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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게스트하우스 리스트, UX 관점으로 정리하기

여행을 좋아하는 저는 게스트하우스를 자주 이용합니다. 저렴한 가격과 개성있는 인테리어, 사람냄새 폴폴나는 숙소를 선정하는 일은 저에게 있어 여행지 선정 만큼이나 중요한 고민거리인데요. 평소 지인들로부터 게스트하우스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다보니, 아예 리스트를 만들어 함께 공유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방문했던 모든 지역의 게스트하우스 리스트를 만들기에 앞서, 추천 요청이 가장 많았던 제주도 지역부터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매번 제주도여행을 계획할 때면, 몇 달에 걸쳐 300여개에 달하는 거의 모든 게스트하우스 최신정보를 검색합니다.
사실 처음 생각한 리스트 정리는 검색했던 항목들과 그를 통해 얻은 콘텐츠를 중심으로 실제 숙박하면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녹이면 되는 간단한 작업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지인들과 공유에 용이한 구글 드라이브-스프레드시트에 필드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여기부터 고민이 시작됩니다.

각 필드를 채울 항목들로 가장 먼저 업소명이나 이용요금, 주소, 전화번호 등의 필수 정보들을 넣었습니다.
여기에 좀 더 구색을 갖추기 위해 교통편이나 이용후기와 같은 몇 가지 필드도 추가했습니다.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자료가 만들어졌다 판단되어 지인들에게 공유하려고 하던 찰나,
문득 “과연 나에게 정보를 묻는 친구들이 정말로 원하는 정보가 이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 알아내야 하는 ‘괜찮은’ 정보임은 맞지만, 사실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포털 검색결과와 그다지 다를바 없는 내용 일 수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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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스트 일부. 직접 다녀온 게스트하우스만 담는다는 원칙 때문에 아직 30곳 정도의 정보만 채워져 있다. 리스트 양식은 여전히 수정중이다.>

서비스를 기획할 때에도 이러한 ‘오류’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우리는 충분히 많은 고민을 했고, 많은 정보를 담고 있으니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사용자’의 시선이 결여된 서비스는 결국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나름 많은 고민을 해서 만든 제 게스트하우스 리스트가 그냥 별 의미없는 ‘엑셀 파일’정도로 치부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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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포털 검색으로도 어느 정도 정보를 얻을 수 있긴 하다. – 네이버/다음 검색결과 캡쳐화면>

저는 다시 제주도 여행을 앞둔 ‘여행자’의 입장으로 돌아가 보았습니다.

설레는 여행을 앞둔 여행자의 입장에선 (포털 검색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는)게스트하우스의 전화번호보다 그 곳 분위기가 ‘잉여잉여’한지 아니면 ‘파티파티’한지가 더 궁금하지 않을까?

게스트하우스의 주소보다는 게스트하우스 근처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는지, 주변 경관은 어떤지, 혹은 가고 싶은 여행지와 가까운지가 더 필요한 정보가 아닐까?

그리고 조금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사례들을 좀 더 알아보기 위해 지인들에게 의견을 구했습니다.

“한눈에 좋은 곳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
“여자에겐 화장실 정보도 중요하답니다”
“거리로만 나타낸 접근성은 감이 잘 안와요. 도보로 몇분? 차로 몇분 이렇게 표현되면 좋겠어요”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제주 지역명이 낯설어요”

SNS와 메신저를 통해 지인들에게 물으니,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게스트하우스에 대해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자신했지만,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들은 제 관점을 벗어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의견을 수렴해 이를 반영하고 나니, 기존 리스트와 전혀 다른 콘텐츠가 생겨납니다.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더 원하는 정보를 전면에 배치하고, 정량적인 정보들을 좀 더 친숙하고 직관적인 방법으로 개선했습니다. 그리고 필요 없는건 과감히 삭제.

사실, 그냥 개인적인 정보관리를 위해 만들기 시작했던 엑셀파일 하나에 이렇게 많은 고민을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고민의 시초는 실제로 이 파일을 열어보게될 여행자, 즉 ‘사용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관점의 전환이었습니다.

사실 UX 기획자에게 있어서 ‘사용자 관점의 반영’은 민망할 정도로 새삼스러운 ‘진리’입니다.
단지, 실제로 적용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을 뿐이죠.

우리는 항상 ‘사용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면…’이라는 말을 외치면서도
기획 및 운영상의 편의, 고객사의 요청, 개발과 디자인의 한계 등 예상치 못한 상황과 과정속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 자신이 만든 틀안에 갇혀 결과물을 합리화 시켜 버리곤 합니다.
마음속 다짐(?)과 달리 자기도 모르게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되는 것이죠.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리스트는 여전히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수정중입니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매력적인 정보가 될 수 있도록 한가지 한가지 개선해 나가는 작업은 제 시야와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데 도움을 줍니다. ‘사용자 관점의 반영’을 늘 상기시키는 훈련이기도 합니다.

사용자에 최적화된 제주 게스트하우스 리스트가 필요하신 분은
언제든지 메일 주십시오.^^

 

– 가치 UX 그룹 최길수 (gsc@rightbr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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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comment, add your’s.

정호준

30곳이나 다녀오셨다니..;;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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