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포그래피의 탄생] – 5. 초기 모더니즘

[타이포그래피의 탄생] – 5. 초기 모더니즘

[타이포그래피의 탄생] – 5. 초기 모더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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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포그래피 스터디]  타이포그래피의 역사 5편
타이포그래피 스터디 시리즈로 연재되는 본 글은  『타이포그래피의 탄생』책 내용을 토대로 핵심 내용을 정리, 요약하였습니다. 글쓴이의 덧붙임 문장 앞에는 *을 별도 표기하였습니다.

<타이포그래피의 탄생> 로빈 도드 Robin Dodde 지음

 

초기 모더니즘

20세기가 되자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여러 가지 대립된 의견과 혁명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19세기 후반에는 반자본주의자, 반식민주의자, 반학문적 운동이 생겨났다. 식민지 통치를 받던 다수의 국가가 독립을 주장했고, 많은 창조적인 예술가들은 기존의 전통적인 틀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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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미상, “피의 일요일 이전의 시위” (1905년 러시아 혁명)

 

초기 모더니즘 시대 배경 (19세기 후반~20세기 초)

인상주의: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일어난 근대 미술 사조. 낭만주의 이념과 반대되는 성향. 전통적인 회화 기법을 거부하고, 선이나 형태보다 빛과 색 자체에 관심을 두는 미술 사조.
입체파(=큐비즘): 20세기 초 프랑스에서 시작.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는 관점으로 사물을 해체했다 다시 조화롭게 접합하는 방식.
미래파: 단어와 활자를 사용한 급진적이고 새로운 접근, 근대적이고 기계적인 것에 열광, 인쇄물의 전통적 관습에서 탈피
다다이즘: 반이성, 반도덕, 반예술을 표방한 예술 사조이자 실존주의, 반문명, 반전통적인 예술 운동
– 1917년 러시아 2월 혁명 – 러시아 구성주의 운동 – 20세기의 새로운 미술사조 개척
– 1914~1918년 유럽을 중심으로 1차 세계 대전 – 1939~1945년 2차 세계 대전

 

1. 모리스 벤튼과 프랭클린 고딕체
: 20세기 산세리프의 출현을 이끈 독창성에 대한 추구

19세기 타이포그래피적 독창성에 대한 추구는 산세리프의 출현을 이끌었다. 모리스 벤튼은 1892년 코넬대학교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같은 해 그의 부친 린 벤튼 소유인 벤튼 왈도사는 미국 활자주조소(ATF)를 조직했다. 모리스 벤튼은 아버지의 행동력과 특별한 재능으로 조직에서 중요한 위치에 올랐다. 그가 맡은 첫 번째 작업 중 하나가 바로 새로운 산세리프인 프랭클린 고딕체를 디자인하는 것이었다. 프랭클린체는 역사적으로 대표적인 고딕체 중 하나가 되었고, 오늘날까지 국제적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02* 프랭클린 고딕체 – 소문자 g의 디센더가 보울을 이루면서 가득 찬 동그라미 형태로, 19세기에 시작된 산세리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2. 모더니즘, 20세기의 영향들
: 예술의 산업화를 위한 독일공작연맹과 헤르만 무테지우스

18세기 중반 이후 문화 예술운동의 영향으로 독일의 산업 역량은 영국에 필적할 만큼 성장했다. 헤르만 무테지우스는 런던 주재 독일 대사관의 직원으로 일하는 동안 모리스의 디자인과 산업에 관한 견해를 접했다. 독일로 돌아가서 그는 영국 상류층의 건축물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담은 책 <잉글리시 하우스>를 집필하게 된다. 무테지우스는 1904년에 바우하우스가 설립될 수 있는 교육환경적 기반을 마련했다. 그리고 그는 독일 민족주의 의식과 공업화를 통해 가치 있는 예술을 대중에게 대량 공급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1907년 독일공작연맹을 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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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공작연맹 전시포스터 / 출처: 위키백과

 

 

2-1. 새로운 타이포그래피의 자유
: 사진 식자술을 활용한 자유로운 글꼴 활용

모던 그래픽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는 당대 여러 가지 영향력에 의해 자극받고 성장했다. 19세기 말 무렵, 소규모 인쇄업과 타이포그래피는 서체 스타일과 장식체들이 매우 다양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사진 식자술을 이용해 글자 크기의 변형뿐 아니라 기울임 각도, 가로 세로 변형도 가능해졌다. 조판에 사진 식자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활자와 낱말들을 자유롭게 오려 붙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미래주의자들과 다다이스트 같은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은 공목의 사용으로 더욱 실험적으로 글꼴을 활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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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이자 화가 필리포 마리네티가 처음으로 미래주의 선언문을 프랑스 일간지인 <르 피가로>1면에 실으며 미래주의의 출범을 알렸다. / 출처: 브런치, brunch.co.kr/@cinjay/1

 

2-2. 사회와 관련된 예술
: 혁명기의 급진적인 예술 사조, 아방가르드

아방가르드는 제 1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적 위기상황에서 비롯된 실험적이고 급진적인 예술경향을 일컫는다. 19세기 말 예술계에서는 기존의 관념이나 형식을 부정하고 혁신적인 예술을 주장했다. 그들은 전시회와 선언문을 통해 유럽 전반에 퍼져있는 현대 산업사회의 요구를 인식함으로써 어떻게 디자인과 예술이 일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려 했다. 러시아 예술가들은 혁명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사회에 관한 예술과 예술가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그들은 부르주아적 관념에서 벗어나 대량 생산품 제작과 새로운 사회질서의 요구에 관심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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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아방가르드를 대표하는 칸딘스키의 추상미술, “COMPOSITION 8”, 1923

 

2-3. 리시츠키와 더 스테일
: 구성주의의 실증, 라자르 엘 리시츠키와 그의 영향

리시츠키는 모스크바 예술문화원 그룹의 뛰어난 인물 중 하나였다. 그는 예술과 그래픽 디자인 사이의 경계를 허물었다. 건축가로 일하다가 1919년 마르크 샤갈의 초빙으로 비테프스크 예술 기술학교에서 건축과 그래픽 디자인을 가르쳤다. 여기서 그는 추상미술의 개척자인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절대주의와 구성주의 강연을 위해 베를린에 가서 라슬로 모호이너지와 테오 반 되스부르크와 만나게 된다. 리시츠키는 실험적인 추상화 구성 시리즈를 제작하고, 그래픽과 타이포그래피 실험에서 유례없는 여러 업적을 남긴 채 1941년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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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지미르 말레비치, “절대주의 구성”,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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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자르 엘 리시츠키, “붉은 쐐기로 백군을 몰아내자”, 1919 (리시츠키는 1919년 카지미르 말레비치 등과 함께 구성주의 운동을 시작했으며, 당시 러시아에서 활발하던 혁명 운동에 참여해 여러 포스터를 제작했다.) / 출처: 나무위키

 

리시츠키의 영향을 받은 ‘더 스테일(데 스틸, De Stijl)’은 네덜란드 디자이너, 건축가의 모임이다. 테오 반 되스부르크가 창간한 잡지 이름이기도 하며 이 모임의 이론을 전파시켰다. 그들의 시각 철학은 구성주의와 유사하게 특유의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접근을 통해 표현되었다. 회화, 디자인, 건축을 아우르는 그들의 활동은 강하고 순수한 색에 의존했다. 그리고 그들의 방침은 당대 지식과 기술을 보다 확장된 사회적 요구와 조화를 위해 사용하자는 모더니즘 주장과도 일치한다. 그룹의 핵심 구성원인 테오 반 되스부르크는 세계 곳곳에서 강의를 하며 더 스테일의 미래상을 퍼뜨리는 데 공헌했다. <더 스테일>의 마지막호는 1931년 세상을 떠난 그에게 헌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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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o van Doesburg, “Composition XXI”, 1923 (테오 반 되스부르크의 작품은 더 스테일의 주요 멤버였던 몬드리안과 매우 비슷하고 기하학적 추상으로써 평면의 분할에서 큐비즘의 특색을 볼 수 있다.)

 

3. 바우하우스와 신 타이포그래피
: 새로운 시각예술 교육의 시도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독일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는 바우하우스의 창립자이며, 1919년부터 1928년까지 초대 교장을 맡았다. 그로피우스는 아방가르드 이론과 경험으로 무장한 건축가였다. 바우하우스의 교육방침은 독일공작연맹에서 출발한다. 이들은 시각예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교육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로피우스는 아방가르드 예술 디자인의 선구적 인물들을 바우하우스의 교수로 초대한다. 그중에는 러시아 출신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 스위스 출신 화가 파울 클레, 그리고 스위스 출신 화가 겸 동양학자인 요하네스 이텐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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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터 그로피우스 (1883~1969)

 

시각디자인 과정은 바우하우스 졸업생 헤르베르트 바이어가 교직원으로 임명되면서 개설되었다. 바이어는 바우하우스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꼽힌다. 그는 글자꼴에 대한 굳건한 견해를 지녔는데, 1927년에는 대문자와 소문자가 하나의 알파벳으로 합쳐지는 유니버설체를 고안한다. 그는 바우하우스의 모든 문서에서 대문자를 제거하자고 그로피우스를 설득했다.

학생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교육과정에 작용함에 따라 그들의 교육철학을 바꾸어야 했던 바이어와 모호이너지, 그로피우스는 사임하고 각자 미국으로 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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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르베르트 바이어가 고안한 유니버설체, (바이어는 경제성에 충실한 타이포그래피에 열중했다. 모든 형태는 원을 이루는 곡선과 직선만으로 디자인했다. 이 서체는 엄격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바우하우스의 조형 원칙을 잘 보여준다.)

 

 

3-1. 얀 치홀트 (1902~1974)
: 20세기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의 새로운 접근

얀 치홀트 역시 이 시기의 뛰어난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바우하우스의 구성원은 아니었지만, 라이프치히에서 캘리그래피와 타이포그래피를 지도했다. 1926년에 그는 파울 레너의 지도를 받던 뮌헨 인쇄 전문가 대학의 구성원이 된다. 얀 치홀트는 다른 아방가르드 예술가, 디자이너와 다르게 타이포그래피와 역사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기초 타이포그래피> 집필을 통해 모던 타이포그래피 이론과 실재를 통합시켰다. 그리고 1928년, 바우하우스 전시회에 깊이 감명받고 <신 타이포그래피>를 집필한다. 이 책은 모던 타이포그래피의 실제 사용법과 이론적・역사적 배경을 매우 상세히 다루고 있다. 1960년대 후반에는 널리 사랑받았던 사봉체를 고안했다. 사봉체는 주조활자의 제작부터 수조판활자의 손 조판까지 모든 인쇄 기술에 적합하도록 제작한 글꼴이다.

 

TSCHICHOLD, JAN 1963 © ERLING MANDELMANN
* 얀 치홀트 / 출처: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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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얀 치홀트의 사봉체 드로잉 / 출처: 브런치 https://brunch.co.kr/@nitro2red/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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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기 펭귄북스의 표지에 사봉체가 사용되었다. / 출처: bookpretty.blogspot.com

 

 

4. 파울 레너(1878~1956)와 푸투라체
: 초기 모더니즘 미학을 상징하는 최초의 기하학적 산세리프체

1920년대에 들어서면서 과거와 단절하기 위한 20세기의 노력과 목적을 잘 표현해내는 새로운 글꼴이 등장했다. 1927년, 바우어 활자주조소에서 파울 레너가 푸투라체를 만들었다. 푸투라(Futura)라는 이름은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푸투라체의 글자꼴은 기계를 사용해 만든 듯 손글씨의 개성이 사라진 기하학적 특성을 지닌다. 이는 모더니즘 디자인의 기술과 기계에 대한 전폭적인 관심을 강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당시의 시대적 산물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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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울 레너, 파울 레너는 1927년 뮌헨 인쇄전문가 대학의 학장으로 취임했다. / 출처: D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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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 레너, 푸투라체를 위한 드로잉, 1926 / 출처: 아트렉처

 

 

5. 스탠리 모리슨(1889-1967)과 타임스 뉴 로만체
: 20세기 가장 저명한 영국 학자이자 타이포그래퍼, 스탠리 모리슨

1930년대 타임스 뉴 로만체는 오랫동안 권위의 상징이었던 영국 제국을 연상시키는 글꼴이었다. 실제 디자인을 한 디자이너가 누구인가는 오늘날까지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모리슨이 타임스 뉴 로만체를 출현시켰다는 것과 이 활자가 완벽하게 목적에 들어맞게 만들어졌다는 것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1930년대 스탠리 모리슨이 글자꼴과 활자 역사에 떨쳤던 권위와 영향력은 정점에 다다랐다. 모리슨이 공동 창간한 <플루론>은 타이포그래피를 다루는 잡지로, 타이포그래피의 역사와 이론에 관한 글을 실어 국제적으로 갈채를 받았다. 또한 캠브리지 대학 출판부와 모노타입사의 타이포그래피 조언자가 되었다. 모노타입사는 당대 최고의 식자기를 만드는 회사였고, 모리슨의 연구 결과 덕분에 고전 글꼴을 되살리고 자사의 컬렉션을 위한 새로운 글꼴을 의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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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탠리 모리슨 / 출처: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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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탠리 모리슨과 타임스 뉴 로만을 소개하는 타임즈 기사 / 출처: 핀터레스트

 

 

5-1. 타임스 뉴 로만체
: 고전적 특성을 간직하며 공학적으로 다듬어진 신고전주의 글꼴

수많은 스케치와 시험용 주조 끝에 교정된 스타일의 <타임스>가 1932년 10월 3일 발간되었다. 타임스 뉴 로만체는 20세기 로만체로 분류된다. 이는 신문 매체가 가질 수 있는 모든 요구를 단일하고 완전한 타이포그래피 스타일로 해결하려는 중대한 시도였다. 2차 세계대전 이전, <타임스>는 영국 당국을 대변하는 목소리로 인정받았다. 그 결과 일반 인쇄 공정에서도 타임스 뉴 로만체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곧 권위와 위엄을 표현하는 글꼴로 평가받았다. 대문자는 트라야누스체의 사각형 대문자를 연상시키는 고전적인 비율을 지녀 신고전주의 스타일의 대표적인 표본이 되었다. 이 글꼴은 과거에 인정받은 글꼴의 특성을 간직하면서도 그것을 20세기 공학적 정확함으로 표현해낸다. 로만체 글자꼴은 보통 폭이 좁게 만들어져 있어 좁은 단에 사용했을 때도 그 기능을 다 할 수 있다. 이는 신문의 경우,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타임스 뉴 로만체는 견고하다. 글꼴이 지닌 적절한 비율은 특정 분야에 사용하기 위해 만들었지만 굉장히 다양한 용도에 두루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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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임스 뉴 로만체는 뚜렷하면서도 중립적인 성격 때문에 인쇄 산업 전반에서 널리 사용했다. 타임스 뉴 로만체는 엑스하이트가 크고 폭이 좁아 공간 활용에 매우 효율적이다. / 출처: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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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임스 로만체와 타임스 뉴 로만체의 비교 / 출처: creativepro.com

 

 

6. 20세기 미국 활자 디자이너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면서 활자 제작 관련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종류의 활자 디자이너가 등장했다. 그들은 펀치를 직접 깎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을 드로잉하는 디자이너다. 이후 펀치를 깎는 일은 해당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일로 국한되었다.

 

6-1. 프레드릭 가우디 (1865~1947)
: 따뜻하고 섬세한 감성을 지닌 세리프 서체의 탄생

프레드릭 가우디는 1896년 30세에 그의 첫 대문자 알파벳인 카멜롯체를 디자인했다. 그리고 1911년에 가장 성공적이었던 활자 중 하나인 케널리체를 발표하고 나서야 비로소 스스로를 활자 디자이너라고 여겼다. 1915년에 탄생한 가우디 올드 스타일은 전통적 명각 글씨나 서법을 연구해 이상적인 세리프 서체를 만들고자 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주목할 만한 것으로 미국 그래픽 디자이너 허브 루발린이 디자인한 <마더 앤 차일드> 잡지를 위한 로고가 있다. 가우디 올드 스타일은 특유의 우아하면서도 따뜻한 인상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우수한 디자인을 만들어냈다. 그는 평생 110여 개가 넘는 서체 디자인을 남겼고 알파벳과 레터링, 활자 디자인에 대해 여러 저술을 남기기도 한 미국 활자 디자인 역사의 큰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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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드릭 가우디 / 출처: www.loc.g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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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브 루발린이 디자인한 <마더 앤 차일드> 잡지를 위한 로고 / 출처: 위키트리

 

 

6-2. 브루스 로저스 (1870~1857)
: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미국의 서적 디자이너

브루스 로저스는 세세한 부분까지 공을 들이는 책 디자이너로 명성을 얻었다. 로저스가 처음 시도한 활자 디자인은 윌리엄 모리스가 한 것처럼 니콜라스 장송 활자에 기반을 둔 활자 디자인이었다. 로저스의 활자는 리버사이드 출판사에서 몽테뉴의 에세이 판본에 사용되었고, 여기에서 이름을 따 몽테뉴체라 불렸다. 로저스가 리버사이드 출판사를 떠나고 10여 년 후, 로저스는 장송의 활자에 다시 관심을 기울여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사용하기 위해 개선한 버전을 만들었다. 1929년 모노타입 센토체라고 부르는 글꼴을 기계식 식자기에서 쓸 수 있었다. 센토체는 로저스를 가장 유명하게 만들어준 글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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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루스 로저스의 센토체 / 출처: salisburyhouseandgardens.com

 

 

6-3. 윌리엄 애디슨 드위긴스 (1880~1956)
: 미술공예운동 정신을 이어받은 최후의 인물

드위긴스는 1920년대 초반에 ‘그래픽 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사람이다. 그는 프레드릭 가우디의 가르침을 받았으며, 늦은 시기에 타이포그래피에 관심을 가지고 그래픽 디자이너 훈련을 받았다. 드위긴스는 자신의 저서 <광고 레이아웃, 1928>에서 당대의 활자 디자인을 비평했고, 그 결과로 라이노타입사에서 활자들을 개선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그가 개선한 활자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드위긴스는 1930년에 처음으로 메트로체라는 활자를 만들었고, 이는 그가 유일하게 완성시킨 산세리프체이다. 그는 약 300권의 책을 디자인했으며, 라이노타입사를 통해 18가지 타입페이스를 만들었지만, 현재는 칼레도니아와 일렉트라 메트로, 엘도라도 등 5종만 범용화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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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트로체 – 드위긴스가 디자인한 기하학적 산세리프체는 그의 저서 <광고 레이아웃>의 출판 이후 라이노타입사에서 의뢰받은 것이었다. / 출처: 위키백과

 

6-4. 로버트 헌터 미들턴

1898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난 로버트 헌터 미들턴은 화가가 될 생각에 예술 전문학교에 입학한다. 예술 전문학교 시절 미들턴은 자신의 교수 에른스트 디터러의 에우세비오체 작업에 보조로 참여했다. 에우세비오체는 러들로사의 제목용 조판 시스템에 따라 1470년대의 장송 활자를 다시 디자인한 글꼴이다. 디터러는 유럽에서 일어난 개인출판운동의 찬양자였고, 그의 장송체는 원래의 디자인에 아주 가까웠다. 디터러는 미들턴의 기술에 감명받아 그를 러들로와 함께 작업할 수 있는 디자이너로 추천해 주었다. 1923년부터 러들로와 작업한 미들턴은 1933년에 디자인 감독직을 맡게 되었다. 1971년 은퇴할 때까지 그는 러들로의 글꼴 디자인 1백여 개를 감독했다.

 

7. 에릭 길(1882~1940)과 그의 산세리프체

: 고전적 디자인에 현대적인 해석을 불어넣은 글꼴 디자인

1882년 영국 서식스 스테이닝에서 태어났다. 브라이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글자와 건축에 관심과 재능을 보였다. 센트럴 미술 공예 학교에서 영국의 글자체 디자이너 에드워드 존스턴을 사사하며 글자 조각을 시작했다. 1903년 장인으로 독립해 1940년 세상을 뜰 때까지 조각과 판화, 철학, 글자체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다. 길은 평생 급진적 진보주의자이자 사회 개혁가로 자기 철학을 작업에 구현하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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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릭 길 / 출처: http://idsgn.org

 

에릭 길이 디자인한 퍼페추아체는 부드럽게 까치발이 다듬어져 끝이 뾰족한 세리프가 있고 고전적인 비율로 이루어진 로만체이다. 형태적 특성에서 에릭 길의 개성이 분명하게 드러나며, 고전적 폰트에서 현대적 폰트로 넘어오는 과도기적 디자인이다. 미국 전 대통령 오바마가 대선 기간 동안 로고 타입에 퍼페츄아를 쓰면서 더 주목받았다. 이는 긍정적, 희망적, 깨끗함을 연상시키는 폰트와 미국의 희망이라는 이미지의 오바마 로고와도 잘 맞아떨어졌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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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페추아체 – 길의 고전적 로만체인 퍼페추아체는 돌에 조각을 새기던 그의 방법에 영향을 받았다. 이 작업은 1925년에 시작해 1928년까지 진행되었다. / 출처: 위키백과

 

1926년 퍼페추아체 작업을 진행하던 길은, 가게 간판을 그려달라는 브리스톨의 서점 주인 더글라스 클리버든의 요청을 받는다. 길은 고전적인 로만체 비율을 딴 산세리프체를 만들었다. 그 결과 1928년, 길은 산세리프체 중에서도 엄청난 사랑을 받는 길 산스체를 만들어냈다. 같은 시기의 기하학적 산세리프체와 비교해 길 산스체는 친근하고 따뜻함을 가지고 있어 휴머니스트 산세리프체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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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산스의 다양한 굵기 변화 (길 산스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심하게 신경 쓴 부분이 곳곳에 나타난다. 특히 손글씨의 모양을 반영하는 소문자 a, g 등의 모양과 획이 만나는 부분에 자연스러운 굵기 변화나 글자폭의 변화에서도 전통과의 교감을 느낄 수 있다.) / 출처: http://recorder.monoty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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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투라체와 길 산스체 비교 – 푸투라체와 나란히 놓고 봤을 때, 휴머니스트 산세리프체인 길 산스체가 덜 기계적으로 보이며 형태에서도 고전적인 로만체 비율과 더 비슷하다. / 출처: 핀터레스트

 

<요약>

프랭클린 고딕체 (1905), 모리스 벤튼 (1872~1948)
– 산세리프 서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

독일공작연맹 (1907), 헤르만 무테지우스 (1861~1927)
– 독일의 근대 디자인 운동가, 독일공작연맹 결성
– 바우하우스와 독일 디자인의 모더니즘 기반 마련
– 독일공작연맹: 독일 공예계에 미술의 실생활화, 기계생산품의 미적 규격화 주장

사진 식자술 발달, 자유로운 글꼴 활용 (19세기 말~20세기 초)
– 미래주의자, 다다이스트 등 급진적인 예술사조 ‘아방가르드’ 등장
– 혁명기, 기존 관념이나 형식을 부정하고 새로운 사회질서에 관심

라자르 엘 리시츠키 (1890~1941)
– 절대주의와 구성주의의 선구자
–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영향

더 스테일(데 스틸, De Stijl), 테오 반 되스부르크 (1883~1931)
– 리시츠키의 영향을 받은 네덜란드 디자이너, 건축가 모임 (또는) 테오 반 되스부르크가 창간한 잡지 이름
– 구성주의와 유사하게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접근이 특징

바우하우스 (1919~1933)
–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독일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가 설립
– 건축을 중심으로 각기 분산된 모든 미술 분야 통합을 목표
헤르베르트 바이어: 바우하우스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그래픽 디자이너

신 타이포그래피, 얀 치홀트 (1902~1974)
– 모던 타이포그래피의 이론과 실재 통합
– 펭귄북스 표지 사봉체 제작

푸투라체 (1927), 파울 레너 (1878~1956)
– 전통과 단절하기 위한 노력, 최초의 기하학적 산세리프체

타임스 뉴 로만체 (1932), 스탠리 모리슨 (1889-1967)
– <타임스>를 위한 고전적 비율을 지닌 신고전주의 글꼴
– 견고하며 중립적인 성격으로 다양한 용도에 두루 적합하며 폭이 좁아 효율적임

프레드릭 가우디 (1865~1947)
– 카멜롯체, 케널리체
– 가우디 올드 스타일(풍부한 감성적 형태를 가진 고전적인 세리프, 마더 앤 차일드 로고에 사용)

브루스 로저스 (1870~1857)
– 20세기의 저명한 서적 디자이너
– 몽테뉴체(장송 활자에 기반), 센토체(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사용)

윌리엄 애디슨 드위긴스 (1880~1956)
– 메트로체(라이노타입사에서 의뢰한 산세리프체)

길 산스 (1928), 에릭 길 (1882~1940)
– 퍼페추아체(고전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과도기적 디자인의 로만체, 오바마 대선 로고)
– 길 산스(동시대 기하학적 산세리프에 비해 친근하고 따뜻한 휴머니스트 산세리프체, 전통과의 소통)

 

 

– 가치 디자인그룹 박다운

 
[관련글]
[타이포그래피의 탄생] – 1. 인쇄 이전
[타이포그래피의 탄생] – 2. 르네상스
[타이포그래피의 탄생] – 3. 계몽시대
[타이포그래피의 탄생] – 4. 기계시대
[타이포그래피의 탄생] – 5. 초기 모더니즘
[타이포그래피의 탄생] – 6.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타이포그래피의 탄생] – 7. 포스트모던 시대
[타이포그래피의 탄생] – 8. 디지털 활자디자인 회사
 

[참고 서적]
로빈 도드, 『타이포그래피의 탄생』, 홍시&홍디자인(2010), p16~25.

[타이틀 이미지]
엘 리시츠키, “스포츠맨”, 1923 (엘 리시츠키는 유럽의 추상미술운동 및 현대 디자인운동에 큰 공적을 남겼다.) / 출처: MoMA

[참고 자료]
위키백과, 사진 식자, https://ko.wikipedia.org/wiki/사진_식자
아방가르드,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eXGC&articleno=921&categoryId=17&regdt=20160111115811
나무위키, 아방가르드, https://namu.wiki/w/아방가르드
칸딘스키의 추상주의 작품,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mediayun&logNo=220728323934&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m%2F
카지미르 말레비치,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c1cC&articleno=21066&categoryId=107&regdt=20151216000000
위키백과, 더 스테일 – 신조형주의, https://ko.wikipedia.org/wiki/신조형주의
위키백과, 테오 반 되스버그, https://ko.wikipedia.org/wiki/테오_반_되스버그
네이버블로그, 프레드릭 가우디,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euroball&logNo=120394916&categoryNo=10&parentCategoryNo=0&viewDate=&currentPage=1&postListTopCurrentPage=1&from=postList
안그라픽스, 에릭 길, http://agbook.co.kr/bookauth/1818/
위키트리, 길 산스, https://www.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1835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