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니티 다이어그램, 노트를 통한 ‘새로운 발견’

작은 노트와 걸어가는 the long & winding road, Affinity diagram에 그린 라이트 On!

뜨거운 여름부터 서늘한 바람이 불 때까지 계속 되었던 사내 UX 컨설턴트 과정.
친구들과의 저녁약속, 주말의 달콤한 늦잠까지 반납하고 함께 한 실습프로젝트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Research과정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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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서비스를 통해 맞춤여행을 제공하는 여행사’라고 실습 과제의 주제가 명확했던 우리 조. 따라서 Persona를 정해 journey map을 그려 Blue print를 작성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서비스 전체가 한 눈에 보일 것 같았다. 물론 그 편이 더 쉽게 갈듯한 촉도 한 몫 했지만 Affinity diagram에는 안좋은 경험이 자리잡고 있었다.

2년 전, 모 협회가 개설한 UX교육 때였다. 당시 affinity diagram 실습은 사용자 인터뷰 대신 강사가 보여주는 사진과 설명으로 시작했고, 수강생은 사진을 보며 이런 저런 추측에 가까운 의견을 포스트잇에 적어야 했다. 당연히 노트 내용이나 수량 모두 제한적이었고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내겐 ‘거추장스러운 방식에 효과는 의문인 그루핑 방법’이 되었다.

하지만, 조성봉 이사님은 다르게 가르쳤다. Affinity diagram은 인터뷰를 통해 나온 팩트나 시사점을 한 곳으로 묶는 기법이 아니다, 단순히 분류를 잘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그 노트들을 통해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호기심에 불이 확 켜졌다. 이번 교육에서 우리는 직접 대상자를 선정해 인터뷰까지 진행했다. 시작부터 전혀 달랐으니 오랫동안 잘못 알았던 Affinity diagram을 재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시작, 이름만큼 친화적이지 않은 Affinity diagram

사용자 인터뷰를 토대로 우리가 작성한 총 183개의 노트는 8인석 회의 테이블 위를 가득 채우고도 넘쳤다. 그 거대한 노란 물결 앞에선 자연스럽게 전원 동작정지.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고민 끝에 우선 “여행”이라는 속성 상 출발 전, 여행 중, 여행 후로 나누어 가볍게 분류하기로 했다. 분류가 끝나 노트를 본격적으로 묶고 헤더를 붙일 수록 우리는 집단 멘붕에 빠졌다. 그토록 이사님이 “발견”을 강조했건만, 우리도 모르게 grouping 후 헤더로 summary만 적고 있었다. 회의실의 공기도 우리의 얼굴빛도 점점 어둡고 무거워져 갔다.

1차 점검 결과, 친해지기 참 어려운 ‘발견’

무겁게 정리한 1차 결과물을 이사님께 점검 받았다. 일부 헤더는 “비약”이고, 일부는 “summary”라는 평가였다. ‘비약’인 헤더는 하위 노트에서 언급되지 않은, 전혀 다른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시간보다 여행비용을 걱정하는 인터뷰들이 매우 많았기에 “사용자들에게 비용 문제를 해결할 프로모션/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헤더를 붙였다. 하위 노트와 무관한 우리의 주장만 담은 잘못된 헤더였다. Summary는 하위 노트가 8개 정도 있었기에 장황한 내용으로 정리될 수 밖에 없었다. 노트 수를 줄이니 또 다른 헤더로 나눠 정리할 수 있었다.

이사님이 보여준 샘플 케이스는 ‘발견’을 발견하게 했다. 사용자 인터뷰에서 패키지 여행 시 성인과 아동의 요금 차이가 없는 점, 판매하는 여행사와 현지 여행사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상품을 비싸게 주고 산 사람과 싸게 주고 사는 사람이 생겨난다는 노트에서 “사용자들이 가지는 불만은 패키지 비용 자체보다 이해할 수 없는 가격 구조에 기인한다”는 헤더가 그랬다. 하위 노트에 근거하면서 하위 노트를 아우르는 ‘발견’의 의미를 그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좀처럼 우리에게서 나와지지 않는 저 ‘발견’은, 너무도 당연하지만, 그토록 좋아하던 디스커버리 채널마저 이름 때문에 외면하게 만들 정도였다.

Never end, 발견인 듯 발견 아닌 발견 같은 헤더

우린 계속 그 보일 듯 말 듯한 ‘발견’을 쫓아갔다. 브레인스토밍이 되어야 하는데 계속 부딪혔다. 이런 헤더는 결과 정리일 뿐이다, 이 노트들에 이 헤더는 맞지 않다는 등 갑론을박으로 전개되기 일쑤였다. 사실 노트들은 봐도 봐도 언제든 분산시켜 새롭게 묶을 수 있는, 시지프스의 돌 같았기에 끝이 없어 보였다.

우리가 도출한 27개의 결과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사용자 인터뷰 결과 ‘휴양’에는 대부분 섬과 바다, ‘도전’하면 높은 산 같은 고정관념이 있었다. 우리는 이것을 “여행 목적에 따라 떠올리는 장소들이 정형화 되어 있다”라고 붙였다. 아이디어로 “다각도의 정보를 제공해 인식 범위를 확장시킬 매거진/인포그라픽 제공”이라고 붙였다. 솔직히 ‘발견’인지 ‘정리’인지의 경계는 아직도 정확히 모르겠다. 아무렴 한 번의 실습으로 달성될까. 하지만, 노트를 묶어 헤더를 붙이는 과정에서 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고 우리가 미처 생각한지 못했던 방향까지 고민하게 되었다. Affinity diagram으로 발견한 보석은 바로 그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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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출한 결과를 PPT(상)와 보드(하)로 최종 정리된 모습]

마치며, ‘가’와 ‘A’로 찾아내는 수확

잘못된 경험으로 인해 Affinity diagram에 몹시 회의적이었던 나는 이번 교육으로 생각이 달라졌다. 누군가 왜 이 방법을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숙련된 경험자의 도움, 조언이 반드시 필요한 방법이라는 한계는 분명 존재하며 특히 Beginners에게 ‘발견’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떤 일을 진행해 나갈 때, 머릿속에 각자가 생각하는 자기만의 그림을 그려놓은 상태에서 계속 나아가기 쉽다.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어도 사실상 각자가 만든 생각의 판 위에 갇혀있는 셈인데, 그 판을 정리하면서 풍성하게 조명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무척 골치 아픈, 하지만 꼭 다시 경험해보고 싶은 1순위가 되어버린 Affinity Diagram. 다시 만날 때는 이 이름만 호의적인 까다로운 녀석과 조금은 친해져 있기를 바라면서.

 

– 가치 UX 그룹 SH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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