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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감각 경험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작년 연말, 자동차의 럭셔리 브랜딩에 관한 제안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프리미엄 급 자동차를 홍보하기 위한 전시 공간을 찾아가 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전시 공간에서 차 문을 열었다 닫아보고, 좌석에 앉아보고, 음악 감상도 해보고 차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영상으로 보면서 각 브랜드의 차가 전달하려는 럭셔리함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느낌들이 조명 때문인지, 차에 붙은 로고 때문인지, 차의 디자인 때문인지를 콕 집어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여러 감각들을 이용하여 그 공간에서의 통합적인 느낌을 자동차에 투영시키려는 의도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험은 자동차 전시장에서만 느낀 것이 아닙니다. 3월, 국내의 한 호텔에서 하루 묶게 되었을 당시, 도착한지 한 시간도 안 되어, 호텔 로비, 엘리베이터, 호텔 화장실, 컵, 심지어 TV 리모컨에서 그 호텔이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모든 사물을 통해 오감으로 받은 감각은 ‘묵직함’이라는 것이었고, 이러한 느낌을 통해 전달 받았던 가치는 럭셔리, 즉 고급감이었습니다. 로비의 대리석에서 느껴지는 무게감, 조명의 물리적인 무게감,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속도, 화장실 문의 무게, 크리스탈 컵의 무게, TV 리모컨의 무게 등 종합적인 묵직함을 통해 고급스러운 호텔이라는 것을 전달하려고 한다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과연 이러한 생각이 꿈보다 좋은 해몽에 가까운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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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급감을 전달해준 자동차 전시장 공간과 호텔객실 내부

저는 자동차 전시장과 호텔측이 의도한 것을 체화된 인지라는 심리학 이론을 통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체화된 인지 (Embodied cognition)이란 인간이 정보를 처리하는데 있어서 뇌 뿐만 아니라 우리의 신체와 관련이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즉 온도, 무게, 질감 등과 같이 지각되는 감각이 이와 관련된 인지를 지배한다는 것입니다. 체화된 인지의 가장 유명한 실험으로는 2008년 예일대 심리학자인 존 바그 (John Bargh)의 실험입니다. 따뜻한 커피나 차를 들고 있는 학생들이 찬 커피나 차를 들고 있는 학생들 보다 모르는 사람에 대해 더 긍정적인, 따뜻한 평가를 하는 경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즉, 자신이 지각한 온도가 낯선 사람을 인지하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2009년 체화된 인지를 증명하는 실험에 대해 쓴 논문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이 논문에서는 제가 자동차 전시장과 호텔에서 느낀 무게감과 중요성(Importance) 관련된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한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종이가 끼어져 있지 않는 가벼운 클립보드를, 다른 한 그룹에는 종이가 여러 장 끼어져 있는 클립보드를 제공하였습니다. 제공한 클립 보드에 설문지를 고정시켜 작성하게 하였고 모두 서서 진행하게 하였습니다. 설문지에는 간단한 인구 통계학 정보, 현재 기분 상태를 묻는 질문과 함께 6개 국가의 통화 화폐에 대해 측정하는 질문을 제공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100엔이 몇 유로 정도 되는지 측정하는 질문이었습니다. 0부터 2유로 (200센트) 사이에서 얼마 정도의 값이 되는지 표시하는 것입니다.

실험 결과, 무거운 클립보드를 들고 설문지를 작성한 그룹의 경우, 가벼운 클립 보드를 들고 설문지를 작성한 그룹 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6개의 화폐를 더 높게 평가한 것입니다. 즉 물리적인 무게감이 가치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좀 더 추상적인 개념을 평가하게 하였습니다. 첫 번째 실험과 같은 조건에서 진행하였고, 하나의 시나리오를 제공하였습니다. 시나리오는 학생들의 해외 연수 지원금 액수를 결정할 때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을 학교 위원회가 거부했다는 내용입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을 매우 들어야 한다는 7점, 그렇지 않다는 1점에 체크하도록 하였습니다. 실험 결과, 무거운 클립보드를 들고 설문지를 작성한 그룹의 경우, 가벼운 클립 보드를 들고 설문지를 작성한 그룹 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은 점수에 체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무거운 클립 보드를 든 그룹은 의견을 내는 것에 대해 있어서 중요함의 가치를 부여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험 결과처럼 무거움과 중요함은 왜 연결되는 걸까요? 우리는 가벼운 사물을 들 때 보다 무거운 것을 들 때 비용과 가치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된다고 합니다. 실제 무거운 것을 들 때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됨으로써 신체적인 변화(ex. 근육의 수축, 심장박동이 빨라짐)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무게감과 중요성 사이를 연상 짓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연상은 언어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dd weight’는 중요성을 더하다 라는 뜻을 갖고 있고 ‘carry weight’는 설득력이 있다, 영향력이 있다 라는 뜻이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 말에도 무게감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영향력이 있고 중요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언어적인 표현을 보면, 무의식적이고 본능적으로 무게감과 중요성을 연결 짓고 있었던 것입니다. 실제 뇌 과학적 측면에서, 운동 감각 시스템을 주관하는 뇌의 부분과 인지적 표상을 주관하는 뇌의 부위가 가깝게 위치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실제 브랜드와 마케팅 분야에서는 사람의 감각을 어떤 식으로 응용하고 있을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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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교수님께서 지은 ‘감각을 디자인 하라’ 라는 책에서 감각 경험 디자인 (Sensory Experience Design)이란 용어가 소개 되었습니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다양한 감각경험을 적극적으로 디자인하여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입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 책의 예시 중 미니 쿠퍼에서 감각을 활용한 사례를 소개하자면, BMW에는 엔진소리, 문소리, 지시 및 경고 안내음, 와이퍼가 창문을 닦는 소리까지 연구하는 사운드 디자이너와 음향 엔지니어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들의 역할은 차에서 발생하는 소리가 차의 성격을 드러낼 수 있도록, 소비자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차의 성능과 관련이 없지만,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느끼는 감각 경험은 소비 경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결국, 제가 자동차 전시 공간에 느꼈던 느낌들이 해몽이 아니라 실제 그 브랜드가 저에게 의도적으로 다가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느끼는 감각들이 단순히 보고, 듣고, 맛보고, 느끼고, 냄새 맡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닌 우리의 인지와 감성에 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입니다. 감각을 좀 더 넓게 본다면 우리의 일상 생활의 행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감각에 영향을 주는 주변 환경을 바꾼다면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UX1 컨설팅 그룹 김소연

 

[참고문헌]

김병규, 『감각을 디자인하라』, 미래의창(2016), p15-252.

Jostmann, N.B, Lakens, D., & Schubert, T.W. (2009). Weight as an Embodiment of Importance. Psychological Science, 20, 1169-–1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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