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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공간에 대한 이해, 커뮤니티를 살리는 공공디자인

공연의 메카 대학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화마을이 있습니다. 가파른 언덕과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산동네죠. 이 산동네 마을의 담벼락과 계단은 알록달록한 그림을 입고 있어 나름 유명한 ‘사진 찍기 좋은 곳’입니다. 어느 일요일 오후에 이곳을 방문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북적거리고 시끌시끌했습니다.

다양한 벽화는 흥미롭지만 이 담장 너머 몸살 걸린 사람이 누워있다면? 그에게 발길잦은 이 길의 소음은 짜증일 텐데···. 하는 생각이 들 무렵 예쁜 벽화들의 사연이 궁금해졌습니다.

일요일 오후의 이화마을
[일요일 오후의 이화마을]

궁금증을 참지 못해 검색해 보니, 이화마을 벽화는 2006년 문화관광부 주최로 소외된 지역의 환경을 개선하고 소통과 참여의 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프로젝트로 만들어졌네요.
역시나 벽화가 완성되자 미디어가 조명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낙서, 훼손, 고성방가 등으로 인해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했고 결국 대표적 벽화 하나가 제거되었습니다.
이화마을의 처음 취지는 좋았으나, 거주민과 외부인이 소통하고 참여하는 공간으로까지 변모되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러한 공공 프로젝트는 어떻게 접근해 진행되어야 할까?’
저는 그 해답을 ‘디자인이 지역을 바꾼다’라는 책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디자인이 지역을 바꾼다 –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30가지 아이디어>는 일본에서 지역 커뮤니티를 변화시킨 30개의 사례와 그 방법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과 함께 새로운 발견을 통해 소통하는 지역으로 일구어낸 살아있는 여러 경험들 중 제게 가장 인상깊었던 두 건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1. 방문객의 눈으로 발견되어 지역민의 손으로 가꾸어지는 이에시마의 매력

섬 지역의 인구감소, 저출산 고령화, 기간 산업 쇠퇴에 직면한 이에시마는 돌파구로 관광산업을 주목했습니다.
하지만 돈을 들여 멋진 관광시설을 지어도 그 효과는 일시적일 뿐 유지관리 등 섬에 부담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게다가 딱히 발길을 붙잡을 관광거리가 있지도 않았죠.
그들은 궁리 끝에 전국 각지에서 신청자를 받아 지역주민과 밀착해 섬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그 방문객들은 평소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도시 생활과 이에시마의 생활을 대조해 알지 못했던 섬 생활의 매력을 느꼈고 그 감동을 전달했습니다.
섬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해 조금도 매력적이라고 느끼지 못했던 면면이었지만, 도시사람들에게는 모두가 새롭고 흥미로왔습니다.
섬 사람들은 외부인이 알려준 매력으로 새로운 관광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그들의 감동은 책자로 만들어 전파했습니다.
이러한 사이클이 반복되면서 이에시마는 ‘가볼 만 한 섬’으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기에 이릅니다.

이에시마

[이에시마 주민과 방문객의 교류]

 

#2. 사람을 바꾸고 마을도 바뀌도록 만드는 ‘하치노헤’의 소문

하치노헤 거리에는 많은 가게들이 오랜 역사와 더불어 함께 해왔습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지 못하고 점점 정체되어 갔습니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관계가 급격히 소원해졌죠. 이에 마을에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시설부터 만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은 활성화되지 않았습니다.
가게와 가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한집 한집 방문해 그들의 조그만 자랑거리, 취미나 고민, 즐거웠던 일 등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 특징적인 부분을 골라 ‘말풍선’ 형태로 제작해 가게나 사무소에 붙였죠.
“요리교실을 열 수 있는 키친이 있대”
“이 근처 ‘센베 장국’이 요즘 붐이래”
“둘이서 게를 먹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대”와 같은 말풍선은 지역주민 사이에서 이야깃거리를 제공해 누구나 쉽게 대화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작은 말풍선 하나에 사람들이 활기차게 변하자 마을 또한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하치노혜

[하치노헤 상점가의 말풍선]

 

이에시마나 하치노헤 같은 사례 뒤에는 지역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일러줍니다.
가장 필요한 것은 첫째, 디자인적 사고를 하는 것과 둘째 그에 적합한 기술을 익히는 것이었습니다.
‘지역을 바꾸기 위한 디자인’을 위한 사고의 핵심은 해당 지역이 직면한 복잡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었습니다.
본질을 찾은 다음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주민의 마음에 호소합니다.
그리고 행동으로 이끌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행위를 만들어 냅니다.

지역을 디자인하기 위해 필요한 5가지의 기술을 이 책은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1) 공감하는 기술 – 남의 일을 자신의 일로 만든다.
2) 발견하는 기술 – 꼭 세기의 대발견일 필요는 없고 실마리를 많이 찾는다.
3) 확산하는 기술 – 많은 아이디어를 낸다(브레인스토밍).
4) 통합하는 기술 – 섞고 연결하여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나간다(어피니티 다이어그램).
5) 표현하는 기술 – 아이디어의 구체화, 프로토타이핑을 진행한다.

지역을 바꾸기 위한 디자인적 사고와 그 기술은 별개 아닌 우리가 늘 들어온, 너무나 익숙한 사용자 경험 디자인(UX Design) 그 자체였습니다.

이화 마을이 거주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한 까닭은 해당 지역 주민과 공간을 이해하기보다 결론- 빠른 시간 내 결과만 도출하려는 관공 사업-을 정해놓은 채 접근했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환경 개선이 아닌 환경 미화로 변질되고 주민 참여는 현저히 적어지거나 일회성에 그치게 된 것입니다.
이에시마나 하치노헤처럼 바꾸기 위해서는 주민의 일시적 참여가 아닌 지속적 참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마을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자생력의 씨앗을 틔워주고 외부의 빛과 공기로 싹이 자랄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즉, 사람과 장소를 연결하는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 포함된 공공 프로젝트로 거듭나야만 합니다.

전국 각지에서 추진되고 있는 벽화마을을 보면 또 다른 이화마을이 만들어지는 듯 해 다소 우려스럽습니다.
이제 액자 안에 그림을 넣어 전시하듯 ‘환경 개선’이라는 미명하에 해당 지역만 액자화하여 전시하는 접근은 지양하지 않을까요?
지역 주민의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발견을 통해 지역을 변모시킨 마을이 우리나라에도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

– 가치 UX 그룹 김수현

 

디자인이 지역을 바꾼다

 

 

 

 

 

 

 

 

디자인이 지역을 바꾼다. issue + design project 저, 김해창 역.
2014. 미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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