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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에게 왜 인문학이 필요할까?

전 사실 ‘애플빠(?)’입니다. ^^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밤새 줄을 서서 기다리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무엇보다 애플 제품을 아끼고 사랑합니다. 애플이 저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애정을 넘어 열광을 이끌어내는 애플의 창의력과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애플의 전 CEO이자 공동 창립자 스티브 잡스는 이미 생전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한적이 있습니다.
“창의적인 제품을 만드는 비결은 우리가 항상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있고자 했기 때문이다.”

2011년 아이패드2 제품 발표회 때 스티브 잡스가 한 이 말 속에는 애플이 ‘인문학’을 중시하는 기업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때 부터인가 서점가부터 시작된 국내외 ‘인문학’ 열풍은 지금까지 여전히 뜨겁습니다.

평소 ‘인문학’이 무엇인지 그리고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있다는 애플 제품에 대한 이해도 좀더 깊이 해보고 싶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던 중 접하게 된 책이 ‘디자인 인문학’입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이 왜 인문학을 공부하려 하고, 인문학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내용과 생각들을 간단히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인문학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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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인문학의 구성을 살펴보겠습니다.
인문학은 사람(보편적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으로 철학을 기반으로 합니다.
철학은 세상을 보는 근본적인 틀을 고민하고, 관점을 마련하는 학문입니다.
단순하게 보면 철학을 기반으로 역사학, 사회학, 미학 등 여러 학문이 기둥으로 서 있는 건축물이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술은 인문학 가장 위쪽에 위치하여 각종 인문학이 종합되어 실천되는 지점입니다.
그래서 예술은 예술가들의 개인적 표현만이 아니라 인문학을 종합하여 인간의 보편성을 표현해 감동을 주게 됩니다.
우리가 예술을 보고 감동하는 이유도 겉모습(색상, 형태 등)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내부의 인문학적 가치를 느껴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디자인도 예술과 비슷한 지점에 놓이게 되는데요.
단순히 경영학, 공학 등과 관계성을 가지며 상업성을 추구하는 분야가 아닌, 예술이 실천하는 인문학적 가치들을 표현하고 실천해야 하는 분야입니다.
그리고 이처럼 인문학을 바탕으로 보편성을 가졌을 때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 받고, 그 가치도 확고해질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에게 왜 인문학이 필요할까?

디자인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 그 중요성과 역할이 바뀌어 왔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발달한 산업 기술과 생산력으로, 그 이전에는 꿈도 꿀 수 없는 물품이 일반 가정에 보급되면서 당시 소비자들은 제품을 갖는 것 자체에 만족했습니다.
이에 따라 그 당시 디자인은 기술과 생산성 아래에 위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되는 기술 발전 덕에 소비자들은 좋은 제품들을 쉽게 가질 수 있게 되었고, 현재는 수많은 제품 속에서 소비자이가 개인의 목적에 따라 선택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상황이 변하게 되면서 이제는 소비자의 취향이 중요해졌고, 기업들에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되었습니다.

이같이 시대적 상황에 따라 디자인의 중요성과 그 역할이 바뀌어 왔지만, 신기하게도 그와 상관없이 오래도록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디자인들도 존재합니다.

과연 그 비결이 뭘까요?
알렉산드로 멘디니가 디자인한 와인오프너 안나 G.를 보면 그 비결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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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 멘디니의 와인 오프너 안나G.
출처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JovS&articleno=8173144

안나 G.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천만 개 이상 팔린 상품입니다.
이 상품이 이토록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아마 상품이 가진 보편적 감성이 그 비결일 것입니다.

와인 따개의 본래 기능을 충분히 하며, 사람 형상을 통해 누구나 위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같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감성을 담아내기 위해 디자이너에게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게 됩니다.
그리고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학문이 바로 인문학입니다.

디자인은 시각화된 인문학이다.

좋은 디자인, 사랑받는 디자인으로 평가받는 것들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인문학이 디자인의 방법론적 도구가 아닌, 그 자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디자인 결과물들은 삶의 방식을 새롭게 하거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이르기까지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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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20세기 이전 의복 형태, 우-샤넬의 상,하의가 분리된 의복 형태 | 출처 getty image Korea

인문학적 가치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낸 인물이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 샤넬의 창시자 가브리엘 샤넬입니다.

20세기 이전까지 패션은 위, 아래가 나뉘지 않은 형태로 화려한 장식을 통해 신분을 과시하는 수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샤넬은 기존의 틀을 깨고 모든 옷을 허리 중심으로 상, 하의를 나누어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이는 디자인만의 변화가 아닌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샤넬의 디자인은 신분 과시 수단이었던 옷을 평등으로 표현하고, 더불어 편리함까지 추구하였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샤넬 디자인이 나올 수 있는 이유는 시대적 상황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샤넬이 활동한 1910년대에는 입체파나 초현실주의, 구성주의 등 현대미술의 움직임이 시작될 때였습니다.
이에 맞춰 사회 모든 분야는 ‘기능성’과 ‘단순함’을 추구하게 되었고, 샤넬 디자인 또한 시대적 흐름에 포함된 인문학적 요소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샤넬의 디자인은 이후 20세기의 인문학이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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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타다오의 빛의 교회 | 출처 www.tumblr.com

위의 사진은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빛의 교회 내부입니다.
이 건축물은 교회의 상징인 십자가를 거친 콘크리트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이용하여, 보는 이에게 큰 감동을 주게 됩니다.

이 같은 디자인에서는 상업성이나 기능성을 논하기 보다, 그런 것과 전혀 다른 차원의 미학적, 철학적 쾌감으로 인한 보편적 감동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보편적 감동은 누구나 느낄 수 있으며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감동을 말합니다.
이처럼 인문학적 요소는 디자인이 줄 수 있는 최고의 매력인 감동을 완성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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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 가우디의 성가족 성당 | 출처 http://www.sagradafamilia.org/

위의 건축물은 안토니 가우디의 대표작 ‘성가족 성당’입니다.
사진처럼 가우디의 건축물은 대부분 복잡한 구성과 흘러내리는 듯한 곡선 사용이 특징입니다.

이 같은 독특한 특징들을 가우디의 성향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사실 그의 건축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유럽과 중동, 기독교와 이슬람교, 봉건시대와 현대의 교차점인 스페인의 역사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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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밀라노 대성당, 우-성가족 성당
출처 http://narses.tistory.com/category
-http://yudikiouzly.blogspot.kr/2015/04/la-sagrada-familia-barcelona-6.html

스페인은 기독교와 이슬람 문명이 섞여 있는 독특한 국가로 ‘성가족 성당’은 이 두 문명의 교차점을 보여주는 건축물입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고딕양식의 대성당과 성가족 성당을 비교해 보면 첨탑 부분이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양한 자연물 조각이 엉켜져 표현된 부분도 유사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이슬람 양식인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에서는 복잡한 형태들이 유기적으로 조합되어있는 장식들의 특징을 가우디 건축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가우디의 건축물들은 형태 측면에서만 봤을 때 화려함과 독특한 양식을 가진 건축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역사라는 인문학을 토대로 지어진 건축물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어가면서 느꼈던 점 중 하나는 ‘인문학은 우리 삶의 기반이었다’는 점입니다.
다만 우리가 인지하고 살아가지 못했을 뿐이죠.

앞으로도 디자인은 또다시 시대적 상황에 따라 그 역할이 바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어떤 변화에도 인간은 그 중심에 서 있을 것이고, 인문학은 가장 근본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인문학을 염두에 둔 시각은 분명히 앞으로 좋은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인문학이란 단어에 어려움이 있으셨던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던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가치디자인그룹 김아름

* 디자인 인문학 / 저자 최경원|허밍버드 |2014.11.20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8386852

* 메인이미지 출처. http://kmug.co.kr/blog/wp-content/uploads/2014/06/steve_jobs_technology_liberal_arts.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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