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대한 통찰,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1-1

미래에 대한 통찰,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1-1

미래에 대한 통찰,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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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며

여러분은 평소에 미래에 대해 생각하시나요? 디자이너들에게 미래는 가장 기본이 되는 시점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미래를 생각합니다. 소소하게는 오늘 뭘 먹을까 고민으로 시작하고요, 더 나아가 주말 일정, 올해 휴가, 조금 더 길게는 커리어를 설계하기도 하고 결혼이나 가족계획, 은퇴 이후를 생각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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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나 자신이 아닌, 조금 더 큰 범위의 미래를 우리는 어떻게 대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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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 상승, 석유 고갈, 우주여행. 이런 미래의 모습은 오래전부터 들어봤고 정말 가까이 다가온 미래라는 걸 알지만 나와는 어쩐지 거리가 멀게 느껴집니다. 당장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막연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때 ‘미래 예측(Future Forecast)’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미래는 날씨처럼 예측하는 것일까요? 미래가 이미 정해져 있다면 계획을 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예언가만이 우리의 미래를 알 수 있겠죠. 하지만 미래는 현재의 선택에 따라 달라집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금부터 공부를 시작하거나 건강을 위해 운동습관을 기르는 것 모두 미래를 만들기 위한 노력입니다. 그러므로 미래는 예측한다기보다는 디자인하는 것이 더 어울립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영어에서도 미래를 예측(forecast) 하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선견(foresight)을 가지는 것이 21세기에 더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미래가 디자인해야 할 대상이라면 디자이너는 미래를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까요? 현 호주 UTS의 교수이자 디자인연구자 카메론 톤킨와이즈(Cameron Tonkinwise)는 2015년 자신의 블로그에서 미래를 만들어가는 디자이너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디자이너로서 책임감이 막중해지는데요…

 

디자인은 미래를 만든다. 디자이너들이 만드는 것은 우리가 살아갈 미래가 된다.
Design makes futures. What designers make becomes the futures we inhabit.

오늘은 디자이너가 미래를 디자인하는 방법,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Speculative Design)에 대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추측적 디자인이라는 명칭으로 수년 전 국내에 소개되었는데요. 월간 디자인 2020년호에서도 다룬 적이 있지만, 그 방법에 대한 고민이나 미래에 대한 담론은 해외에 비해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미래 디자인을 하는 여러분들께 차근차근 소개드리기 위해 시리즈로 준비해 보았습니다.

본 시리즈는 총 4편으로 구성되며, 오늘 준비한 1편은 다음과 같습니다. 분량 관계로 1편은 둘로 나누어집니다.

[1편 1부]
1.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이란[1편 2부] 1. 디자인이 어떻게 비평을 한다는거야?
2.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이 왜 필요할까?

그럼 1편 1부 시작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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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Speculative Design)이란

디자이너가 미래를 디자인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은 추측에 근거한 디자인, 좀 더 설명하면 그냥 하는 상상이 아닌 현재에서 신호(signal)를 찾아 미래를 그려보고, 그 미래 시나리오를 현재로 가져와 다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디자인 방법론입니다.

이 분야는 90년대 초부터 연구를 해온 두 학자 앤서니 던(Anthony Dunne)과 피오나 라비(Fiona Raby)에 의해 자리잡기 시작합니다. 이들의 연구는 비상업적이고 심미적으로도 어필한다는 특징 때문에 유명 갤러리나 전시회에서 전시를 하는 등 학계와 예술분야에서 크게 환영받았습니다. 던과 라비는 영국 RCA의 인터랙션 디자인 프로그램에서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을 본격화합니다. 이들이 2013년에 낸 책 스페큘레이티브 에브리씽(Speculative Everything: Design, Fiction, and Social Dreaming)에서 그 배경과 정의, 예시, 가능성을 상세하게 풀어놓았습니다.

 

2102 앤서니 던과 피오나 라비  * 이미지 출처: 던과 라비 사이트

 

보통 디자인이라고 하면 문제해결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략)… 하지만 디자인은 다른 면에서는 세상이 어떻게 될 수 있는지 추측을 할 수도 있다.
When people think of design, most believe it is about problem solving. [..] There are other possibilities for design: one is to use design as a means of speculating how things could be – speculative design.

이들은 세상이 어떻게 될지 미래를 그려보는 과정에서 ‘디자인’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사실 미래를 예측하고 전망하는 것은 미래학(Future Studies)에서 이미 하고 있는 것인데요, 미래의 전망을 글이 아닌 함축적이고 시각적인 결과물로 표현하고 더 넓은 대중에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디자인이라는 방법을 사용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제품이 아닌 아이디어를 디자인해봅시다.
Let’s design ideas, not products.

또한 이들은 2019년 와이어드(Wired)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1007* 이미지 출처: 메르세데스 벤츠

 

추측은 디자인에서 오래도록 해왔던 것입니다. 예를 들면 콘셉카처럼 말이죠. 하지만 디자인은 이처럼 새로운 아이디어나 미래 기술을 소비자에게 팔기 위해 쓰였습니다. 우리가 하려고 하는 것은, 디자인을 상업적 맥락이 아닌, 예를 들면 앞으로 발전할 기술을 위해 가능성있는 (미래의) 모습을 모색해 보자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런 작업은 미래의 모습을 잡아나간다기 보다는 자각이나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As we’ve often discussed, speculation has a long history in design, think of concept cars for example, but it was used mainly to sell new ideas and future technologies to consumers. One of the things we were trying to do in DI was to relocate this way of designing from a strictly commercial context into one where it could be used for other purposes – exploring potential implications for emerging technology for example. In this context, I’m not sure it was ever about “shaping” futures, at least not directly, but more about raising awareness, or concerns.)

던과 라비는 저서 스페큘레이티브 에브리씽(2013)에서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을 보편적인 디자인과 비교했습니다. 보편적인 디자인은 대중에게 친숙하고자 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해답을 제공하고, 세상이 어떻게 될 것인지 명확한 답을 내리며, 구매를 유도합니다. 반면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은 비평적이고, 문제를 발견하고, 질문을 하며, 세상이 어떻게 될 수도있는지 생각을 유도합니다. 이는 보편적 디자인과 반대되는 개념이라기 보다는 지금까지의 디자인을 보완하는 개념이라고 이들은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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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와 정부기관들과 미래시나리오 작업을 주로 하는 파슨스 디자인 대학의 엘리엇 몽고메리(Elliott P. Montgomery)교수는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의 위치를 아래와 같이 맵핑합니다. 디자인이지만 예술, 그리고 미래학과 상당히 겹치고, 미래디자인과 비평적 디자인의 기능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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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epmid.com

 

샌더스(Sanders)와 스태퍼스(Stappers)의 논문에 실린 아래의 삽화를 참고하면, 여러 디자인의 분야 중 비평적 디자인(Critical design)이 바로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의 역할입니다. 사용자를 도발(Provoking)하고 비평(Critical)하고 개입(intervention)하는 것도 디자인의 영역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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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Sanders, E. B.-N., & Stappers, P. J. (2014). Probes, toolkits and prototypes: three approaches to making in codesigning

 

자, 이제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이 지금까지의 디자인과 어떻게 다른지는 조금 알겠지만, 그래서 어떻게 디자인이 비평을 한다는건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이어지는 2부에서 예시와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이어서 소개합니다.

 

–  CX컨설팅그룹 김성미

 

 미래에 대한 통찰,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1-1편 보기
미래에 대한 통찰, 스페큐레이티브 디자인 1-2편 보기
미래에 대한 통찰,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2-1편 보기
미래에 대한 통찰,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2-2편 보기
미래에 대한 통찰,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3-1편 보기
미래에 대한 통찰,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3-2편 보기
미래에 대한 통찰,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4편 보기(완결)


 

[참고]
카메론 톤킨와이즈 블로그  https://medium.com/@camerontw/just-design-b1f97cb3996f
앤서니 던과 피오나 라비 공식사이트 http://dunneandraby.co.uk/
Design DB 아이디어를 디자인하는 추측적 디자인 https://www.designmap.or.kr:10443/dt/DtDIFrD.jsp?p=735
던과 라비 인터뷰1 https://speculativeedu.eu/interview-dunne-raby/
던과 라비 인터뷰2 https://www.wired.com/beyond-the-beyond/2019/08/design-fiction-new-dunne-raby-speculative-design-interview/
엘리엇 몽고메리 교수 공식사이트 https://epmid.com/Mapping-Speculative-Design
https://www.hubraum.com/design-for-the-future/
https://futurehumanbydesign.com/2019/09/futures-thinking-and-design-thin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