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포그래피의 탄생] – 1. 인쇄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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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포그래피 스터디]  타이포그래피의 역사 1편
타이포그래피 스터디 시리즈로 연재되는 본 글은  『타이포그래피의 탄생』책 내용을 토대로 핵심 내용을 정리, 요약하였습니다. 글쓴이의 덧붙임 문장 앞에는 *을 별도 표기하였습니다.

<타이포그래피의 탄생> 로빈 도드 Robin Dodde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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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미국과 서유럽에서 사용하는 알파벳은 서기 1세기경의 로만 명각 글자꼴에서 유래했다.
이런 류의 글자꼴 중 가장 훌륭하다고 꼽을만한 예는 서기 114년에 로마 황제 마르쿠스 트라야누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로마의 포럼에 세워진 트라야누스 기념비 기단 주초석에 새겨진 글이다.

01트라야누스기둥의 ‘캐피탈리스 모뉴멘탈리스’서체, 로마시대 서체의 전형을 발견할 수 있다.

로마인들은 그리스 문자 체계에서 알파벳을 차용하였다. 트라야누스 기념비의 명각은 고대 로만 알파벳에서 사용하지 않았던 J, U, W를 제외한 우리가 사용하는 알파벳의 대부분을 포함하고 있다. I와 구분되어 있지 않았던 J는 17세기에 등장했다. *명품 브랜드 ‘불가리(Bulgari)’의 로고타입 ‘BVLGARI’에 U가 V로 표기되어 있는 이유도 U가 존재하지 않았던 로만 글꼴에서 파생되었기 때문이다.
이 글자들은 쿼드라타(quadrata) 또는 일반적으로 사각형 대문자(square capitals)라고 알려졌다.
영어에서는 기술적인 용어로 매저스큘(majuscule)이라 칭한다.

이 대문자들은 오늘날처럼 권위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었고, 고대 그리스 로마의 문화에서 형성된 형태의 기하학적 관계나 고전적 비율을 드러낸다. 이는 우리가 요즘 사용하는 문자나 글꼴의 기본 비율과 상통하는데, 유럽의 역사에 문화적 미학의 근간을 이루는 원천 중 하나로서 고대 그리스 로마문화가 현재의 글자꼴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후에 어도비사의 폰트 디자이너, 캐럴 트웜블리가 고대 로마 시절 쓰이던 서체에서 영감을 받아 트라얀(trajan)체를 제작했다.
트라야누스기둥의 ‘캐피탈리스 모뉴멘탈리스’서체, 로마시대 서체의 전형을 발견할 수 있다.

 

1. 로만 글자의 특징

이 글자들은 돌 위에 섬세하게 윤곽을 그린 다음 조각되면서 항구적이고 견고한 성격을 갖게 된다.
펜으로 쓴 듯한 사각형 대문자는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상관없이 많은 형태의 문서들에 사용되었다. 그러나 손글씨의 비공식적인 형태와는 대조적이다.
로만 글자꼴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획의 끝을 완성시키는 세리프이다. 세리프의 유래에 대한 생각은 석공이 최종적으로 돌에 글자를 새기기 전에 필경사들이 판에 붓으로 글자를 그린 결과로 형성되었다는 에드워드 캐티치(Edward Catich)신부의 설명이 일반적이다.

사각형 대문자가 기념비 등의 명각에 쓰였다면, 캐주얼한 느낌을 주는 손글씨 형태의 대문자도 있었다. 2~4세기경에 나타난 루스티카(Rustica)는 주로 즉각적인 정보를 기록하는 데 널리 사용한 글자꼴이다. 가령 계약서 영수증 법적 문서 내부 문서 등의 일상적인 문서에 사용되었고, 베르길리우스의<아이네이스>같은 문학 원고에도 루스티카가 사용되었다.

<요약>
– 사각형 대문자(또는 쿼드라타) : 기념비 등의 명각에 권위를 표현하기 위해 주로 사용
– 루스티카 (2~4세기) : 일상적인 사용을 목적으로 한 캐주얼한 느낌의 불규칙체

 

2. 언셜체의 진화 (4세기)
: 사각형 대문자의 변형으로 생겨난 둥그런 형태의 읽기 쉬운 필기체

쓰기의 중요성이 부각됨과 동시에 오랜 사용을 거치면서 사각형 대문자의 변형이 생겨났다. 필기체 형태가 나타난 것이다. 언셜체는 읽기 쉽다는 이유로 루스티카체보다 널리 쓰이게 되었다. 넓적한 펜을 사용하는 손글씨 글꼴은 펜의 움직임에 따라 생겨나는 넓적한 세로획과 가는 가로획의 대조를 만들어낸다.

02언셜체, 소문자 글자꼴의 등장을 예고하는 듯한 ‘e’의 둥그런 형태

 

 

3. 반언셜체 (6세기)
: 유럽에서 주로 종교적으로 사용, 소문자의 조상

반언셜체는 주로 종교적인 작업에 사용되었기 때문에 유럽지역에서 번성했다. 이 글자는 지역이나 국가마다 다른 스타일로 발전해 각각의 글자들은 차별화된 특징이 있다. 필경사와 채식 삽화가들이 언셜체로 남긴 뛰어난 업적 중 하나로 서기 800여 년경 아일랜드 수도원에서 만든 아름다운 라틴어 복음서 <켈스의 서 Book of Kells>가 있다.

03반언셜체, 6세기 경 오늘날 소문자의 조상으로 만들어졌다.

 

4. 샤를마뉴(Charlemagne) (9세기)
: 필사체의 탄생으로 글꼴의 기준 제시, 의사소통의 명확성 향상

로마 황제 샤를마뉴는 서기 804년에 서유럽 대부분을 통일했다. 그는 기독교 신앙을 더욱 강화하고자, 제국 전역에 너무 많은 필체가 사용되는 것을 걱정해 개혁작업의 일환으로 로마제국 필사실을 설치하도록 했다. 거기에서 제국 내 필사본 작성의 기준이 되는 필사체가 탄생하게 되었다. 필사체는 인슐라 반언셜체와 메로빙거 왕조체가 바탕이 되었고 카롤링거 왕조 필사체로 자리 잡았다.

04카롤링거 왕조 필사체, 출처:http://hobbitwizard.cafe24.com/archives/395

 

5. 수도원 시대 (5~12세기)
: 로마제국의 쇠퇴 과정, 교회의 필사본 독점

5세기에서 12세기에 걸친 로마제국의 쇠퇴 기간, 필사실(필사본이 복제되는 곳)은 대부분 수도원이나 교회가 독점하게 되었다. 필경사는 종교적인 필사본이나 성경 또는 기도서 등의 사본을 만드는 일을 했다. 교회의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거나 귀족이 소유하고 있던 필사본 원본은 필사실에서 사본 제작을 할 때 대여되었다.

 

6. 세속 필사의 시대 (12세기)
: 종이의 등장과 새로운 독자층

교회의 필사본 독점행위는 12세기 말부터 대학 내에 필사실이 생겨나면서 위협받기 시작했다. 대학이 새로 설립되고 더 배우고 싶은 평신도들의 갈망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독자층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수도원 시대 이후 속세의 기술 변화는 미미했으나, 종이가 등장하며 혁신을 가져왔다. 대학에서 책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양피지의 대안인 종이 제작이 확대되었다. 특히나 학생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것은 정교하게 공이 들어간 책이 아니라 종이로 제작된 책이었다.

 

7. 지역 글씨체
: 샤를마뉴 제국 권력 약화, 블랙레터체 등장

샤를마뉴 제국의 지배력이 약해지면서 사라졌던 각 지방의 글꼴 스타일들이 서서히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북유럽에서는 고딕체(Gothic) 또는 블랙레터체blackletter)라 부르는 두껍고 딱딱한 스타일 글꼴들이 출현했다. 그중 하나가 텍스투라체(Textura)이다. 텍스투라체는 독일어가 통용되는 지역의 공식적인 출판용 글꼴이었다.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첫 번째 활자를 디자인할 때 기초로 삼기도 했다. ‘고딕’이라는 이름은 교회제도 시절에 인본주의적 가치를 잘 드러내는 카롤링거 왕조풍의 글꼴을 재등장시킨 이태리 르네상스 인본주의자들이 블랙레터체를 얕보듯 사용했던 용어이다.

05블랙래터체를 기초로 삼은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의 성서

 

8. 인쇄의 탄생
: 종이의 등장으로 진보한 인쇄 기술

책의 수요는 15세기까지 계속 늘어났다. 볼록판 인쇄는 오랫동안 알려진 기술이었지만 20세기에도 다른 인쇄기법에 비해 훨씬 뛰어난 방식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후 인쇄 기술 발달에 핵심 역할을 수행한 것이 종이였다. 양피지에 비해 종이는 다루기 좋고 매우 경제적이다. 제지기술은 중국에서 유래했으며, 서기 104년경 짜이 룬이 종이를 발명했다고 알려져 있다. (유럽 최초의 제지소는 1238년 지금의 스페인인 카탈루냐이다.)

 

– 가치 디자인그룹 박다운

 

[참고 서적]
로빈 도드, 『타이포그래피의 탄생』, 홍시&홍디자인(2010), p16~25.
[참고 자료]
트라야누스의 기둥 이미지: 박종빈 교수, 『Glyphic양식의 Trajan 타입페이스가 현대 타이포그래피에 미치는 영향』
http://210.101.116.28/W_files/kiss9/56400801_pv.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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