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씽킹 UX 컨설팅

‘UX 컨설턴트’에 대한 올바른 이해

UX 컨설팅은 참 특이한 분야입니다.
‘UX 디자인’ 또는 ‘Design Thinking’이라는 방법론(Methodology)를 가지고 기업이나 정부기관, NGO의 당면한 문제를 ‘컨설팅’하는 특이한 직업입니다.
때문에 UX 디자인에 정통한 사람이라도 ‘컨설팅’ 업무가 맞지 않으면 할 수 없고, 반대로 ‘컨설팅’에 정통한 사람이라도 ‘필드 리서치’ 같은 Bottom-up 방식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은 하지 못합니다.

최근에 ‘경영학’ 또는 ‘경영 컨설팅’이라는 분야를 최초로 개척한 피터 드러커의 전기를 읽었습니다.
오스트리아 빈의 유수한 가문 출신인 드러커는 1,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가운데 ‘경제학’이라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경영학’의 존재 가치에 눈을 뜨게 되고, ‘컨설팅’과 ‘저술활동’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전세계에 전파시키게 됩니다.

드러커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시기는 맥킨지나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같은 경영 컨설팅 회사들이 급부상하는 시기와 맞물립니다.
한마디로 시대의 흐름이 이론적인 분석과 예측 중심의 ‘경제학’에서 기업의 운영과 고객 관리를 중심으로 한 ‘경영학’으로 넘어오게 됩니다.

드러커는 ‘경제학이 아닌 경영학’을 내세운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경제학 스승이나 동료들로부터 지탄을 받습니다만, 파시즘의 등장과 2차 세계대전의 발발, 소련의 붕괴, 지식노동자의 등장 등을 예견하면서 ‘놀라운 통찰력을 가진 선구자’이자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우게 됩니다.

최근에 경영학의 GURU라고 불리우는 학자들은 하나같이 ‘경험의 중요성’과 ‘고객 가치가 기업 경영의 본질이란 공통적인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이나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 톰 피터스와 같은 분들인데요.

저는 가끔 그 분들의 어록을 인용하면서 ‘비즈니스의 본질은 시장에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장이란 것은 그래프나 숫자가 아니라 사용자들이다’라는 얘기를 합니다.
이러한 주장은 ‘UX 디자인’이 시대적인 요구의 산물이란 점을 강조하려는 점도 있지만, ‘UX 디자인’의 목적이 결국은 기업의 당면 목표인 ‘가치 제공’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말씀 드리려는 것입니다.

부시시한 머리의 젋은 괴짜들이 창고같이 생긴 사무실에서 모여 앉아서 ‘세상에 뭐 재미난 것을 내놓을 수 없을까?’하고 고민하는 것이 ‘UX 디자인’일까요?
UX 디자인과 비즈니스 목표는 전혀 상관없는 상이한 얘기이거나 알듯 모를듯한 애매한 관계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UX 디자인은 ‘시장에 가치를 제공’하려는 구체적인 활동의 일환입니다.
실제 사용자의 경험을 조사해서 여기에 가치를 더한 다음 새로운 경험을 탄생시키는 것이 UX 디자인이고, 이것은 시장에 가치를 제공하려는 비즈니스의 목표와 정확하게 부합됩니다.

‘UX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것은,
시장을 구성하는 사용자들의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그들의 잠재된 욕구를 만족시켜주겠다는 얘기와 일치합니다.

개념은 뿌리와도 같습니다.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탄탄한 기초가 되는 셈이죠.
개념적인 이해가 부족한 사람은 쉽게 흔들립니다.
책에 써 있는대로 그대로 흉내만 내보거나, UX 디자인을 하다가도 ‘왜 그것을 하는지’ 목표를 잃어버리거나, 결국 ‘사용자 경험이 배제된’ 결과 만들기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요즘처럼 UX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확산되는 시기에 혹여나 ‘UX 디자인’을 잘못 이해하고 나중에 방황하실 분들이 계시지 않을까 염려되어 저희 일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드려 봅니다.
UX 디자인 전반에 대한 얘기는 이미 여러 차례 다루었으므로
이 글에서는 서두에서 언급한 UX 컨설팅에 한정해서 다뤄보겠습니다.

1. UX 컨설팅은 그 대상이 다양합니다.

저희 일은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현재 제품/서비스의 문제를 찾아서 개선하는 일(기존 문제 개선),
현재 제품/서비스에 대해서 전혀 다른 컨셉을 도출하고 구현하는 일(신규 컨셉 구현),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제품/서비스를 만드는 일(선행 연구)이 그것입니다.

B2B나 거래(transaction)가 일어나는 서비스 분야에서는 ‘기존 문제 개선’을 많이 찾고,
소비재 서비스 분야에서는 ‘신규 컨셉 구현’을 많이 찾으며,
전자나 통신, 자동차 회사에서는 시장에 새롭게 선보일 ‘선행 연구’를 많이 찾는 편입니다.

UX 컨설팅 초창기에는 ‘기존 문제 개선’ 의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면 최근에는 ‘신규 컨셉 구현’이나 ‘선행 연구’ 프로젝트의 비중이 갈수록 올라가고 있습니다.
최근의 기술적인 격변이나 글로벌 시장경쟁의 가속이 이러한 경향을 만들어내지 않나 생각합니다.

2. UX 컨설턴트들은 특정 분야 전문 지식보다 특화된 직무 능력이 더 많이 요구됩니다.

Bottom-up 기반의 방법론이라는 특성상, 특정 분야(domain)의 전문 지식보다는 UX 디자인에서의 전문 능력이 더 많이 요구됩니다.
예를 들어서 쇼핑몰에 대한 UX 컨설팅을 진행하는 경우,
쇼핑몰에 대한 컨설팅 경험이 많은 것보다는 ‘뛰어난 사용자 리서치 능력’을 더 원합니다.

하지만, 제품 디자인이나 서비스 기획에서는 한정된 분야만 다루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일을 의뢰하는 클라이언트들도 특정 분야에 전문화된 에이전트들을 원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예를 들어 금융분야 전문 웹기획자라던가 쇼핑몰 구축 경험이 많은 디자이너 등으로 말이죠.

그에 비해 UX 컨설팅은 한 분야의 전문적인 경험보다는 특화된 UX 컨설팅 직무 능력이 더 많이 요구됩니다.
간혹 아직도 domain 경험을 더 우선시하는 클라이언트를 만나긴 하지만, UX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충분해지면 제 조언을 따라주십니다.

3. UX 컨설팅은 가벼운 주제도 있지만, 생각보다 무거운 주제도 많이 다룹니다.

언뜻 생각해보면 UX 컨설팅이 하는 일이 ‘새로운 UI’나 ‘재미있는 서비스’만 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템을 찾아주거나 새롭게 진출할 분야의 청사진을 그려달라는 등의 무거운 요청도 종종 등장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가치 제공’이라는 비즈니스 목표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면 받아들이기 힘든 주제인 것입니다.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새로운 인터렉션/인터페이스 방법을 연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주제 자체가 혁신적일 경우에는 일반적인 필드 리서치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얻기 힘듭니다.
사용자들의 내면에 잠재된 욕구나 숨겨진 가치를 찾아내야만 합니다.
(말은 그럴싸하게 들리시겠지만, 실제로 그것을 수행하는 것은 저희로써도 꽤 어려운 일입니다.)

4. UX 컨설팅은 시류의 변화에 민감합니다.

‘가치’는 시대에 따라 계속 변화해가는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2G폰 시대에 풀브라우징이 놀라운 가치였지만, 지금은 당연한 일이 된 것처럼 기술이나 사회적 인식이 변화되면 사람들이 요구하는 가치도 변화되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세상의 흐름에 눈과 귀를 닫은 UX 컨설턴트는 사실상 존재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에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 데 그게 과연 무엇인지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하는 후배들이 많은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자율주행차가 등장하는 것에 대해서 ‘그게 말이 돼?’라고 부정적인 선입견을 보이거나, ‘와~ 그렇게 되면 정말 편하겠다’라는 식으로 짧게 생각하고 마는데, UX 컨설턴트들은 자율주행차가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인프라가 필요하며, 실현되었을 경우에 사용자 경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앞서서 고민해야 합니다.

5. UX 컨설팅은 논리적인 사고와 질서정연한 문제 접근 방법이 중요합니다.

‘논리적인 사고(Logical Thinking)’는 경영 컨설팅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로 들릴 수 있는데, 우리가 제공하는 부가가치는 결국 ‘컨설팅’이기 때문에 결과 못지 않게 그 결과를 도출한 근거도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문제 접근방법과 주요한 발견, 시사점, 전략, 전략의 상세 실행방안, 구현된 형태가 나와야 합니다.
논리적인 사고는 누군가와 대화하거나 서로 다른 의견들이 충돌했을 때, 리서치 결과를 가지고 가장 타당한 방향을 도출할 때 등 UX 컨설팅 전반에 걸쳐서 꼭 필요합니다.

6. UX 컨설팅은 창의력이 많이 요구됩니다.

필드 리서치를 아무리 잘 해도 그것으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습니다.
창의력은 UX 컨설팅 후반부에 특히 많이 요구됩니다.

우리가 다른 문제해결자들보다 유리한 것은 실제 사용자의 경험을 잘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용자가 실제 겪는 문제, 이용 동기, 드러난 니즈, 잠재된 욕구 등을 잘 알게 되면 해결책이 도출될 가능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집니다.

그러나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얘기가 그것이 자동으로 해결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창의력이 있어야 ‘생각하지도 못했던 매력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 있는 것이지요.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책이나 트랜드 공부를 통해서 견문을 넓히고, 예술작품에 관심을 많이 갖고, 문화활동을 많이 하고,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7. UX 컨설팅, 어려우면서도 매력적인 직업

UX 컨설턴트는 ‘UX 디자인 방법론’에 대해 정통함은 물론 현장에 나가서 사용자들을 조사하는 데 필요한 사화과학조사방법이나 심리학 등에 대한 이해, 트랜드에 대한 통찰력, 논리적인 사고력, 디자인적인 창의력이 동시에 요구됩니다.

Junior에서 Senior로 올라가게 되면 마케팅이나 경영전략, 기술적인 이해 등도 필요해집니다.
우리가 파는 상품은 ‘기업이 제공할 가치를 찾고 실현시켜주는 것’이지만,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능력이 필요해지는 것이지요.

누구도 한번에 이러한 능력을 갖출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UX 컨설팅에 재능이 있고 열정이 있는 사람은 UX 컨설팅에 몸담고 있는한 자연스럽게 이러한 발전 과정을 거치게 될 것입니다.

마치며

저는 후배들에게 뛰어난 UX 컨설턴트는 정년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여기에는 당분간은 UX 디자인적인 문제해결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경험이 갖는 통찰력과 판단력이 더 올라가기 때문에 지적 사고력의 퇴화를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선배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UX 컨설턴트라는 직업은 분명 어려운 일에 속합니다.
일 자체도 어려울 뿐더러 끊임없이 공부하고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혁신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UX 컨설팅보다 더 매력적인 직업은 아마 찾기 힘드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루이 알튀세르가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는 얘기를 했지만, 우리 일은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에 당면하는 것 같습니다.
몇 년전에 혁신적이라고 만들었던 그것을 이제는 변화시키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으니까요.
업무가 워낙에 힘들기 때문에 자기계발에 대한 기회는 물론, 1년에 한달 정도는 리프레시의 시간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최첨단에 서서 혁신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직업, ‘UX 컨설턴트’라는 업에 가슴이 뛰는 분이 계시면, 언제든지 제게 이메일(sbc@rightbrain.co.kr)을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나이나 경력을 부끄러워 마시고, 현재의 기득권을 잃어버릴까 염려하지 마시길..
용기있는 자가 이름을 남깁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UX 컨설팅이 어떤 식으로 변화해갈 지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시 한번 생각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 UX1 컨설팅그룹 조성봉

 

* 메인이미지 출처. https://experience.s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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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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