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1컨설팅그룹 조성봉이사의 2016년 북리뷰

UX1컨설팅그룹 조성봉이사의 2016년 북리뷰

UX1컨설팅그룹 조성봉이사의 2016년 북리뷰
Category
Share Story

올해 제가 읽은 책들

한 해가 저물고 있는 시점에서 제가 올 한해 동안 읽은 책들을 말씀 드려볼까 합니다. 모두 다 말씀 드리기에는 너무 가짓수도 많고, 장르가 다양해서 논점이 흐려질 것 같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가장 인상 깊었던 5권의 책만 말씀 드립니다.

1.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著, 김영사 出刊)

sapiens

문명사 전체를 다룬다는 것은 놀라울 만큼 많은 지식과 질서정연한 논리가 요구되는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유발 하라리는 ‘총균쇠’의 저자인 제러드 다이아몬드에 비견될 정도로 뛰어났습니다. 사료적으로 검증된 다양한 사실들을 인류사적인 주요 사건들과 더불어서 명쾌하게 풀어나갑니다. 이 책을 통해서 有史 이전의 인류사에 대한 몰랐던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인지혁명-농업혁명-과학혁명으로 이어지는 문명의 발전사를 되새겨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새로운 과학혁명이 가져올 충격을 책의 末尾에서 시사하면서 제게 또 다른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마음을 업로드한다고? 인간의 인간적인 능력이 비생태학적으로 증강될 수 있다니?’ 유발 하라리는 더 자세한 내용은 모르는 듯 했습니다. 스스로 찾아볼 수 밖에요.

2. 오리지널스 (애덤 그랜트 著, 한국경제신문사 發刊)

originals

오리지널스를 읽은 이유는 좀 뜬금없습니다. 우연히 펼쳐 든 신문의 서평에 제 인생철학과 맞물리는 한 문장을 읽었기 때문이었죠. ‘미뤄라. 항상 서두르는 게 정답은 아니다’ 실제 책의 내용은 제 생각과는 다소 차이가 났지만, 참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습니다. 그러나 처세술 책을 싫어하는 입장에서 중반 이후부터는 ‘다 읽고야 말겠다’는 의지 때문에 읽었던 것 같습니다. 특별히 인상적인 기억은 없습니다. 알고 있던 내용들을 다시 한번 확인했거나 몰랐던 내용에 대해서 별다른 감흥 없이 ‘아. 그래?’하고 동조했다고 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서 소개하는 이유는 에덤 그랜트가 들려주는 심리학적인 설명이 꽤 가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 입장에서 보면 요리보다는 양념이 더 끌렸던 책이었습니다.

3. 특이점이 온다 (레이 커즈와일 著, 김영사 發刊)

singularity

2007년에 발간된 책을 왜 지금에서? 라고 의문을 던지셔도 할 수 없습니다. 왜 진작 읽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는 저 스스로도 후회하고 있으니까요. 이 책은 무려 4달동안이나 읽었습니다. 이 책 뒤로 레이 커즈와일의 최신작 ‘마음의 탄생’이나 미치오 카쿠의 ‘마음의 미래’를 소개하겠지만, 이 책을 통해서 쌓인 배경지식이 있어서인지, 이 책이 불러일으킨 내적인 갈등이 정리된 다음이어서인지 몰라도 다른 두 책(클라우스 슈밥의 제 4차 산업혁명까지 포함시키면 세 권)은 한 달도 되지 않아서 다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꽤 긴 시간 동안 생각하고, 토론하고, 갈등했습니다. 커즈와일 특유의 ‘그래서 인류의 미래는 아름다워’라는 논지에 절대 동의를 하지 않습니다. 마음이 신경과학적 산물이라는 점을 인정할 수는 있어도, 인공지능이나 특이점에 대한 수확가속의 법칙에 대해서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스티븐 호킹이나 앨런 머스크의 얘기처럼 ‘AI는 악마의 봉인을 푸는 것이다’류의 비관론에 가깝습니다. 뭐 어쨌든 꼭 읽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4. 마음의 탄생 (레이 커즈와일 著, 크레센도 發刊)

Mind

레이 커즈와일이 10여년만에 내놓은 책에서는 뭐 다른 내용이 있을 거 같다구요? 전혀 없습니다. 기존의 주장을 더 공공하게, 더 구체적으로 주장할 뿐입니다. 다만 ‘특이점이 온다’와는 달리 내용이 인공지능에만 할애되어 있구요. (‘특이점이 온다’에서는 나노기술과 유전공학도 상당부분 소개되고 있음). 신경과학적으로 뇌의 메커니즘이 신경망 컴퓨팅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 지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위해서 그 동안 사 놓고 읽지도 않았던 인지신경과학 서적을 여러 번 들춰봤고, 올해 네이처에 실린 ‘Brain Dictionary’ 관련 자료들도 수 차례 살펴봤습니다.
레이 커즈와일이 천재가 아니라면 과연 누가 천재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입니다. 특히 전반부에 뇌의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챕터는 UX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마음의 디지털화 가능성에 대한 미지근한 결론이나 여전히 긍정적인 ‘AI가 가져올 밝은 미래론’에 대해서는 실망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5. 마음의 미래 (미치오 카쿠 著, 김영사 出刊)

future

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 미치오 카쿠는 끈이론이나 평형우주론의 창시자로 더 유명하죠. 그의 지식과 이론적 업적에 대해서는 의심할 나위가 없지만, 이렇게 쉽게 ‘마음 또는 인공지능’에 대한 현재적 이슈를 잘 풀어서 설명한다는 것 자체가 놀랍습니다. 저는 읽었던 책의 순서상 레이 커즈와일이 놓친 미심쩍은 부분을 미치오 카쿠가 잘 보조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커즈와일의 책에 충격을 받고 미치오 카쿠의 친절한 설명까지 듣게 되고 나면 두손들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그래 마음은 신경과학적 산물이 확실해. 마음을 뭐라고 정의하느냐는 다르겠지만 말이야’. 기계가 마음을 복제하고 의식을 갖는다는 것도 가능해 보입니다. 다소 거칠고 내용전개가 불균형적인 커즈와일의 저서 대신에 미치오 카쿠의 이 책을 먼저 읽어보시는 것도 추천해 드립니다. 받게 될 충격에 미리 대비하시라는 말씀도 함께 전하죠.

올해는 AI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고 토론하고 연구했던 한 해였습니다. 제 직업의 장점 중에 하나는 새로운 화두에 대해서 국내 대표 기업들이나 전문가분들과 얘기 나눌 기회가 있다는 점입니다. 4/4분기에만 세 차례나 그런 기회가 있었습니다. AI는 자연어처리-상황인식-추론-학습의 4가지 과정으로 진행되는데, 실제 과제를 하면서 각 과정에 필요한 UX를 깊이 있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의 실체 및 디지털화 가능성’은 앞으로 2~3년간 꾸준히 논의될 화두입니다.
앞으로의 UX는 더 세부적이고 과학적인 레벨로 접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는 심리적인 경향(bias, heuristic)이나 사회과학적 조사(needs, pain points)에 기반해 왔다면, 앞으로는 더 심층적인 레벨에서 UX가 얘기될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UX1 컨설팅그룹 조성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