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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을 너무나 사랑하는 디자이너의 ‘eBook 환승기’

4개월 전부터, 저는 종이책에서 eBook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다지 나쁘지 않다”인데요.
저처럼 종이책에서 eBook으로의 전환을 염두에 두시는 분들에게 참고가 되길 바라며 이 글을 씁니다.

종이-책. 그리고 책의 변화.

책을 좋아하는 대개의 사람들이 그렇듯, 저 역시 종이라는 매질에 깊은 애착을 갖고 있습니다.
대개의 종이책 애호가들이 이야기 하듯, 종이에서 느껴지는 포근한 질감이나 냄새, 손에 쥐는 물성, 잉크를 읽는 것의 부드러움 등은 전자책이 대체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오감으로 대하는 ‘책’이라는 매체는 앞으로도 영원히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제가 eBook으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이유는, ‘물리적인 부피가 전혀 없다’는 뻔한 장점에 더하여, ‘요즘 책’에 대한 실망도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엔 책을 너무 두껍고 크게 만듭니다. ^^

제가 한참 책을 많이 읽던 80년대 말 ~ 90년대 초까지는 페이퍼백이 하드커버보다 더 많았습니다.
게다가 요즘처럼 양질의 종이를 쉽게 구할 수 없던 시대여서 종이는 얇았고 질도 좋지 않았으며, 글자들도 훨씬 작았습니다.

때문에, 책 읽는 경험이 경쾌했었습니다.
빠르게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벼워서 어디든 챙겨 지니고 다니기 쉬웠지요.
펭귄북스 페이퍼백만한 ‘시공디스커버리 총서’들은 가방에 대여섯 권을 넣어도 충분히 갖고 다닐만 했고, ‘파우스트’ 같은 긴 책도, 글자가 작아서 600페이지가 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서너시간에 읽을 만한 가벼운 소설도 600페이지를 가뿐히 넘기고, 하드커버로 만들어진 책들은 한 손에 드는 것도 피로할 만큼 두껍고 무거워 졌습니다.

물론, 중성지를 사용한 ‘푹신’한 두께의 지질에, 누구나 읽기 편한 커다란 글자크기는 – ‘책’의 감성을 풍부하게 하겠지만, 일상적으로 책을 읽는데는 부담스러운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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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 ‘스티브 잡스’는, 맥북 프로보다 무거워서 가방에 넣고 다니기도 부담스러울 뿐더러, 내부의 여백이나 서체크기 등도 지나치게 커서, 읽는 것이 꺼려질 정도입니다.
종이책을 산 후 eBook을 다시 사서 읽었는데, 실제로 주말 이틀동안 충분히 일독할 만큼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이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인 만큼 그의 UX적인 의도가 내포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종이책은 ‘읽으라고 만든 책인지’ 의심스럽더군요. (대신, 장서로서는 아주 효과적입니다. 지금도 제 책장 안에서 압도적인 위용을 뽐내고 있어요.^^)

물론, 작가가 가장 정확하게 자신의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판형, 여백, 서체 등 디자인 요소를 제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요즘 서점을 둘러보면 이런 ‘거대화 현상’이 그저 ‘트렌드’라고 밖에 느껴지지 않습니다.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출판사의 전략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구요.

대신, eBook은 ‘제가 원하는 크기’로 읽을 수 있습니다.
제게 익숙한 ‘작고 좁은 서체’로 조정하여 읽으면, 제 독서는 훨씬 부드러워지고 빨라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실제로, eBook으로 전환한 이후, 동일한 기간동안 제가 읽은 책의 권수는 두 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그만큼 책을 빈번하게 읽게 되기 때문일 겁니다.

잉크-읽기와 모니터-읽기

광학적으로 볼 때, 종이책과 eBook은 완전히 다른 매체입니다.
하나는 ‘반사’를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빛’을 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Book reader기는 논외로 두겠습니다. 여러분이 eBook으로 전환하려 하는 분이라면, 대개는 eBook reader기를 사는 것보다 자신이 갖고 있는 폰/타블렛 등을 활용하려 하는 것이 일반적일 테니까요. )

많은 분들이 느끼시겠지만, 모니터에서 글을 읽는 것과 종이에 출력된 것을 읽는 것에는 생각보다 더 넓은 간극이 있습니다.

‘페이지 넘김’과 ‘스크롤’이 가장 큰 차이점일테고, ‘조작하는 손’과 ‘읽는 면’ 사이의 시선차이가 갖는 어색함도 있습니다.
종이책처럼 페이지 넘김효과를 eBook에서 구현한다 하더라도, 페이지를 넘기는 도중에 시선은 어디에 두어야 할지 여전히 어색합니다.

또한,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종이책에서는 “문단을 한 눈에 두고” 읽는 느낌이라면, PC/폰 등에서는 “한 자 한 자 자모들을 따라가는” 듯한 느낌으로 읽혀집니다.
그리고 조금 더 예민한 사람이라면, 페이지 바깥의 기기(베젤)도 시선에 간섭을 일으킵니다.
LCD 전면에 위치한 유리의 반사광은 말할 것도 없구요.

하여, 저는, 화면을 반전시켜 읽는 것으로 – 스스로 합의했습니다.
(실제로 인터넷을 뒤져보니, 이와 같은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아서 ‘반전-읽기’에 대한 찬반토론이 아주 뜨겁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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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해 읽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빛의 총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아무리 LCD가 빛을 적게 내뿜는다 해도, 아이패드같은 타블렛으로 책을 오래 읽게 되면, (흰-종이 모드로 읽을 때) 한 시간만 읽어도 눈에 가해지는 피로도는 엄청납니다.
광량을 조절해 두지 않으면, 금세 얼굴이 벌개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지요.

학교에서 배운대로 30cm 정도 떼어 읽으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책을 가까이서 읽는 제 독서 습관이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만… (다들 가까이서 읽지 않나요? ^^)

그 외의 장점으로
(1) 유리의 반사광 영향을 줄이는 효과
(2) 밤에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주지 않고 몰래 침대 위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
(3)글씨가 살짝 두꺼워보여서 가독성이 좋아진다는 것 등의 장점이 있습니다.
(개발자 분들이 괜히 어두운 화면에서 코딩하는 게 아니더라구요.)

하지만, 반전해서 읽기는 개인의 취향을 탈 것 같습니다.
굳이 추천하지는 않습니다만, eBook으로 전환했는데 눈이 피곤해서 포기하려는 분들은 시도해 봄직 하다 생각됩니다.

수량

일단 전자화면 읽기에 크게 문제가 없는 분들이라면 – 제일 처음 맞닥뜨릴 문제가 책의 수량이 아닐까 합니다.

확실히 책의 수량은 서점에 비해 많이 부족합니다.
계속 개선되고 있지만, 약간만 취향이 독특해도 원하는 책을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요즘의 베스트셀러들은 거의 전부가 eBook으로 동시 출간되고 있지만, 전문서적이나 부수가 적은 책들은 여전히 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는 eBook이 갖는 ‘일시적인’ 장애가 아닐까 합니다.
많은 판매사들이 eBook 출간 요청을 독자들로부터 수집하고 있고, 실제로 많은 책들이 eBook으로 복간되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가격

경제적으로 보면, 절대적으로 eBook이 유리합니다.
일반적으로 종이책의 30~50%의 가격으로 eBook을 구매할 수 있으며, 묶음 구성의 경우는 90% 이하로 가격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백업의 유용성

책을 많이 읽는 분들이라면, 또하나의 뿌듯함 – 자신의 서가를 둘러보며 느끼는 충만함을 좋아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eBook은 그런 게 없죠. 단지 화면에서 ‘list’로 표기될 뿐입니다.

대신 eBook은 – 서가 관리의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기기에서 지우더라도 언제든지 cloud로부터 다운로드 받을 수 있고, 판매사가 망하더라도 언제든 백업은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집에 화재나 수재… 하다못해 곰팡이로 책 좀 버려 본 분이라면, eBook의 든든함은 또 하나의 장점이 될 것입니다.

어떤 회사를 이용할까?

eBook으로의 전환을 위해, 제가 결국 깔게 된 앱은 총 9개입니다.
지난 4개월간 수집한 데이터만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내용에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개개인의 취향과 상황에 맞는 판매사를 추천하고, 각각의 회사 앱들의 특징을 알아보는 정도를 정리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을 듯 합니다.

(1) 리디북스

- 리디북스를 통해 읽은 책 수 : 13권 (헝거게임 시리즈, 정의란 무엇인가, 원피스 7~8권 등)
– eBook 전문 판매사. 구매할 때 ‘전자책인지 아닌지’ 살펴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 큰 장점. (교보문고 앱에서 실수로 종이책을 구매하는 경험을 한 적 있음)
– 주석이 팝업으로 제공되어 보기 편함. (일부도서 미지원)
– 서체, 여백, 줄간격, 화면전환 효과 등 옵션이 잘 되어 있어서 “책을 커스터마이즈”해서 보려는 독자에게 유리.
– iOS 앱의 경우, “스크롤로 보기(beta)”의 기능이 있는데 폰에서 읽을 땐 의외로 편함.
– 무엇보다도 웹/모바일웹/앱 간의 UI 연동성이 좋음. 디자인이 깔끔함.
– 검색, 리뷰 등 구색을 갖추기 위해 넣어 둔 듯한 기능들의 효용이 크지 않음
– 최근에 paper라는 eBook reader를 출시

* 두루 큰 단점은 없음. 안드로이드 앱의 만듦새에 약간의 불편함이 있음.
* 추천 대상 : eBook 초심자, 책을 다량 읽는 사람, 시리즈/묶음 구성으로 책을 구매하는 대식가.

(2) Amazon Kindle

- 킨들을 통해 읽은 책 수 : 1권 (Game of thrones – 1편)
– eBook reader기가 그렇게 쫀쫀하게 잘 만들었다 함. (경험은 못해봤음)
– 원서를 읽는 분들이라면 예외없을 듯. 전문서적도 국내에 비해 월등하게 많음.
– 한글 서적이 6천권 내외인데, 개인적으론 – 그 중 읽을만한 책이 없다 여겨짐.
– x-ray, 사전 등의 부가기능이 아주 편리하게 되어있음. eBook app의 표준이라 할 만함.
– iOS, Android 관계없이 고른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앱. 열거한 앱 중 가장 빠릿함.

* 추천대상 : 원서를 즐겨 읽는 분들만.
* 책을 읽는 분들의 취향을 잘 아는 UI : 아마존이 국내에 들어온다면 저는 이걸 쓸겁니다!

(3,4) Apple iBooks, Google playbooks

- iBooks를 통해 읽은 책 수 : 0권 (최근 4개월 동안은 없음 : 스티브잡스 한/영 각 1권씩, 프라하의 묘지 영문 등 총 독서권 수는 5권)
– 둘 다 책의 양이 아주 부족하여 메인으로 쓰기엔 어려움이 있음. 치명적인 단점.
– 당연하게도, 두 앱 모두 퍼포먼스는 최상의 컨디션.
– 애플 iBooks는 Android에서 볼 수 없으나 Playbooks는 iOS에서 볼 수 있음.
– 그나마 Google playbooks는 책의 양이 늘어나는 추세임. 애플은 한국시장 신경 안쓰는 듯.
– iBooks의 ‘스크롤 읽기’는 네이버북스나 리디북스보다 훨씬 깔끔하고 부드러움. 최고.
– 상대적으로 무료 책들이 많음 (타사들은 체험판 등의 ‘맛보기’ 위주인 반면, 애플과 구글은 전체를 다 볼 수 있음)

* 추천대상 : 없음 ( eBook에 대한 맛보기를 바라는 분 정도? )

(5) 네이버북스

- 네이버북스를 통해 읽은 책 수 : 3권 (문구의 모험, 오베라는 남자 등)
– 가장 큰 장점 : 앱의 퍼포먼스, 로딩이 약간 느리긴 하지만 에러없이 튼튼하게 잘 작동함.
– 보기 옵션이 극히 적음. (서체도 나눔고딕/나눔명조 뿐)
– 만화의 업데이트가 좋음. 수량도 제일 많은 듯.
– 대여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잘 이용하면 상대적으로 돈을 절약할 수 있음.
– 만화에 특화되어 있음.
– 네이버 답게 ‘네이버 서비스와 연관된’ 이벤트도 많음.

* 추천대상 : 웹툰과 만화를 즐겨 보시는 분. 네이버 생태계에 익숙하신 분. 캐주얼한 책을 즐겨 읽으시는 분.

(6) 알라딘

- 알라딘을 통해 읽은 책 수 : 9권 (마션, 오르부아르 등)
– 보기 옵션이 다양함. 서체, 마진, 색상, 줄간격, 문단간격 등.
– 포인트, 이벤트 등 인터넷을 주시하고 있으면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음. (깜짝 할인 등)
– 특히 핫한 책들에 이벤트를 걸어 경품등을 많이 얻을 수 있음.
– “책을 좋아하는 느낌”을 잘 아는 회사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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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책관련 문구들을 제작하여 판매하고, 경품으로 자주 제공 – ‘마션’은 경품때문에 구매했음 )

- 소설 류에서는 가장 많은 책을 보유한 듯.
– 단, 앱의 퍼포먼스가 약간 아쉬움.

* 추천대상 : 동시대의 핫한 소설을 주로 읽는 분. 책 관련 소품이나 사은품을 좋아하는 분들.

(7) yes24

- yes24를 통해 읽은 책 수 : 1권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 종이책의 온라인 구매는 yes24에서 거의 하는 편이나, eBook구매는 거의 하지 않음 : 앱이나 모바일웹이 불편하고 성능도 좋지 않아서.
– Crema Carta라는 eBook reader기 공동개발/출시 : 가격이 저렴함.
– (타사보다) 조금 높은 연령대가 사용하기 좋음 (30~50대 : MD들이 타게팅하는 계층이 높다는 느낌)
– 추천하는 책들이 나름의 기준을 갖고 있음 (타사들의 베스트셀러 위주 추천보다 좀 더 편집된 느낌)
– 만화가 있기는 있으나, 일반 서적에 비해 좋은 추천은 아님

* 추천대상 : 온라인에서 종이책 구매를 많이 하시는 분들 (종이책의 온라인 구매는 yes24와 알라딘이 최고라 생각함 )
* 어른취향의 독서추천을 원하는 분

(8,9) 기타 : 교보/영풍 등

- 이를 통해 읽은 책 수 : 3권 (이방인, 카프카 등 – 고전이 쌈)
– 고전서적을 값싸게 팜. (500~1,000원대에 구매 가능한 책들이 많음)
– 아무래도 eBook에 대한 집중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느낌. 적당한 follower로 포지션하는 듯.
– 장점도 없고 단점도 없음. 앱의 성능도 so so.

* 추천대상 : 고전 서적들을 값싸게 많이 읽고자 하는 분들. 교보/영풍 등 오프라인 서점을 자주 애용하는 분들.

마무리하며

유부남이다보니, 또한 아빠이다보니 – 제 책장을 아이들의 책들이 잠식해가는 모습을 한숨과 눈물로 바라보며 eBook을 대안으로 생각했고, 이제 거의 적응했습니다.
eBook으로 전환했더라도 계속 종이책은 계속 구매할 것이고, 책장의 최소 영역은 끝까지 사수하겠지만, eBook이란 매체를 통해 유연하게 독서활동을 확장하는 것은 꽤 나쁘지 않은 생각인 것 같아요.

여전히 – 종이의 질감과 냄새가 아쉽고, 책장에 차곡차곡 책들이 쌓여가는 뿌듯함이 그립겠지만, 지난 네 달동안 eBook을 통해 독서량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을 볼 때 – 약간의 아쉬움을 기꺼이 감수한다면, eBook은 괜찮은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비슷한 갈림길에 선 분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 그간 사용한 장비 : iPhone 5s, iPhone 6, Nexus 7 (타블렛), iPad 2, iMac(iBooks, Playbooks, ridibooks)

ps. eBook reader를 질렀는데, 아직 도착하지 않았어요. (이제 eBook 2기로 넘어갑니다. ^^)
도착하면 몇 달 사용해 보고 또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가치디자인그룹 김병수

 

* 메인이미지 출처. http://www.spi-global.com/blog/innovation-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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