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의 질을 높이는 모더레이팅 스킬 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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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_g1 인터뷰는 ‘소통’입니다.col_g2

‘좋은 사용자 인터뷰란 무엇인가’에 대한 많은 의견이 있지만,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키워드는 ‘소통’입니다. 모더레이터(진행자, 이하 모더)의 역할은 질문의 의도를 참여자에게 제대로 전달하고, 조사 목적에 부합하는 대답을 이끌어내는 것인데요. 하지만 답변의 질은 인터뷰 참여자의 성격, 기분, 사고방식 등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에 따라 차이가 발생하며 이에 규칙적으로 대응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모더에게는 상황에 따른 대처 역량, 대화를 풀어가는 소통 능력이 요구되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참여자의 반응이나 상황에 따라 진행자가 어떤 행동과 말을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저의 관점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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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떠셨나요?’ VS ‘편했거나 불편했나요?

  A. 평소 ‘XX’ 앱을 자주 이용해보셨는데, 어떠신가요?
  B. 평소 ‘XX’ 앱을 자주 이용해보셨는데, 편했거나 불편한 점이 있었나요?

자칫 섞어 사용하기 쉬워 보이는 두 질문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저의 관점으로는 A는 전반적인 이슈를 발굴해야 하거나 조사의 범위를 좁혀나가기 위해 사용하는 질문입니다. B는 특정하고 구체적 응답을 듣기 위해 사용하는 질문이고요. 이 둘을 아무렇게나 섞어 사용한다면 질문의 의도가 변질될 수 있는데요.

‘어땠냐?’라는 단어는 넓고 추상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참여자의 ‘전반적 느낌’이나 ‘막연한 개념’을 파악하기에 적합한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참여자 응답의 범주는 서비스를 이용하며 느꼈던 모든 감정, 사용성 관점의 불편함,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마케팅 측면의 인식 등 그 자체로 하나의 큰 방향성이 될 수 있는 것까지 확장되거든요. 이로부터 시작해 무엇을 조사해야 할지를 추려 나갈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관점의 응답을 수집할 수 있는 것은 장점이지만, ‘어땠냐?’라는 질문은 참여자에게 ‘내가 무슨 관점으로 대답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남기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참여자가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희미한 윤곽만 가늠하도록 예시 문장(서비스에 대한 인식, 서비스를 쓰면서 기억에 남던 일,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 등)을 러프하게 준비해놓는 것이 좋습니다.

그에 반해 ‘편하거나 불편했나요?’와 같이 키워드가 포함된 질문은 편리함, 신뢰도, 유용성과 같이 특정한 범주의 문제를 파악하거나 검증하기에 적합합니다. ‘편리함’이라는 단어를 들은 참여자는 자신의 생각 범주를 ‘편리하거나 불편했던 것’으로 한정하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조사하거나 검증해야 할 포인트가 명확한 경우 알아내고자 하는 키워드를 질문에 포함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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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참여자 질문에 대답해주기 vs 역질문하기

  참여자: (인터뷰 도중) “이 버튼을 누르면 어떻게 되나요?”
  A: “이걸 누르시면 비밀번호만 눌러 결제하는 페이지로 이동해요.”
  B: “어떻게 될 것 같으세요?”

참여자가 궁금한 점을 모더에게 물어본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이때 모더의 대응은 참여자의 궁금함을 풀어주는 방식, 역질문하는 방식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참여자의 질문에 답변해준다면 참여자의 궁금함은 해소되겠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인터뷰 목적에 부합하거나 도움이 되는가?’입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인터뷰가 딜레이 되고, 종국에는 모더의 조급함이나 참여자의 집중력 저하로 이어지거든요. 그 때문에 참여자의 질문이 조사 목적과 관련이 없거나 부족하다면 간단하게 답변하고 넘어가시거나, ‘인터뷰가 끝나고 알려드릴게요’라고 응대하시고 넘어가시기를 권합니다.

반대로 참여자의 질문이 새로운 관점을 일깨워주거나, 차후 진행할 업무에서 이슈 라이징을 할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될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판단이 섰다면, 우리는 이에 대해 답변을 해줄 것이 아니라 역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게 무엇일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렇게 하면 어떻게 될 것 같으세요?’라고 말이죠. 이러한 질문을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인터뷰 설계 당시에는 발견하기 어려웠거나 가치 있는 조사 포인트를 추가로 발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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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참여자에게 말 계속 걸기 vs 조용히 듣고만 있기

  (참여자가 Task를 수행하는 중 인상을 쓰며 턱을 괸 상황)
  A: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B: (… 끝나길 기다렸다가) “다 되셨나요?”

인터뷰 방법론 중 Think aloud, 소리 내 말하기라는 것이 있는데요. 참여자에게 계속 말을 걸어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도록 돕는 기법입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참여자는 자신의 현재 상황을 더욱 깊게 인지하고, 모더는 참여자의 생각, 느낌, 감정 등을 상세하게 파악하는 장점이 있는데요. 하지만 이러한 방식이 언제나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용자가 Task를 수행하는 도중 갑자기 말이 없어진다면, 모더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요? 저는 참여자의 표정이나 제스처를 보고 참여자의 생각이나 집중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서면 말을 거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간단한 Task를 시켰는데 심드렁하게 있거나, 로딩을 기다리며 별생각이 없어 보일 때, 기계적으로 익숙한 작업을 수행하는 것 같아 보일 때와 같은 상황이라면 A처럼 계속 말을 거는 편이 유리합니다. 첫째, 침묵의 시간으로부터 인터뷰 시간을 알뜰하게 활용할 수 있고, 둘째, 집중력이 떨어진 참여자의 주의를 환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참여자가 턱 괴기, 눈의 깜빡임 속도 변화, 찡그린 미간, 머리를 긁거나 감싸는 등의 제스처 또는 표정의 변화를 보이거나, 복잡한 프로세스를 수행하고 있다면 참여자의 행동과 생각이 끝나는 시점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습니다. 모더의 개입으로 맥이 끊기거나 몰입에 방해가 됐다고 느낄 가능성이 있고, 현재의 시점을 이야기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으면 상대적으로 전후 맥락을 충분하게 이야기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음에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다면, 현장에서 참여자의 눈빛, 손동작, 몸짓 등의 미세한 변화에 집중해보세요. 말로는 들리지 않는 참여자의 수많은 목소리가 보이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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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참여자의 말을 되뇌거나 맞장구치기 vs 가만히 듣고 있기

  참여자 1: “이거 좀 이상해요. 이게 이렇게 되면 안 되지 않아요?”
  참여자 2: “어… 음… 글쎄요… 잘은 모르겠는데 이래서 이런가…?”
  A: “맞아요. 그거 좀 이상하긴 하죠. 지금 이런 것 때문에 그렇게 느끼신 거죠?”
  B: “가장 설명해주시기 어렵다고 느끼는 지점이 어느 부분인가요?”

저는 참여자의 응답이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거나, 핵심적인 문제라고 생각되는 경우 현장에서 다시 한번 정리해서 물어보는(확인을 받는) 편인데요. 인터뷰 시간이 길어지지만 정리 과정에서 발생할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말을 정리하거나 되묻는 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닌데요. 어떨 때 말을 정리해야 하고, 어떨 때 침묵을 지켜야 할까요?

저는 참여자의 어투를 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결정합니다. 참여자가 확신에 차서 이야기할 때는 되뇌거나 맞장구를 칩니다.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는 것은 옳든 그르든 자신의 생각이 이미 정립되었다는 신호거든요. 이때 모더가 참여자의 말을 되뇌면, 참여자에게 ‘당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라는 느낌을 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참여자는 자신감을 얻어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참여하게 되고요. 동시에 기록자(인터뷰를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역할)가 핵심 문제를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부수적 효과도 있습니다.

반대로, 참여자의 말에 딜레이가 생기거나 확실하게 대답하지 못한다면 조용히 기다려보기를 권장합니다. 사실, 그동안의 관찰과 개인의 직관을 조합해보면 참여자가 어느 포인트에서 무슨 문제를, 왜 겪고 있는지 대략 추측할 수 있습니다. ‘혹시 이런 것 때문에 그러신가요?’라고 먼저 물어볼 수 있겠죠. 운이 좋다면 그러한 분석이 맞겠지만, 이 방식의 가장 큰 문제는 ‘참여자가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상태로 외부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발생합니다. 상대방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면 그것이 자신의 진짜 의견이 아님에도 그것에 동조하기 때문이죠. 결국 모더의 생각이 인터뷰 결과에 반영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간섭을 줄이고 싶다면, 참여자가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를 도와주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어느 단계에서부터 고민이 시작되셨나요?”, “가장 말씀해주시기 어려운 부분이 어느 지점인가요?”와 같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짚어주고, 거기서부터 천천히 진행하는 방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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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제가 모더레이터로서 겪어온 상황에서 활용했던 인터뷰 스킬과 관점을 공유해 드렸는데요. 위에서 소개해 드린 것과 다른 상황이나 처음 겪어보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좋은 대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시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현장에서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이 곧 나만의 자산이 될 테니까요.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원하며, 이만 글을 줄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 글의 내용은 라이트브레인 CX컨설팅그룹의 의견을 대표하지 않으며, 필자 개인의 견해입니다.

 

– 라이트브레인 CX컨설팅그룹 한상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