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현실(2) – VR 다르게 바라보기, ‘신체 소유감 개념’을 중심으로

가상 현실(2) – VR 다르게 바라보기, ‘신체 소유감 개념’을 중심으로

가상 현실(2) – VR 다르게 바라보기, ‘신체 소유감 개념’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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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현재, VR (Virtual Reality), AR (Augmented Reality), Blended Reality 등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려는 노력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위의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면, 킥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게임, 의료, 산업 디자인, 우주 등 여러 분야의 콘텐츠와 제품을 적용시키려는 노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열풍인 닌텐도의 포켓몬 고 AR 게임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이언틱의 존 행크 대표에 따르면, 현재 포켓몬 고는 스마트 렌즈를 통해 게임을 즐기지만, 추후에는 눈에 착용하는 스마트 렌즈를 접목하여 별도의 디스플레이 없이 즐길 수 있는 방식을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비단 포켓몬 고 뿐 아니라 좀 더 생생하게 진짜처럼 좀 더 몰입감을 주려는 방식은 어떤 분야에서든 점차 진화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혹시 이런 생각 해보셨나요?
진화된 미래에는 우리가 현실과 가상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정말 그런 세상이 온다면 예상치 못한 어떤 일들이 생길지 조금 두려운 맘이 들기도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글에서는 Hand Controller를 이용한 가상 현실 사례를 소개하고, 왜 우리가 이러한 착각을 경험하게 되는지 심리학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합니다.

먼저, 세 가지 가상 현실 사례를 소개합니다.
이 사례들의 공통점은 Hand Controller를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1. Mighty Morphenaut, 가상 현실을 이용한 로봇 컨트롤 시스템

Mighty Morphenaut는 NASA와 소니가 합작하여 만든 로봇 컨트롤 시스템입니다.
사람 대신 우주로 보낸 로봇(Robonuats)을 원거리 조종하여, 고유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개발한 것입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PlayStation VR인 HMD (Head Mounted Display)를 쓰고 PlayStation Move controllers를 쥐고 조종을 하면, 화면 속에 보이는 손이 조종자의 시점에서 실제 자신의 손처럼 느껴지도록 시각화했습니다.

탐사지역과 지구와의 원거리로 인해 발생하는 딜레이를 감안하여 개발한 ‘Ghost hand’라는 기능을 통해 추가로 그림자 형태의 손의 움직임도 화면상에서 제공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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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Station HMD와 Move Controller를 사용하는 모습[출처. http://www.visionplanet.it/2015/12/17/realta-virtuale-ps4-robot-della-nasa/ ]

2. The Martian VR Experience, 우주를 경험할 수 있는 VR 체험 전시

The Martian VR Experience는 영화 ‘마션(Martian)’의 영화 팬들을 위해 ‘20세기 폭스’사가 기획한 체험형 VR 체험 전시입니다.
CES 2016에서 영화의 주요 장면들을 Oculus Rift와 HTC Vive를 기반으로 360도 가상 현실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선을 보였습니다.

조이스틱 컨트롤러를 통해 영화 주인공인 마크 와트니의 시점에서 Rover (우주탐사차량)를 운전하고, 마크가 조난당한 화성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2016년 말에는 삼성 기어 VR을 통해서도 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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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rtian’ VR experience를 체험하는 장면 

[출처. USA Today 영상에서 캡쳐 (http://usatoday30.usatoday.com/video/the-martian-vr-experience-will-leave-you-stranded-on-mars/4680596827001 ) ]

 

3. The Climb, Crytek의 첫 번째 VR 게임

The Climb은 Oculus Rift를 기반으로 개발된 암벽등반 VR 게임입니다.
세계적인 장소와 난이도를 선택하여 컨트롤러를 통해 양손으로 암벽등반을 하는 게임입니다.

1인칭 시점으로 등반을 하기 때문에 티저 영상만 봐도 매우 실감납니다.
손에 쵸크 가루를 바르고 손을 짚어 이동할 때마다, 마치 실제 등반을 할 때와 똑같이 숨소리와 손짚는 소리까지 자연스럽게 들려줌으로써 사용자의 긴장감과 몰입도를 증가시킵니다.

한 손만 짚을 경우, 손목에 위치한 Indicator를 통해 견딜 수 있는 시간을 알려줍니다.
또한 어디로 이동을 해야 할 지 화살표를 통해 안내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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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limb 티저 영상

[출처. Crytek ( http://venturebeat.com/2016/05/12/the-climbs-frustrating-controls-pulls-down-one-of-the-best-oculus-rift-exclusives/ )

위에서 소개드린 사례처럼 1인칭 시점으로 VR 영상(시각)을 제공하고, 실제 나의 신체를 이용해서 컨트롤(촉각)하게 되면 실재감과 몰입도가 더 높아집니다.

왜냐하면 마치 나의 몸이 가상 현실에 있는 것 같기 때문이죠.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단순히 콘텐츠의 질이 좋기 때문만이 아니라 ‘신체 소유감 (Body-Ownership)’이라는 감각 때문입니다.

신체 소유감이란, 나의 신체가 나에게 속해있다는 느낌입니다.
신체 소유감은 인간에게 평생 존재하는 매우 특별한 감각입니다 (Gallagher, 2000).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고 좀 추상적이죠?

쉽게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신체 소유감에 대해 밝힌 고전적인 심리학 실험 하나를 소개드립니다.
바로 ‘고무손 착각 (Rubber Hand Illusion, RHI)’ 실험입니다.
워낙 유명한 실험이라 심리학 과목을 교양으로 들으신 분들은 한 번쯤 접해 보셨으리라 생각되는데요.

1998년 피츠버그 대학 정신과 의사인 Mathew Botvinick와 Jonathan Cohen이 만든 실험으로, 우리의 뇌는 자신의 신체가 아니더라도 시각과 촉감을 통해 조작이 된다면 자신의 신체로 착각한다는 것을 증명한 실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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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무손 실험

[출처] 상 – Venderbilt University (http://science.howstuffworks.com/innovation/science-questions/how-could-you-confuse-a-rubber-hand-for-your-own-hand-.htm) , 하 – BBC ( https://youtu.be/sxwn1w7MJvk )

우선 참가자의 실제 왼손은 보이지 않도록 가벽 옆쪽에 놓고, 실제 손과 흡사한 고무손을 실제 사용자의 왼손처럼 오른손과 나란히 테이블 위에 올려 놓습니다.

실험자는 참가자 눈에 보이지 않는 실제 왼손과 눈앞의 고무손을, ‘동시’에 ‘동일한 위치’에 브러쉬로 천천히 부드럽게 반복해서 터치합니다.
그리고 브러쉬로 쓰다듬는 도중 갑자기 망치로 고무손을 내려칩니다.

이 때 참가자는 순간적으로 놀람과 통증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고무손을 자신의 손으로 착각하게 되었던 것이죠. (위 참고영상 참고)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시각과 촉각을 통해 고무손이 자신의 신체라고 뇌가 적응했기 때문입니다.

또 한가지, Henrik Ehrsson (2008)는 HMD를 사용하여 참가자들에게 신체 소유감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HMD를 쓴 참가자들은 자신의 몸 아래 부분을 바라보듯이 고개를 숙이게 합니다.
화면에는 1인칭 시점에서 바라본 마네킹의 몸을 보여줍니다.
실험자는 참가자의 몸과 마네킹의 몸을 동시에 일정시간 문지른 후 마네킹의 몸을 칼 또는 숟가락으로 찌릅니다.

실험 결과, 참가자는 숟가락으로 찔리는 마네킹을 봤을 때와 칼로 찔리는 마네킹의 몸을 봤을 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다른 반응을 보였습니다.
실제 참가자의 몸에는 아무런 자극이 없었는데도 말이죠.

이는 참가자의 몸에 부착되어 측정된 피부전도반응(Skin Conductance Response)의 차이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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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실험 모습 / 우) HMD를 통해 바라본 마네킹의 몸

[출처. http://www.cogsci.ucsd.edu/~ajyu/Teaching/Cogs160_sp10/Week10/petkova08.pdf ]

이렇듯 사람은 신체 소유감이라는 감각때문에 가상 현실에서 컨트롤하는 신체를 보고 실제 자신의 몸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 감각을 충분히 활용한 가상현실 기술들이 미래에는 더욱 많아지겠죠.

정말 몇 분 사이에 고무손과 나의 손을 착각하듯, 사람의 뇌는 무섭도록 빠르게 환경에 적응합니다.

이미 유튜브에는 Oculus Rift에 대한 후기들이 다양하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좀비 VR 게임을 통해 공포심을 느끼는가 하면, 롤러코스터 콘텐츠를 통해 실제 상황처럼 스릴을 느끼는 등 사람들의 반응만 봤을 때는 지금도 가상과 실제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평소 가상현실에 대한 생각을 글로 정리하면서, 기술 발전에만 열광하기보다는 이 기술을 경험하게 되는 사람에 주목하고자 했습니다.
무엇이 진짜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이 올 때를 대비하여,
그야말로 ‘사람’을 중심으로 놓고, 혹시 재점검해 볼 사항들은 없을지…
이런저런 생각들이 이어지네요. ^^

-UX1 컨설팅 그룹 김소연

[참고문헌] 손요한 (2011). 가상현실 기술과 EEG 신호를 이용한 가상의 팔 제어를 통한 신체 소유감 연구. 한양대학교 대학원 석사 학위 논문.
송혜민 (2016년 8월 9일). 스마트폰 없이, 더 리얼하게…‘포켓몬 고’ 즐기는 신기술. Retrieve from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81&aid=0002745568
이재희 외(2013). 피부전도반응을 활용한 운전스트레스 측정 (한국안전학회지, 28(7)), pp. 58-62.
Gallagher, S. (2000). Philosophical concepts of the self: Implications for cognitive sciences.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4, 14–21.
Petkova, V. I., & Ehrsson, H. H. (2008). If I were you: perceptual illusion of body swapping. PloS one, 3(12), e3832.
Tsakiris, M. (2010). My body in the brain: a neurocognitive model of body-ownership. Neuropsychologia, 48(3), 703-712.

 

* 메인이미지 출처.  www.idigitaltimes.com

 

3 Comments

  1. 강준하 2016년 08월 18일 at 4:06 오후 - Reply

    글 잘 보고 갑니다

  2. 윤병도 2016년 09월 23일 at 11:46 오전 - Reply

    좋은 글 잘 봤습니다.

    • blogadmin 2016년 10월 12일 at 5:19 오후 - Reply

      감사합니다. ^^
      앞으로도 좋은 글로 계속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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