사람 대신 다른 대상을 중심에 놓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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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적 세계관으로 관점을 바꿔보다

이렇게 사람이 아닌 것을 사람 같은 존재로 여기는 생각은 디자인으로만 가능한 발상이 아닙니다. 우리가 접한 철학과 종교에서 이러한 관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인간뿐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이 있는 것은 평등하고 존중한다는 사상이 있습니다. 도교의 장자는 호접지몽에서 “내가 나비인가 나비가 나인가”하는 발상으로 사람이 아닌 생명체가 되어보는 생각을 드러냅니다. 두 종교의 공통점은 사람이 아닌 자연의 존재를 사람처럼 존중하고, 동등한 수준으로 여기는 것이죠. 이런 관점은 심층생태주의(Deep Ecology)라는 개념과 연결되기도 합니다.

반면 서양에서는 인간이 자연보다 우위에 있다는 지배적 세계관(Dominant worldview)이 사회를 이끌고 있습니다. 정신과 물질이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이원론은 인간을 생각하는 주체로 여기고 자연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으로 바라보게 했습니다. 이는 과학 혁명이 활발히 이루어진 근대 사회의 기반이 되어, 많은 천연자원을 개발하고, 산업화를 이룩했으며, 자본주의에 기반한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데 일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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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세기말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지배적 세계관이 환경 파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습니다. 자연을 살아있는 것으로 보지 못하고 이용해야 할 대상으로만 여겼기 때문에, 환경이 파괴되어도 사람들의 행태가 그 원인이라고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동양의 철학과 종교에서 기반한 심층생태주의는 인간을 거대한 자연에 속한 하나의 생명체로 보고 생태계 안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산업화로 인해 파괴된 자연을 인간이 돌려놓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환경윤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개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3편의 2부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 CX컨설팅그룹 김성미

 

 미래에 대한 통찰,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1-1편 보기
미래에 대한 통찰, 스페큐레이티브 디자인 1-2편 보기
미래에 대한 통찰,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2-1편 보기
미래에 대한 통찰,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2-2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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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대한 통찰,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3-2편 보기
미래에 대한 통찰,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4편 (완결)


[참고]
이원화 개념 https://edmblackbox.tistory.com/500
이해관계자 정의 Work Group for Community Health and Development at the University of Kansas.n.d.Section 8. ldentifying and Analyzing Stakeholders and Their Interests. http://ctb.ku.edu/en/table-of-contents/participation/encouraging-involve-ment/identify-stakeholders/main
https://koreascience.kr/article/JAKO200111920840872.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