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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텍스트(Context) 이해하기

“김 대리, 이 업무 좀 해줘”

팀장님에게서 이 말을 오전 팀 업무회의 중에 들었다면 조금은 투덜투덜할지언정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충실하게 업무를 수행했을 겁니다.
하지만 느닷없이 퇴근 시간 5분 전인 오후 5시 55분에 들었다면 어떨까요?
모르긴 몰라도 그 둘 사이는 아마 썩 좋지 못한 사이가 될 수도 있을 법도 합니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 볼까요?

“공부 좀 해라”

부모님에게 기말고사를 코앞에 둔 주말 낮에 들었다면 비록 좀 더 놀고 싶지만, 어쨌든 군말 없이 공부하는 척(?)이라도 했을 겁니다.
하지만 학교에 학원 수업까지 쉼 없이 시달리다 밤늦게 귀가해서 한숨돌릴까 하는데 저 말을 바로 하신다면 어떨까요?
안 그래도 공부에 치여서 피곤한 심신이었을 텐데 더 피곤해지고 지칠 것입니다.

“김 대리, 이 업무 좀 해줘”, “공부 좀 해라”

같은 말인데 받아들이는 케이스는 왜 위와 같이 차이가 나는 걸까요? 바로 ‘상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4차산업 시대라고 불리는 최근에는 개인화, AI, UX 등 트렌디한 용어를 많이 볼 수 있는데 바로 이 ‘상황’, 다시 말해 컨텍스트가 그 중심에 있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컨텍스트는 무엇인가?

컨텍스트는 텍스트의 단순한 표면적 의미를 넘어서 주변 상황, 시간, 환경 등이 고려된 좀 더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진의(眞意) 혹은 피상(皮相)을 넘어선 깊이 혹은 진의를 파악하고자 할 때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며, 사전적인 정의로는 ‘맥락’ 혹은 ‘문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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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텍스트를 설명할 때 자주 회자되는 케빈 카터의 ‘소녀 노리는 독수리’]

 

사실 서비스 기획을 필두로 일을 하는 영역뿐만이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친구들과의 대화에 있어서도- 이 컨텍스트가 고려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은 어려움을 경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후 맥락을 파악하지 못한 커뮤니케이션은 많은 오해와 잘못된 결과물을 내놓을 수밖에 없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콘텐츠가 중요했다면, 최근엔 컨텍스트가 그 중요도 면에서 더 강조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사용자에게 의미 없는 정보가 아무런 인과관계없이 갑자기 노출되면 그건 그냥 지나가는 콘텐츠고 참으로 눈치 없는 콘텐츠죠. 아무 의미 없습니다.

하지만, 사용자의 컨텍스트를 고려한 의미 있는 콘텐츠를 적절하게 노출시켜준다면 성공적인 서비스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그 포인트에서 개인화, 큐레이션 등이 나올 수 있겠고요. 사실 이 컨텍스트를 고려한 서비스 혹은 콘텐츠 생산은 매우 어려운 부분입니다. 단순히 사용자의 나이, 환경, 장소, 시간 등을 고려할 뿐만이 아닌 시대 배경, 문화, 사회 등 좀 더 광범위한 요소들이 고려되어야 하니깐요.

컨텍스트 기반의 콘텐츠 혹은 서비스 기획을 위해서는 대상 그 자체에 대한 혹은 대상을 둘러싼 여러 방면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게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죠. 눈에 보이는 수치적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에 머무르지 말고, 보이지 않는 여러 인문학적 요소들도 고려되어야 하기에 컨텍스트를 고려한 서비스 기획은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컨텍스트와 무의식. 숨겨진 의미 찾기.

어찌 보면 컨텍스트는 무의식의 세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 혹은 콘텐츠가 수면 위에 실체화해서 드러난 빙산의 일각이 의식의 영역이라면, 무의식은 수면 밑에 거대하게 깔려있는 영역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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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위의 빙산은 의식/텍스트, 수면 밑의 빙산은 무의식/컨텍스트]

 

사용자가 서비스에서 컨텍스트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해서 뭔가의 행위를 하는 경우는 드물 것입니다. 사용자의 진의를 서비스에서 알아차리기 위해 여러 가지 실체화된 도구 혹은 HCI 적 요소를 이용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그래서 애석하게도 컨텍스트는 주연이 되기 힘듭니다. 하지만 컨텍스트를 무시한다면 붐업에 성공한 서비스가 되기 힘들기에 그 중요도가 매우 큽니다.

사실 콘텐츠의 양이 많지 않았을 때는 이 컨텍스트가 별 의미가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공급되는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소비하기만 하면 되었으니깐요. 하지만, 콘텐츠 다량/과잉 공급 시대인 요즘에는 컨텍스트를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급/제작을 한다면 앞서 작성한 대로 그 서비스는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서비스 그 자체가 중요한 시절에는 자본의 흐름이 그 서비스에 집중되었지만, 최근엔 서비스 자체보다는 의미 있는 컨텍스트를 발견하는데 더 많은 자본이 투입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많은 ROW DATA로부터 의미 있는 정보를 생산해내기 위한 데이터 마이닝도 일종의 컨텍스트를 발견하기 위한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좀 시들해진 느낌이 있으나, 빅데이터도 그 기저에는 컨텍스트가 깔린 것이었죠. 빅데이터 그 자체는 별 의미가 없고 그 많은 데이터로부터 어떤 의미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 더 중요했을 거니깐요.

 

컨텍스트와 연결. 의미의 재생산.

어찌 생각해 보면, 요즘은 서비스에서 특정 사용자에게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 그 자체보다는 비슷한 컨텍스트를 가진 사용자들을 연결해주는 데 방점이 찍힌 느낌입니다. 연결로 인한 콘텐츠의 2차 생산 혹은 집단지성으로 인한 어떤 의미의 재생산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확실히 서비스의 방향은 솔루션 그 자체보다는 컨텍스트의 연결로 그 무게가 옮겨가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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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된 세상]

 

가까운 곳에서 예를 들면 학회를 들 수 있겠습니다. 학회를 서비스로 보자면, 각 세션이 마친 뒤에 강연자를 비롯하여 학회에 모인 사람들이 서로 명함을 교환하며 네트워킹을 넓히고 세션 내용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게 바로 연결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학회를 주관하는 곳은 학회라는 서비스를 파는 것이지만, 사실은 이 ‘연결’이라는 컨텍스트도 함께 판매한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과거에는 서비스 하나만 잘 만들어서 팔면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 예를 들면 서비스 내에서 흐르고 있는 콘텐츠가 재생산될 수 있도록 매개해주는 ‘연결’이라는 그 무엇인가가 함께 동반되지 않는 한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그 서비스는 실패할 확률이 커집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세상은 인과율(Causality)의 연속이고 그 굴레에서 벗어날 일은 절대 없습니다. 서비스도 마찬가지이기에 컨텍스트 또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입니다.

 

이제 다시 서두에 푼 문장을 생각해봅시다.

지금이 퇴근 5분 전인 오후 5시 55분이라고 가정하고 “김 대리, 이 업무 좀 해줘”라는 요청 혹은 부탁은 컨텍스트를 고려하면 어떻게 달리 말할 수 있을까요? 밤늦게 귀가한 아들 혹은 딸에게 공부에 대한 동기를 “공부 좀 해라”가 아닌 다른 말로 어떻게 더욱 효과적으로 부여해 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러한 컨텍스트에 대한 고민이 여러분들의 기획에 어떻게 도움이 되어줄 수 있을까요? 그에 대한 대답은 각자 내리는 것으로 합시다.

 

– 가치UX 그룹 문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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