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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HELVETICA 서체의 탄생배경과 역사성

며칠 전에 살 책이 있어 들른 서점에서 타이포그래퍼 박우혁이 쓴 ”스위스 디자인 여행”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는 스위스의 여러 가지 디자인 풍경이 스케치 되어 있습니다.

http://www.design.co.kr/
(이미지 출처 – http://www.design.co.kr/)

기회가 되신다면 한 번쯤 읽어 보시길 바라며(현재 RB 다독다독에 입고되어있다는 팀장님의 제보를 받았습니다.) 책의 내용 중 기억에 남는
대목이 있어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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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http://commons.wikimedia.org/)

국제 타이포그래픽 양식 (International Typographic Style)은 보통 스위스 스타일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스위스 스타일은 1950년대 스위스와 독일에서 발생하여 오늘날의 현대 디자인이 탄생하는데 결정적인 근간을 마련했고 지금까지도 전 세계의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이 스타일의 특징은 지면을 정확한 비례로 나누어주는 그리드 위에서 시각적 조형성을 가지며,정보의 전달이 용이한 사진과 정확한 글을 비대칭적으로 구성하고 산세리프 글자를 사용하여 주어진 정보를 명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이상 위의 내용은 “스위스 디자인 여행”에서 발췌한 내용 입니다.
책의 내용 중 국제 타이포그래피 양식과의 동의어가 스위스 스타일이라고  불린다는 문구는 대부분의 모던디자인 규칙들이 스위스 디자인에 빚지고 있다는 말 일것입니다.
그만큼 스위스 모던은 모던디자인의 표준을 제시해 줍니다.
우리가 마치 공기처럼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던 디자인의 법칙들이, 상당 부분 스위스 모던에서 도출된 것임을 상기시켜주는 문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구절에 “산세리프 글자를 사용하여 주어진 정보를 명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한다.”라는 문구에서는 불현듯 떠오르는 하나의 서체가 있습니다.

바로 HELVETICA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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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http://en.wikipedia.org/)

“모르겠을때는 HELVETICA를 써라.”
디자인회사에 제가 처음 들어갔을 때 선임이 했던 말입니다. 초짜 시절 뭔가 멋져 보이는 이 말을 공책에 써놓았다가 자주 상기시키곤 했는데
알고 보니 이 말은 선임의 말이 아닌 디자인계의 잠언과도 같은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우리 비서구권 지역의 아시아 디자이너들에게도 HELVETICA는 서체선택에서 일종의 모범답안을 제시하는 듯 보입니다.
이처럼 모던디자인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서체 HELVETICA를 앞으로 2주에 걸쳐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금주에는 HELVETICA의 탄생배경과 역사성에 대해 다룰 예정이며 차주에는 HELVETICA에 얽혀있는 문화적 맥락에 대해 살펴볼 생각입니다.
먼저 HELVETICA의 유래에 대해 살펴 보겠습니다.
HELVETICA는 그 이름에서부터 스위스 냄새가 강하게 납니다.
스위스 민족의 조상은 고대 켈트족의 한 갈래인 헬베티아(Helvetia) 족이며 스위스의 옛 이름 역시 ‘헬베티아’ 입니다.
그렇기에 서문 에서도 말씀 드렸듯, HELVETICA는 스위스와 그 어원에서부터 출발 선상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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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모던 타이포그래피 양식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꽃을 피웁니다.
그 형태와 정신의 씨앗은 1920~1930년대의 신 타이포그래피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HELVETICA의 형태적 원조 또한 신 타이포그래피의 주요 서체인 “악치덴츠 그로테스크(Akzidenz Grotesk)” 입니다.
사뭇 진지한 이 서체의 이름은 알고 보면 조금 시시한데 뜻풀이를 해보면 “악치덴츠”는 인쇄용 디자인이라는 말이고 “그로테스크”는 산세리프체라는 말입니다. 그러니 인쇄용 산세리프 서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1957년, 스위스 바젤의 하스(Haas) 활자 주조소는 악치덴츠 그로테스크를 한층 업그레이드한 산세리프, “노이에 하스 그로테스크(Neun Haas Grotesk)”를 선보입니다.
이 서체를 디자인한 디자이너가 바로 HELVETICA를 창시한 막스 미딩거(Max Miedinge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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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http://www.linotype.com/)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서체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막스 미딩거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다면 아래 블로그를 살펴보아도 좋을것 같습니다. http://blog.naver.com/cjloveji87?Redirect=Log&logNo=40112075047

이 서체가 1960년, 독일의 스템펠(Stempel)사를 통해 소개될 때 스위스를 강조하는 현재의 HELVETICA라는 이름을 획득하게 되는 것 입니다.
HELVETICA는 원래 스위스 국가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서체였지만, 그 모던한 외형이 핵심을 전달하는데 쉬웠기에, 이때부터 다양한 방법과 목적으로 두루 사용되게 됩니다.

 

HELVETICA의 기본적인 두께는 글을 읽기 쉽게 X-Height가 크고 어센더와 디센더가 짧은 편이라 글자의 짜임새가 오밀조밀합니다.
이러한 조형적 장점을 탑재한 HELVETICA는 이내 엄청난 모방작을 탄생시킵니다.
헬리우스, 스위스, 헤베티아, 님버스등의 서체들이 대표적인데 주로 끝나는 세리프 부분만 아주 미묘하게 변형시켜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이름만 새로 붙여 비슷하게 만든 서체중대표적으로 살아남은 서체는 바로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Arial” 입니다.
요즘에도 자주 쓰이는 Arial은 우리가 흔히 OS로 사용한 윈도우 3.1을 만들때 비슷하고 저렴한 Arial을 사용했고 MS가 OS시장에 우뚝 서자
Arial도 덩달아 보편화 되었던 것 입니다.
(Arial은 OS의 우수성에 의해 보편화된 독특한 케이스의 서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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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http://www.typegoodness.com/)

HELVETICA와 Arial은 끝부분을 잘 보지 않으면 구분이 어렵습니다.
위의 이미지에서 검정색 서체가 ARIAL이고 아래 빨간색 서체가 HELVETICA입니다.
구별하기 어렵지만 C,G,R,Q,1,a,e,r 같은 알파벳 내의 텅빈공간이 많은 글자들을 살펴보면 구분을 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HELVETICA의 세리프쪽 디테일이 훨씬 더 정교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 확신할수있는 점은 디자이너가 HELVETICA와 Arial 두 서체 사이에서 고민을 해야 할 상황에 직면한다면 본인이 윈도우 OS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는 이상은 Arial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Arial의 단점을 모두 극복한 서체가 HELVETICA인 점은 모든 서체 관련 디자이너들이 인정한 사실 입니다.

앞서 열거한 HELVETICA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조형적 가치들은 이내 문화적 가치로 전유 되곤 합니다.
아래는 HELVETICA로 디자인된 CI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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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www.bbc.co.uk)

이처럼 수없이 많은 기업이 HELVETICA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조형적 가치만으로 범지구적 사용성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무엇인가를 표현해야 하는 브랜딩 분야에서, 표현적인 서체보다 중성적이며 아무것도 표현하지 않는 HELVETICA를 그토록 많이 쓰는 것일까요?
이러한 역설적인 사실들을 문화적 맥락에 비추어 알아 보는 작업을 차주에 진행 하도록 하겠습니다.

 

– 가치디자인그룹 SY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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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add your’s.

jisun

글에 있는 링크를 타고 가봤더니 비공개 포스트라는데 궁금하네요^^;

blogadmin

아, 그러네요. ^^;;
글 읽으시는 데 불편함이 있으실 것 같아, 해당 내용은 편집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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