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 빛을 그리다

[전시회 리뷰] 심리학 전공자가 본 ‘모네, 빛을 그리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어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모네, 빛을 그리다’라는 전시회에 가게 되었습니다. 해외 여행을 할 때마다 미술관에 방문해서 그의 작품을 찾아 보는걸 좋아하는 클로드 모네의 팬인 저로서는, 모네의 작품을 국내에서 즐길 수 있는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모네의 작품을 디지털로 표현한 전시였기에 더욱 기대를 안고 갔습니다.

전시 입구부터 조명을 어둡게 하고 전시장의 벽은 모두 거대한 스크린으로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정지된 캔버스의 그림을 디지털화 하여 영상과 음악이 어우러져 관객의 오감을 자극하는 전시였습니다.

시간 순으로 나누어 놓은 공간을 감상하다가 그의 노년기의 작품을 전시해 놓은 공간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의 작품 중 가장 하이라이트인 ‘흰색 수련 연못’이 가장 큰 스크린에 뿌려져 있었고 한쪽의 전시장 바닥에는 터치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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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 빛을 그리다 전시장 [출처. http://www.goodmorningcc.com/news/articleView.html?idxno=35651]

바닥에 설치된 터치 스크린 위로는 수련 사이로 잉어가 노니는 연못을 표현하였습니다.
저를 포함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실제 발을 담가 보듯이 스크린위로 올라가 물고기를 건드려 보았습니다.
발로 터치를 하면 물이 첨벙거리고, 잉어가 물 속으로 숨어 버립니다.
작품과 상호작용하는 전시회로, 정말 오감이 자극되어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었던 전시였습니다.

이런 인상 깊은 경험을 할 때 저의 뇌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크게 두 가지 현상으로 설명해 보려고 합니다.

즐거운 경험, 장기 기억 저장 폴더로 이동 시키다.

심리학 석사 시절, 지도교수님께서 경험에 대해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여행을 다녀 온 경험은 5년, 10년이 지나도 참 오래 간다고…
제가 전시장에서 느낀 경험도 아마 5년, 10년은 남아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사람들에게 즐거움의 경험은 엔도르핀과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키고 스트레스를 감소시켜준다고 합니다.
스트레스가 감소되면 코르티졸 수치가 감소하여 기억력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해마를 손상시키지 않습니다.

이러한 신경 물질이 우리가 기억을 오래하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인간의 인지적 노력도 한 몫을 합니다.
인지 심리학적 관점이라고 볼 수 있죠.

간단히 설명하자면,
어떤 경험을 하면 ‘인상 깊다’, ‘즐겁다’, ‘행복하다’ 라는 긍정적 정서가 발생합니다.
사람은 경험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을 하게 되면서 이후에 다시 기억을 꺼내보는 재인이나 회상이라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영어 단어를 외울 때 반복해서 쓰고 말하면서 외우는 것도 단기기억에 있는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이동시키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즐거운 경험의 경우, 억지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본인에게 정서가(Emotional valence)가 높은 경험이기에 신경 물질의 도움과 함께 노력을 덜해도 자연히 장기기억으로 이동이 가능한 것입니다.

발을 스크린 위로 뻗게 된 이유, 선조외 신체 영역 (Extrastriate Body Area; EBA)이 반응하다.

바닥에 놓인 스크린을 본 사람들은 아마 한번쯤 발로 터치를 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발로 터치를 해보세요.’라는 문구 때문일까요?

문구 정도로 사람들의 행동이 컨트롤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찍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있어도 몇몇 사람들은 여전히 사진을 찍고,
핸드폰을 꺼달라는 극장예절문구에도 여전히 벨소리는 옆사람을 괴롭히기 마련이니까요.
(다행히 모네 전시장에서는 촬영이 가능했습니다.)

바닥에 놓인 스크린 속에는 ‘어포던스’라는 특성이 녹아져 있습니다.
1979년 깁슨이 제안한 어포던스란, 물건이 그것이 무엇인지처럼 보이는 것 (Things that look like what they are)이라는 개념입니다.
즉,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환경의 물리적 성질 이라는 것입니다.(손민정, 2008)

간단히 어포던스와 관련된 재미있는 연구를 소개할까 합니다.
김효정과 동료들 연구(2012)에서 자신 혹은 타인이 도구를 사용하는 장면을 상상하게 하고, fMRI로 선조외 신체 영역 (Extrastriate Body Area; EBA)을 측정하였습니다.
실험 결과, 직접 사용하지 않아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실제 사용하는 것처럼 EBA가 반응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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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색 부분이 EBA  [출처. http://www.nature.com/neuro/journal/v7/n5/fig_tab/nn0504-422_F1.html]

연구에 따르면, 어포던스 정보가 사람의 신체 도식 (Body Schema)에 편입하여 행위 주체감(Sense of Agency)을 향상시켜 실제로 행동을 안내해준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제가 스크린에 발을 올리기 전에 이미 저의 머리 속에서는 제가 발로 스크린을 터치하도록 도와준다는 것입니다.
즉, 흐르는 물, 그리고 잉어들의 움직임이 제가 발을 담그도록 만들었습니다.

전시회를 통해 느낀 제 경험은
사람에게 있어 가치 있는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UX의 긍정적인 측면’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심리학 전공의 UX 컨설턴트로서,
제가 배운 심리학은 ‘경험’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좀더 깊이 있는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귀한 자양분이 되고 있습니다.

UX와 심리학이라는 재미있는 내용은 기회가 될 때마다 소개드리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 UX1 컨설팅 그룹 김소연

[출처]
요하임 바우어 (2006). 몸의 기억. 서울: 이지북.
김효정, 박정호, 이도준, “선조외 신체 영역에서 도구 행동 유도성과 행위 주체감의 상호작용”, 인지과학, 2013, 24(1), pp. 49-69
손민정, “ 친환경적 사용을 유도하는 제품 디자인 방법에 관한 연구: 행동 유도성 및 무의식적 행동의 적용을 중심으로”, 카이스트, 2008

[메인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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