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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 러브 앤 라이프

“예술에도, 삶에도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색깔은 오직 하나이다. 그것은 사랑의 색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20세기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웠던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가까운 곳에서 작품을 통해 그의 삶과 사랑을 오롯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라니 그것만으로도 한걸음에 달려갈 충분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사실 필자와 같은 미술 막눈에게는 진품과 모작 그 다름을 구별할 안목은 없습니다만 진품이 주는 아우라는 진정 미알못만의 속물근성으로 느낄 수 있는 전유물이 아닐까요?

‘국립 이스라엘 미술관’에 그와 그의 가족이 직접 기증한 작품들로 구성된 이번 전시회는 거장의 진품 전시회라 그런지 평일임에도 관람객으로 붐볐습니다.
전시품들이 이전엔 생소했던 샤갈의 북일러스트레이션과 판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기대했었던 동화같은 색채에 그의 천진함이 담겨 있는 대표적인 유화작품을 많이 볼수 없어 다소 아쉬웠지만 번잡해도 나름 친절했던 관람객들의 태도 덕분인지 다행히 그의 유작들을 차분하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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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슈 세갈 또는 마르크 샤갈

샤갈은 모이슈 세갈이란 이름으로 러시아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대부분의 생을 보내며 평생을 고국 러시아를 그리워 하면서 살았던 화가입니다.
지금까지는 프랑스 출신의 유명 미술가인줄만 알았는데, 샤갈은 러시아 태생의 유대인이었습니다.
동화처럼 밝고 유쾌한 그의 그림들의 이면에 가난하고 박해 받았던 유대인 난민의 생애가 담겨져 있음을 이전엔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러시아의 볼세비키 혁명과 내전으로 시민권이 박탈당하고 노르웨이에서 난민들을 위해 발급해준 난센여권으로 타국을 떠돌다 말년에 프랑스 국적을 받을 때 까지 이방인으로 작품활동을 했었다고 합니다.
최근 제주도 예맨난민 입국 이슈로 한참 난민문제가 뜨거운감자가 되고 있습니다.
난민문제 그 자체로 인도주의와 이기주의를 구분짓기는 어려운 난제임에는 분명합니다만 샤갈의 작품들은 감상하는 내내 그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해 주었습니다.
전시회 작품 중 ‘추락하는 천사’가 ‘난민들’이라는 모티프를 담고 있다고 하니 눈여겨 볼만 합니다. 추락하는 천사와 대비해 토라를 들고 도망가는 유대인의 머리에는 그리운 고향의 집들이 아주 조그맣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샤갈은 몽환적인 초현실주의 그림으로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에콜드파리 최대의 화가로 어느 한 유파에 고착되지 않고 마티스, 피카소와는 다른 자기만의 독특한 화풍을 만들었습니다.
샤갈의 데포르마시옹은 피카소나 동시대에 활동했던 화가들과 다른 의미를 가진다고 하는데 낙천주의와 특유의 그 천진함 때문인지 샤갈의 작품은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피카소는 그를 마티스와 더불어 20세기에 가장 뛰어난 색채화가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기존에 봐 왔던 사랑스러운 화풍의 몇몇 대표작들로 예단했던 뮤즈, 밸라와의 행복하기만했을 듯한 프랑스 생활도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던것 같습니다. 그의 자서전을 보면 삶과 역사적인 질곡속에 유대인출신 난민으로서의 고난과 예술적 고뇌를 담고 있음을 옅볼 수 있습니다.

‘시인 루비넷과 센드랄스가 나를 하찮게 여기는 거만한 입체파들 사이에서도 평화롭게 작업 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내 초기 경향이 프랑스인들에게 좀 이상하게 보였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너무 존경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자연주의,인상주의,사실적인 큐비즘을 타도하라!

- 샤갈 『나의 인생 Ma Vie』

샤갈의 작품들에는 수탉이나 염소, 물고기, 소와 같이 자주 등장하는 동물들과 하늘을 둥둥 떠다나는 주인공들과 같은 눈에 띄는 특징들이 있습니다.
그것을 초현실주의로 규정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실상은 떠나온 고향 러시아와 더불어 유대인이란 단어가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키워드가 되는데 작품들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동물 등은 동유럽 쪽에 널리 퍼진 유대교 종파인 하시디즘에 영향을 받은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늘을 둥둥 떠나니는 주인공들은 그의 뮤즈, 벨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져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 작품들은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보는이의 마음이 둥둥 떠 가는 느낌이 드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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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의 신랑신부, *마을위에서 : 출처 www.artsy.net

그리고 샤갈의 작품중에 평소 애정하는 그림들은 대부분 동화적인 느낌이라 어릴때 봤던 동화책의 삽화의 보는 듯 해서 낯설지가 않습니다.
먹을 많이 사용하고 또 수채를 더해 그려진 작품에서는 한국의 수묵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받게 되는데 그의 작품이 더욱 친숙해지는 이유 중 하나인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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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 *사랑하는 연인들과 수탉 : 출처  www.romeing.it

 

 

샤갈의 눈내리는 마을

흔히들 샤갈이라 하면 ‘눈 내리는 마을’을 먼저 떠 올리는데 그 제목을 가진 작품은 없다고 합니다.
샤갈의 대표작 중 하나인 ‘나와 마을’이란 그림에도 눈이 없습니다.  ‘샤갈의 눈내리는 마을’의 유명세는 아마도 김춘수시인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이라는 시 때문으로 추측되기도 하고 또 그 이름을 딴 카페와 레스토랑들로 인해 익숙한것이 그 이유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샤갈의 마을에는 삼월에 눈이 온다.
샤갈의 마을에는 삼월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삼월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 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 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 김춘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김춘수 시인이 샤갈의 ‘나와 마을’이라는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 시에서도 샤갈의 작품에서 보여주는 환상적인 분위기와 생동감을 느끼게 합니다.
사실 위에 언급했듯 ‘나와 마을’에는 눈이 없고 그의 작품중에 수천 수만개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묘사한 작품도 없어 개인적인 생각으론 시인의 시적 상상력이거나 혹은 눈내리는 고향골목을 모사한 ‘비테프스크 위에서’에서 영감을 얻진 않았을까라는 생각 을 해 보았습니다. ‘비테프스크 위에서’란 작품은 전시회를 통해 처음 본 작품이었는데 보자 마자 시인의 시가 떠 올랐습니다. 비테프스크는 샤갈이 고향마을로 소련 붕괴후 벨라루스로 귀속 되었으나 대부분 2차대전을 겪으면서 파괴 되었고 샤갈의 생가만 겨우 복원되어 지금은 그의 몇몇 작품을 전시하는 작은 미술관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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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마을, *비프테스크 위에서 : 출처 MoMA

 

샤갈展을 보러 가야할 이유

미술작품을 통해 내 안에 감추어져 있던 것들이 건드려지고 자극된 내면의 울렁거림이 새로운 감각과 사고의 문을 열어주는 것이 바로 미적체험이라고 합니다.
샤갈전을 감상하면서 샤갈과 그의 연인 밸라와의 애틋한 사랑에 대한 감정에 같이 동요되어 두근거리고
고난했던 양차대전속의 유대인 난민으로서의 삶 과 그가 겪었던 예술적 고민과 질곡들을 눈으로 가슴으로 느껴보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샤갈의 작품이라면 왠지 연인들이 함께 관람해야 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만 혼자서 조용히 보는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샤갈의 대표작인 대형유화들은 직접 볼 수는 없으나 멀티미디어 섹션에서 스크린을 통해 차분하게 감상이 가능하며 전시장내에 샤갈이 제작했던 예루살렘 하사다 병원내 유대교 회당의 스테인드 글라스도 재현되어 있어 그 나름대로의 작품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촬영이 금지된 전시회라 작품들 하나 하나 담아와 보여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리며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9월 26일까지 전시된다고 하니 거장의 위대한 유산을 눈으로 또 가슴으로 담고 싶으신 분은 꼭 한번 방문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서두에서 언급했듯 거장의 진품을 가까운곳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샤갈을 만나러 미술관을 가야할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 IMC그룹 이정근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출생-사망 : 1887.7.7 ~ 1985.3.28
본명 : 모이셰 세갈 (Moyshe Shagal)
활동분야 : 회화, 판화, 무대장치
출생지 : 벨라루스공화국 비테프스크
주요수상 : 제25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판화부문 대상(1948)
레지옹 도뇌르 훈장 (1977, 프랑스 정부)
주요저서 :『나의 인생 Ma Vie』(1931)
주요작품 :《나와 마을 I and the Village》(1911),
《일곱 개의 손가락을 지닌 자화상 Self-Portrait with Seven Fingers》(1912),
《생일 Birthday》(1915),
《도시 위에서 Over the Town》(1914~1918),
《십자가에 못 박힌 흰 그리스도 The White Crucifixion》(1938)

 

참고도서 :  샤갈 몽상의 은유 / 시공사

타이틀 이미지 출처 :  샤갈 러브앤라이프 http://chag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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