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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알아야 할 사람에 대한 또 다른 100가지 사실

한참 무더웠던 어느 여름날이었습니다.
멋진 휴가를 위해 전 조금은 비싼 윈피스를 온라인으로 구매하게 됩니다. 결제 [확인] 버튼을 누르는 순간 찰나의 후회와 함께 또 다른 갈등이 시작됩니다.

비싼데 괜히 샀나? 저 원피스 자주 입을까? 지금이라도 그냥 환불할까?

그러다 몇 초 뒤, 아니야 어차피 여름에 입을 옷도 없었는데 그냥 사자! 금세 마음이 바뀌며 행복하게 택배를 기다리게 됩니다. 온라인 쇼핑 시 이런 경험 해 본 적 있으신가요?

그러던 어느 날, 책을 보다 민망함에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앞서 언급된 구매 시 일어났던 제 행동 패턴이 ‘인지 부조화’라는 심리학적 단어로 정의 내려져 있었습니다. 제가 쇼핑하며 갈등했던 모든 순간을 들킨 기분이라고 할까요? 책에 따르면 전 쇼핑 후 ‘인지 부조화’라는 것을 경험했고, 금방 제 구매행위를 정당화하며 그 순간들을 극복했던 것입니다.

어떤 이유에서 일어난 것인지를 알게 되니 사람들의 행동 패턴이나 심리에 대해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모든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알아야 할 사람에 대한 또 다른 100가지 사실」은 심리학과 뇌과학을 기반으로 기획자 및 디자이너가 알아야 할 사실들을 이해하기 쉽도록 깔끔하게 요약한 책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끌려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조금은 뻔한 사실들도 있었고 꽤 흥미롭게 다가왔던 내용도 있었는데 그 중 UX 관점에서 흥미로웠던 4가지 사실을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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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행동을 유발하는 힘은, 동사보다 명사가 더 크게 가지고 있다.

같은 내용이라도 자신의 선호를 좀 더 강하게 표현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표현 방법은 사람들의 행동이나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아래 자신의 선호에 관련한 문장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 문장과 두 번째 문장 중 어느 문장이 더 선호도를 강하게 표현하는 것 같으신가요?

나는 커피 애호가이다. / 나는 커피를 매우 많이 마신다.

나는 실내 체질이다. / 나는 실내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나는 야구 팬이다. / 나는 야구를 매우 많이 본다.

스탠퍼드의 그레고리 월턴(Gregory Walton)은 다양한 명칭이 사람의 행동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참가자들을 모아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선호를 표현한 여러 문장들을 주고 타인의 선호를 묘사하거나 자신이 선호를 표현하도록 했습니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같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동사를 사용한 두 번째 문장보다는 명사를 사용한 첫 번째 문장에서 타인 혹은 자신의 선호를 더 강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합니다.

 

월턴은 브라이언과 함께 명사와 동사의 효과가 사람들의 행동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추가 연구를 계속하게 됩니다.

선거 유권자로 등록한 실험 참가자들을 둘로 나눠 한 그룹에는 명사를 이용한 질문을, 또 다른 그룹에는 동사를 이용한 질문으로 구성된 설문조사를 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가 된다는 것이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입니까?”

“이번 선거에서 투표를 하는 것이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입니까?”

연구자들은 명사를 이용한 질문을 받은 참가자들이 선거에 대한 관심이 더 클 것이며, 선거 참여도도 더 높을 것이라고 가설을 세웠습니다. 조사 결과, 예상대로 명사로 구성된 질문을 받은 참가자들이 동사 조건의 참여자들에 비해 유의미하게 더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고 합니다.

저자인 심리학 박사 수잔 웨인쉔크(Susan M. Weinschenk)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자신만의 설명을 내놓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든 어딘가에 소속되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데 이러한 욕구가 명사를 이용할 경우 사람들에게 그룹 정체성을 자극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유권자, 야구팬, 커피 애호가… 어떠한 명사를 이용할 때 자신도 모르게 해당 그룹에 소속감을 느끼게 되고 그룹 정체성에 부응하기 위해 더 많은 요구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겁니다.

이러한 그룹 정체성은 개인 선호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프로젝트 기획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로젝트를 하며 버튼에 들어갈 이름 하나에도 고민을 하는 경험이 생기게 됩니다. 특히 사용자가 누르기를 유도하는 버튼들은 모양 및 색상뿐 아니라 어떤 이름이 들어가야 더욱 많이 누르게 될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됩니다. 저자는 이럴 때 “지금 가입하세요”라는 동사 대신 “회원 되기” 식의 명사 형태의 표현을 사용하라고 추천하고 있습니다. 어떤 설명 문구를 적을 때도 명사를 이용하여 사용자에게 소속감을 느끼게 한다면 더욱 사용성이 높아질지도 모르겠습니다.

 

  1. 사람들은 어떤 제약이 있을 때 좀 더 창의적으로 된다.

몇 달 전 방영된 ‘알쓸신잡’이라는 예능이 있었습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국내를 여행하며 다양한 관점에서 ‘알아두면 쓸데는 없지만, 신비한 잡학지식’을 나누는 방송이었죠. 하지만 사실은 꼭 알아두면 좋은 유용한 정보들이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큰 호감을 샀던 방송이었습니다.

‘알쓸신잡’의 강릉 편에서 김영하 작가가 ‘1%의 영감’은 어떻게 오는 것인지에 대해 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뮤즈를 기다리지 말라. 대신 뮤즈가 몇 시까지 오면 되는지 알려줘라.”라는 스티븐 킹의 말을 인용하며 “최고의 뮤즈는 마감 시간이 정해져 있을 때 찾아온다”라고 한 말이 참 와 닿았었습니다. 며칠 동안 아이디어 고갈로 끙끙거리다 마감시간이 다 되어서야 번뜩 그래! 이거야! 하던 순간들이 한 번쯤 있으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흔히 사람들은 창의적이 되기 위해서는 생각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제약이 없을 때보다 약간의 제약이 생겼을 경우 보다 창의적인 해결책이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그 제약은 앞서 김영하 작가가 뮤즈가 찾아온다고 한 마감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단어, 색상, 크기, 모양 등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디어 발상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마인드맵’도 어느 한 단어라는 제약을 두고 거기서 파생되는 여러 단어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는 점에서 동일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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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맵>

저자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것은 덜 정의된 문제 혹은 디자인 범주를 갖게 되는 것이고 결국 해결책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하기 어렵게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제약을 둘 것인지는 수행하는 프로젝트마다 다르겠지만 몇 가지 제약을 두고 집중해야 할 명확한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보다 많은 창의적 아이디어들을 쏟아내기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1. 이야기는 주의를 집중시킨다.

‘알쓸신잡’에서의 김영하 작가 이야기를 한 번 더 해보겠습니다. 경주 편에서 그는 인간은 이야기를 통해 인류 공감 지수가 발달했다고 설명합니다. 이야기는 우리가 전혀 상관없는 사람에게 공감하고 감동하도록 만드는데, 이러한 인간의 공감 능력이 이야기를 통해 계속 확장되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사람은 이야기에 공감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공감을 하게 되는 것일까요?

이 책에서 말하길 이야기는 사람에게 긴장감을 유발하고 주의를 끌게 되는데 이러한 긴장감은 뇌에서 코르티솔이라는 물질을 분비시키게 되고 사람의 주의를 끌게 만든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주의를 끌고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면 이야기 속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기 시작합니다. 그때, 뇌에서는 옥시토신이라는 물질을 분비시키고 이를 통해 공감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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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의 순환 과정>

가장 쉽게 예를 들 수 있는 것이 드라마나 영화일 듯합니다. 드라마 속 주인공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고 그들의 입장에 깊이 공감해서 함께 울고 웃게 되는데 이러한 동일시를 ‘트랜스포테이션(transportation)’이라 합니다. 만약 충분히 공감할만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고 이야기가 짧을 땐, 주인공의 행동이 좀 더 단순하고 분명하게 나타날 때 더욱 적극적인 트랜스포테이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공감 과정은 짧은 시간 안에 끝내야 하는 프레젠테이션에서도 매우 효과적으로 적용됩니다. 저자는 자신만의 스토리를 이끌고 나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안정적인 이야기를 하기보다 적절한 긴장감을 불어넣는 요소를 추가하고 단순 명료하게 전달하라고 제한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주의의 순환 과정을 거쳐 오랫동안 그들의 관심을 유지할 것입니다.

 

  1. 인지부조화는 구매를 정당화한다.

앞서 책을 소개하기 전 ‘인지부조화’에 대해 잠깐 언급한 바가 있습니다.

쇼핑을 하고 왠지 후회되지만 애써 구매에 대해 정당화시킨 ‘인지 부조화’ 경험은 저뿐이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지 부조화’라는 이론을 정립한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는 사람은 그들의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 생각과는 다른 행동을 하거나 자신이 믿고 있던 사실과는 다른 새로운 정보를 얻을 경우 사람은 불편한 감정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람은 두 가지 선택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됩니다.

  1. 갈등을 줄여주는 행동을 한다.
  2. 불일치를 유발하는 상충된 생각이나 행동 중 하나를 바꾼다.

쇼핑에서의 인지 부조화를 최대한 줄일 방법은 자신이 옳은 소비를 했다는 생각을 강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구매 후기나 평점, 추천 글 등을 통해 얼마나 좋은 상품을 구매했는지를 확인하게 되면 스스로 만족하게 됩니다. 설령 구매한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조금의 하자가 발견되었다고 하더라도 구매자는 여전히 흡족 할만한 구매를 했다며 무의식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게 되니까요.

반대로 이런 인지 부조화를 유발하여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구매하게끔 만들 수도 있습니다. 현재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제품 혹은 서비스가 광고에서 나오는 어떠한 제품 및 서비스에 비해 떨어진다고 생각이 될 때 소비자들은 갈등을 시작하게 됩니다. 인지 부조화로 인해 불편함을 느낄 것이고 결국 광고에서 제시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게 되는 것입니다.

 

마치며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기획자들과 디자이너가 알아야 할 ‘알쓸신잡’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심리학, 신경과학, 뇌 연구를 바탕으로 사람의 심리와 행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알아두고 더 나은 디자인, 더 나은 기획을 위한 탄탄한 근거로 활용하기에 매우 쓸모 있는 잡학사전 같았습니다.

모든 사람 유형의 행동을 파악할 수도 없고 도저히 이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행동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없을 수도 있지만, 사람에 대한 막연한 질문만 던졌던 분들에게 실질적인 UX 정보를 제공하는 매력적인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읽어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 가치UX그룹 차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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