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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디자인 기업이 ROI를 강조해서는 혁신할 수 없는 이유

16년전인 1999년 IDEO의 CEO 팀 브라운이 “창조는 (개인의)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프로세스의 문제이다”라고 선언하고 이를 증명한 쇼핑 카트 재디자인 프로젝트는 지식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부합하는 창의적인 문제 해결 사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 이 프로젝트에 대한 IDEO의 소개     Redesign of the shopping cart for ABC’s Nightline

 

IDEO

이 프로젝트를 통해 IDEO가 표방하는 인간 중심 디자인(Human Centered Design)이 어떤 과정을 통해 전개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중 몇 가지 눈 여겨 볼만한 대목이 있습니다.

첫째, UX 디자인은 발산과 수렴의 형태를 띄는 프로세스인데 IDEO의 프로세스도 그러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UXD로 알려진 기업들이 자신들의 것이라고 표방하는 프로세스들은 큰 틀에서 거의 모두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지목하는 인간(Human)은 결국 UX의 사용자(User)와 동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디자인 과정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다는 것입니다.
통상적인 업무 단계에 속해 있는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의 협업을 넘어서 에스노그라피적인 접근이 가능하도록 디자이너, 엔니지어, 마케터 외에 언어학자, 소비심리학자, 생물학자 등이 참여하여 팀이 꾸려진다는 점이죠.
이는 폭넓은 관점으로 사용자를 심층적으로 이해 가능하도록 해주는 데, 제가 보기에 IDEO의 혁신을 위한 비밀 병기(Secret weapon for innovation) 중에서 이 대목이 가장 핵심이라 생각됩니다.

셋째,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진정 협업할 줄 안다는 것입니다.
이는 IDEO가 창조 DNA를 함양하고 있다는 증거인데 이는 기업의 문화, 쉽게 말해 일하는 스타일로 자리 잡히지 않으면 힘든 일입니다.
대부분의 디자인 기업들이 설령 언어학자나 생물학자를 회사에 채용한다 할 지라도 ‘꿔다 놓은 보리 자루’로 만들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나온 것은 1999년. 게리 닐슨, 브루스 패스터낵이 공저한 ‘창조 DNA를 이식하라’라는 책이 나온 것이 2007년입니다.
모두가 창조적 역량이 중요함을 오래 전부터 잘 ‘인식’은 하고 있습니다.

산업사회에서는 자원, 자본, 인력, 기술의 조달 능력이 기업의 성공을 좌우했다면, 지식사회에서는 이에 더해 차별화, 창조 능력을 가져야만 시장을 이끌고 성공할 수 있습니다.
특히, 혁신적인 디자인 기업이 반드시 가져야 할 덕목이 ‘차별화된 창조 능력’이라면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지식사회의 패러다임에 안착해야만 가능합니다.

지식사회의 뉴 패러다임

산업사회_표

(출처.IGM 세계경영연구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조 DNA를 가지고 있어야 할 디자인 기업들이 아직도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경우들입니다.

* 일을 수주하기만 하면 아웃소싱을 해서라도 진행만 하면 된다.  → 조달능력
* 특히 아웃소싱은 그 값이 중요하다.  → 효율성이 중요
* 돈을 벌어 오지 않는 직원들은 필요가 없다. 사람을 기계적으로 해석.  →   가동률이 중요
* 영업을 하기 위해 관계를 잘 지속해야 한다.  →  관계적 경쟁력 중요

이렇게 하면 기업이 유지되고 이윤도 극대화될 것 같지만 실상은 ‘유지’ 정도는 될지 모르나, 이윤이 극대화되지 않으며 창조 능력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조직이 됩니다.
단지 관리 효율, 성과 중심의 아웃소싱 기업으로 남을 뿐입니다.

반면 IDEO는 디자인 아웃소싱 기업이 아닙니다.
특출한 능력을 제공하는 탤런트 소싱 기업입니다.
국내의 디자인 에이전시나 컨설턴시들, 특히 UX디자인을 한다고 하는 에이전시들이 이러한 탤런트를 지녔다고 하더라도, 클라이언트들의 디자인 내재화 경향에 따라 이미 디자인 에이전시의 어려움을 예고하는 징조들은 지금도 많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PXD 이재용 대표의 디자인 에이전시의 몰락 에서 잘 지적하고 있죠)

물의 온도는 끓고 있으나 어느 방향으로 튈지 결정하는 것은 자기 몫입니다.
그런데 튀려고 하더라도 준비되어 있지 못하면 튀어봐야 ‘끓는 물 속’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제목에서 ‘디자인 기업이 ROI를 강조해서는 혁신할 수 없다’고 한 것은 디자인 기업이 변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공허한 말 뿐이고 변화의 증거를 보이는 기업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관리 효율을 중시하는 경향이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경영자가 ‘경영을 할 줄 안다’라는 잣대로 냉철하게 직원들을 관리하고 가동률을 높여서, 어려운 시장 환경에도 불구하고 이익을 남기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경우를 최근 더욱 자주 접하게 됩니다.

이것은 20세기 산업사회형 조직에 맞는 유형입니다.
개인 역량은 지우고 시스템 역량에 의존하기 때문이고, 수직적 통제 관리를 우선하기 때문입니다.
지식 사회형 조직은 시스템 역량 즉 프로세스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개인 역량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하고,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자발적인 동기를 가지고 다양한 사람들과 융합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디자인 기업이 ROI를 따지고 직원들에게 ROI를 강조하면, 내부 조직간에 어설픈 경쟁만 있을 뿐 자기 일의 발전을 고민할 수 없게 됩니다.
조직 단위별로 더욱 단기적인 이익에만 몰두하게 되고,  아웃소싱 기업들은 더욱 쪼이게 될 것입니다.

창조적 DNA를 키우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직원들 개개인이 자신의 역량을 키우도록 자극하고, 조직적으로는 협업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체계화하고 자발적으로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ROI 측정이 아닌 ‘동료들이 인정하는 동료’에게 더 큰 보상이 갈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꿔나가야 합니다.
그 ‘인정’은 ‘그들이 동의한 일하는 방식을 잘 지키고 이끌어 나가는 것’에 대한 인정이어야 합니다.

KPI의 지표 중 재무적 성과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고 이를 바탕으로 금전적 보상이 뒤따르는 경우자발적 내적 동기는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돈이 어떤 행위에 대한 외적 보상으로 사용될 경우, 사람은 그 행위에 대한 내재적인 관심을 잃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디자인 회사의 직원이 지금 조직을 떠나려는 고민을 하고 있다면,
연봉 때문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조직 문화에 대한 회의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 라이트브레인 대표 황기석

 

* 메인이미지 출처. 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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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add your’s.

이상현

글 잘 읽었습니다. :) 한가지 궁금한것이 있는데요,
본문에서 언급된 ‘팀 브라운, 조너선 아이브 등이 공저한 ‘창조 DNA를 이식하라’라는 책’은 원제가 따로 있는지요?
해당 도서를 검색해보니, ‘게리 닐슨, 브루스 패스터낵’이 저자로 되어 있는 책만 검색이 되어서요.
혹시 국내에 출판이 안된 책이라면, 원제라도 알고 싶습니다~

blogadmin

아. 말씀하신 부분을 다시 체크하다보니,
게리 닐슨, 브루스 패스터낵이 공저한 창조 DNA를 이식하라가 맞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 미리 작성한 쪽지들을 옮기는 과정에서 잘못 옮겨진 것 같습니다.
글은 바로 잡아 놓도록 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 ^^)

궁금하신 사항에 대해 읽어보시거나 참조하실 것이 필요하다면
창조 DNA를 이식하라 또는 경영의 창조자들(짐 콜린스 외)을 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위 책들이 발간된 지 이제 10여년이 가까워지는 거라 많은 조직 실험들이 이루어진 현재와 시간상 거리가 있는 책들입니다.

제가 우선으로 추천해 드린다면 과월호 잡지이긴 합니다만,
하바드 비즈니스 리뷰 한국판 2015년 9월호의 진화하는 디자인 씽킹을 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IDEO, 삼성, IBM, 펩시코 등에 관한 여러 글들의 묶음으로, 디자인 씽킹을 통한 조직 혁신, 실제 프로젝트 사례 등이 잘 소개 되어 있습니다.

저희 라이트브레인의 글을 읽고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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