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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UX 디자인 시리즈 – 6) 가치 (1편)

‘가치(Value)’는 무척 까다로운 개념이다. 가치를 올바로 이해하고, 실무에서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가치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다. 그런 사람과는 하루종일이라도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구체적인 얘기만 천착한 나머지 ‘가치’를 무시하기도 하는데 이는 절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구체적인 고객의 문제나 디자인의 결함, 개선점, 개발 과정을 얘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얘기들만으로는 큰 그림을 그리기 어렵고 긴 안목을 가지고 전략을 논하기도 어렵다. ‘가치’나 시장상황, 트랜드, 포지셔닝, 제품/서비스의 역할을 얘기해야지만 비로소 ‘전략적인 담론’이 형성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을 하나만 꼽으라면 가치가 제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col_g1전략이라는 담론에는 핵심가치, 방향성, 포지셔닝, 역할이 들어간다.

나중에 다른 글에서 이를 다시 얘기하겠다col_g2

1990년대 중반, 20년 가까이 운영하던 ‘커피 머신’ 사업부에서 철수하는 내용의 회의가 스위스 네슬레 본사에서 열렸다. 1970년대 말에 처음 출시한 이 ‘커피 머신’은 이탈리아의 선도업체들이 쳐 놓은 두꺼운 시장의 벽을 뚫지 못하고 그저 그런 성과만 내고 있었다. 네슬레는 마지막 시도로써 ‘행크 크바크만’이라는 새로운 CEO를 외부에서 영입한다. 행크 크바크만은 이 ‘커피 머신’이 가진 잠재력과 문제점을 시장에 나가서 조사한 다음,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정의했다.

– 기본적인 가치(Fundamental Value) : 집에서도 쉽게 질 좋은 품질의 커피를 마실 수 있다.
– 차별화된 가치(Differentiated Value) : illy와 같은 경쟁사보다 더 다양한 커피 종류,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커피 머신) 가격.
– 역동적인 가치(Driver) : 손쉬운 관리, 믿을 수 있는 청결함, 인테리어적인 가치

 

 nespresso네스프레소 광고 중 하나 – 출처 : 네스프레소

 

기본적인 가치는 원래 있었던 것이다. 행크는 여기에 차별화된 가치와 역동적인 가치를 추가했다.

새로운 ‘커피머신’은 시장에서 각광을 받기 시작했고 굳건하던 이탈리아 제품들의 벽을 뚫고 시장 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더니 종국에는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제품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커피 머신’하면 이 제품, 다시 말해 ‘네스프레소’를 떠올린다. 네스프레소가 시장에서 성공하는 데에는 복잡한 조건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미 존재하던 제품에 다음의 2가지가 결합되었을 뿐이었다. ​

– 고객들은 왜 네스프레소에 지갑을 열지 않는가?
– 그렇다면 과연 새로운 네스프레소는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가?

이 2가지의 결합은 시장에서 마술을 일으켰다.

 

col_g1네스프레소가 나타나기 전에는 그런 물건이 나에게 필요하리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것을 가졌고, 그것에 깊은 애착을 느낀다.

-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존 개퍼col_g2

 

위 사례에서 보듯이 ‘가치’란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단편적인 문제해결, 개선점, 효율화 등에서는 다루지 못하는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 내고,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으며, 일련의 해결책(A set of Activities)들을 그다음에 불러온다. 다시 말해서 근시안적인 해결책에서 벗어나서 보다 근본적이고 따라하기 힘든 변화를 만들어 낸다.

가치는 비용(Cost)에 비해 얻은 효익(Benefit)을 말하며, 사람들이 인식하는 효익(Perceived Benefit)이라고도 얘기된다. 우리가 어느 제품/서비스로부터 가치를 느낀다는 것은 “그것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내 정보나 비용,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 아깝지 않다, 즐겁고 유익하다”는 뜻이다.

​커피 이야기를 하나 더 해볼까 한다.

필자는 커피보다는 허브티를 좋아하지만 주변 지인들 가운데는 ‘커피 중독자’들이 여럿 존재한다. 얼마 전에 점심을 먹고 근처 커피숍에 가서 얘기를 더 나누려고 했는데, 지인은 꼭 스타벅스를 가야 한다며 매장을 두 군데나 돌았다. 다른 커피숍들이 있었지만 이분은 ‘기왕 가는 거 꼭 스타벅스를 가야한다’며 대기줄이 긴 근처의 스타벅스 대신에 약 500미터 떨어진 다른 스타벅스 매장으로 날 데려갔다.

‘굳이 왜 여기까지?’라고 내가 묻자 ‘일단 스타벅스 커피가 다른 곳보다 훨씬 더 맛있다, 스타벅스에서 적립을 하면 다음에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다 떠나서 이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장황하게 얘기했다. 내가 봤을 때에는 커피 맛은 상대적인 것이고, 적립이야 어디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며, 인근에 더 분위기 좋은 카페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상황에서는 그 지인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그가 느끼는 가치가 컸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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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가치라는 것은 누군가가 ‘인식하는 효익’이다. 더 풀어서 보자면 ‘지속적으로 인식하는 효익’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겠다. ‘지속적’이라는 속성이 아니라면, 더 가깝고 더 싼 커피숍을 찾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꾸준히 커피를 소비할 것이기 때문에 그 지인은 자신의 시간을, 정보를, 비용을 투자해서 굳이 멀리 떨어져 있는 스타벅스로 날 데려간 것이다.

​AI/UX에서의 가치를 얘기하기에 앞서서 여러분들이 ‘가치’라는 개념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다음의 숙제를 내드리고자 한다.

 

숙제-
가장 최근에 산 제품(또는 가입한 서비스)을 앞에 놓고, 구매하기 전에 어떤 가치를 기대했는지 적어보라. 그리고 가치에 해당하는 경험요소에는 뭐가 있는지 적고, 마지막으로 기대했던 가치 대비 체감한 가치는 어느 정도인지를 적어 보시기 바란다.

 

예시> 필자는 올여름에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은 휴대용 선풍기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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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한 가치 : 핸디 선풍기보다 더 시원한 바람, 더 오래가는 지속성, 단순&세련미, 손쉬운 세척 등

– 관련된 경험요소
* 핸디 선풍기보다 더 시원한 바람 : 더 큰 선풍기 날개, 더 높은 전압, 2단계가 아닌 3단계의 풍량 조절 기능
* 더 오래가는 지속성 : 배터리, ‘중’으로 틀어놨을 경우 5시간 이상 지속
* 단순&세련미 : 회전, 타이머 등의 기능을 배제, 일체형의 깔끔한 디자인
* 손쉬운 세척 : 날개를 쉽게 떼서 물로 세척할 수 있음, 재질이 매끄러워서 쉽게 기스나 이물질이 달라붙지 않음

– 체감한 가치
* 핸디 선풍기보다 더 시원한 바람 : 너무 좋았음. 그러나 부담스러운 크기 때문에 휴대성에 아쉬움을 느낌
* 더 오래가는 지속성 : 비교적 만족함
* 단순&세련미 : 디자인 컨셉에 동의해서 샀음에도 회전, 타이머 등의 기능이 가끔 아쉬웠음
* 손쉬운 세척 : 너무 좋았음

 

– UX1컨설팅 그룹 조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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